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고독사' 공식화된 죽음의 형태

한국도 ‘고독사’가 사회적 키워드로 떠올랐다. 고독사는 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지만 올해 처음으로 정부 부처가 공개적으로 고독사 발생 현황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1인 가구 증가, 가족과 흩어져 홀로 사는 인구가 매해 늘어나다 보니 고독사 증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어느새 '고독사'라는 죽음의 형태는 사회 깊숙이 다가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지난 12월14일 보건복지부는 최초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남성 고독사가 여성 고독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으며, 2021년에는 5.3배로 격차가 확대되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다.

고독사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고독사예방법) 제2조에서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고독사라 해도 무연고자가 아닌 가족이 있지만 혼자 살다, 혼자 죽었다는 말이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도 있듯 고독사 최초 발견자는 형제·자매, 임대인, 이웃주민, 지인 순이다.

고독사 비중은 과거부터 50~60대가 가장 많이 차지하지만, 눈여겨 볼 지점은 20∼30대의 비중도 점차 증가세에 있다. 빈곤청년 증가와 비혼 등 이유로 가족과 단절된 상태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다. 또 하나는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해 2021년 기준 24만5천여 명에 달한다. 청년 빈곤층 증가는 고독사와로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독사 현상은 신종 특수청소업체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특수청소업체, 즉 고독사, 자살로 인한 시체악취 제거, 고인 유품 정리 및 배송 등을 대행하는 업체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우울한 전망이랄까, 향후 특수청소업체의 일거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NHK 특별취재팀 고독사 탐사 보도 ‘무연사회’

일본의 고독사 문제는 한국보다 앞서 이미 십여 년 전에 큰 충격파를 던진 바 있다. 2010년 1월 31일 일본 전역에 방송을 탄 NHK 방송국 특별 취재팀의 <무연사회: 무연사 3만 2,000명의 충격>이었다. 반향은 대단히 컸고, 노령자는 물론이고 30~40대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탐사보도였다. 무연사, 무연사회는 NHK 취재팀이 붙인 신조어다. 무연사는 사회안전망 너머에 있는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혼자 고독하게 살다 죽는 경우다. 무연사회는 인연이 느슨한 사회, 타인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 사회를 뜻한다.

일본 역시 혼자 사는 가구가 크게 증가함과 동시에 수명연장으로 오래 살게 되면서 무연사로 이어지는 갖가지 사연과, 그 배경에는 무연사회라는 생활방식이 널리 퍼져있음을 파헤치고 있다. 평생 비혼으로 살거나 홀로 살다보면 무연사로 이어질 연관성이 높은 점, 개인주의의 심화로 가족 간의 유대가 끊긴 채 살아가거나, 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는 방식이 늘어나 결국 무연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NHK 특별취재팀은 방송 후 『무연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를 출판하여 더욱 상세히 다루었다. 이 책은 무연사, 즉 고독사를 다룬 르포르타주다. 무연사 대상은 주소 불명, 거주지 불명, 성명미상,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사망자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생활보호대상자나 노인요양원 등 시설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은 지자체에 정보가 등록되어있기 때문이다.

NHK 특별취재팀은 무연사라는 새로운 죽음을 맞은 이들의 삶의 궤적을 탐사한다. 세상에 인연이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왜 이들이 무연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적한다. 무연사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70살 가까이 열심히 파견노동자로 일하였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타인과 인연을 잃은 채 무연사한 사람. 오래된 다가구주택 철거 진행 중에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비관 자살을 택했지만 아무런 연고를 찾을 수 없는 사람. 90세를 넘겨 너무 오래 살아 가족을 찾을 수 없는 사람. 90세 노인이 시신으로 발견되어도 유족들조차 고령이라 사체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다.

하지만 무연사한 이들도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였거나, 가업 혹은 사업이 망해 가 족이 뿔뿔이 흩어지며 혼자 살다 죽은 사람 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연을 취재하며 죽음을 앞둔 말년의 삶을 탐사하였다. 여기에는 무연사회라 명명한, 지극히 개인주의로 치닫는 세태와 멀어져가는 가족 관계,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람 수가 많아지며 고독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닌 언제든 가까이 바로 앞 문지방 너머에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장례식 풍경마저도 바뀐 일본의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으로 장례식 없이 자택이나 병원에서 곧바로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하는 형식이다. 직장은 일본에서는 흔한 장례 형태라고 한다. 직장이 느는 원인은 오래 살아 가족들도 고령화되어 사체처리가 어려운 경우, 살아생전 '직장 계약'을 유언으로 남겼다거나 이런 이유로 직장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 가족 대신 사후 정리를 해주는 비영리시민단체나, 특수청소업체도 대중화 되었다.

덧붙여 『무연사회』가 출판된 후 30~40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이들 세대도 ‘무연사 예비군’이란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처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직장을 잃거나, 35세 넘으면 결혼하기 힘든 삶, 도시에서 고독하게 혼자 살기, 히키코모리 현상은 무연사 가능성의 잠재적 대상자라는 것이다. 장년층의 황혼 이혼 증가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노인대국 일본의 무연사 사례를 주로 다루지만 청장년 할 것 없이 해당되는 문제였다.

위기의 50~60대 고독사

앞서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서 조사로 나타났듯 한국의 50~60대 남자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다. 왜일까? 아마 대부분 알 것이다. 이유는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서도 분석했듯이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연령대”에 속한다. 더 간단히 말하면 경제적 이유다. 자신의 문제를 누구와도 의논하지 못하는 상태로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한 죽음을 맞았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자살률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높고, 그중에서 50~60대 남자 자살률은 여자보다 3배에 이른다. 50~60대 남자의 자살동기도 고독사 동기와 유사하다. <2022년 자살예방백서>에도 나타났듯 50~60대 남자의 자살 동기는 경제적 어려움, 육체적 어려움이다. 쉽게 말해 경제적 지출이 정점에 도달할 시기에 실직 혹은 사업실패, 이혼은 치명적이다. 그로인해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고독사의 길로 들어선다.

더구나 최근 황혼 이혼 증가는 남자들에게는 데미지가 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황혼 이혼이 10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직장만을 전부로 알고 있다 퇴직 후 외톨이가 된다던가, 직장에 너무 열정을 쏟은 나머지 가족을 돌보지 않은 대가, 자녀들과도 멀어지고 이런 일이 누적돼 끝내 황혼 이혼으로 이어진다. 황혼 이혼 증가도 고독사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의 원인을 진단했다면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50~60대 남자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체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개인주의가 극도로 만연한 사회에 인연은 날로 느슨해진다. 주변에 믿고 의논할 사람도 없다. 50~60대 남자의 고독사 방지를 위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 위기 대처 방안 등을 담은 네트워크 만들기도 당장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사회 고독사는 이제 시작이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