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국방부를 출입하던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우리 군은 긴급히 서울의 방공(防空)망 점검에 나섰다.

이에따라 수방사 예하 방공포대가 운용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옥상의 발칸포 기능은 물론 장병들의 비상시 대응태세를 검열했는데,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로는 발사되지 않아야 할 발칸포 탄환 10여발이 굉음과 함께 서울 하늘로 날아 올랐다.

당시 롯데호텔 옥상의 발칸포는 남쪽, 즉 남산방향으로 고정돼 있었는데, 오발된 발칸포탄 대부분은 한강에 낙하했고 그중 몇발은 남산타워 기둥을 맞힌 뒤 유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산타워 기둥을 맞히고 ‘반사’된 발칸포탄의 유탄은 서울 왕십리의 한 카센터에 세워둔 승용차의 지붕을 심하게 찌그러뜨려 그 위력을 보여주었다. 발칸포와 같은 대공포는 대구경(大口徑) 화기에 총신을 여러게 묶고 발사속도가 빠르다 보니 위력이 엄청나다.

2015년 북한이 남한에서 날아온 대북 전단 기수를 맞히기 위해 쏜 대공포탄은 휴전선에서 한창 떨어진 경기 연천군의 마을회관까지 날아와 마당의 시멘트 바닥을 뚫는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6일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몇시간이나 침범했지만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하는 등 군의 대응능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리 군은 이에대해 "북한의 무인기가 날아다닌 지역이 민간 거주지역이어서 아파트 등 민간의 피해가 우려돼 격추사격 방식의 대응이 제한됐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가 휘젖고 다닌 김포나 강화, 파주 일대에 한강신도시 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려고 할 때 마다 군은 일관되게 ”작전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반대해왔다. 노태우 정부 때 일산신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2차대전 때 스탈린그라드 전투처럼 신도시가 적군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요새, 늪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극복했다.

9·11이라는 사상 초유의 항공기 충돌 테러 과정에서 미국은 수도 워싱턴과 뉴욕의 영공이 뚫려 엄청난 피해를 보았지만 서울은 6·25 이후 북한의 기습에 대비, 방공망이 촘촘히 강화돼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그동안 우리 군은 자신해왔다.

그동안 군은 청와대등 주요 정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 상공에 ‘수도권 비행금지 구역(P73)’을 엄격하게 운용해왔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으로 그어진 P73은 남쪽과 서쪽으로는 한강, 동쪽으로는 중랑천을 경계선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이 구역내에서 비행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이 구역에 사전에 허락받지 않은 항공기가 침범하면 일차적으로는 교신에 의한 경고가 나가고 이에 응하지 않고 2단계 ‘핵심’ 지역으로 다가올 경우 바로 대공포나 미사일을 발사, 격추토록 하고 있는데 60년대말 민간 경비행기가 사격을 받은 적도 있다.

9·11 직후 김창호 당시 수방사령관은 국회에 출석, “단계별 대응을 위해 원거리 미사일 중·단거리 기관포를 배치해 놓고 있으며 항공기가 고정 목표물을 향해 돌진할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연막을 피우거나 기구를 띄워 방해하는 장비도 갖추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미국도 수도 워싱턴 D.C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운영하는 한편 백악관 지붕에는 단거리 고성능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해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선 전용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이 도심과 가까워 비행금지구역이 좁은데다 9·11때 공격을 받은 국방성 건물(펜타곤)도 바로 공항 인근이어서 방어가 쉽지 않았다.

26일 북한 무인기 침투는 핵 미사일 못지않은 북한의 새로운 ‘비대칭 전력’으로 받아 들여진다. 발칸과 같은 대공포는 민간 피해 때문에 사용이 쉽지않고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천마같은 단거리 미사일, 비호복합 같은 대공무기도 인근 인천공항 공역에 수십대의 민항기가 떠있는 환경에서 발사자체가 모험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내놓은 대책, 대공포나 미사일 뿐 아니라 ’비물리적 타격자산‘, 즉 전파교란이나 레이저 무기 사용, 드론활용 등 대응수단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