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조직력이나 지명도에서 앞서던 이낙연 전 총리를 누르고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민주당 안팎에서는 두 가지가 지적됐다.

첫째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파고든 친노 친문노선을 견지한 ‘좌파적 선명성’, 다음이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구축한 네트워크와 ‘물적토대’였다.

이재명 후보의 물적토대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짐으로써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2002년 제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노무현 후보측이 모두 대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아 처벌된 이래 과거 한국 대선의 관행이었던 수백억 비자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후 대선에서는 기업들을 상대로 대선자금을 모을 생각도, 기업 또한 처벌이 두려워 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측은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 시절 대장동 개발이라는 토착비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20억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주기로 약속했다는 그의 ‘천하동인 지분 중 절반’을 합하면 수백억원대의 대선용 비자금을 받거나 받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재명 대표는 또 다른 지역 토착비리인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두요구를 받고있는데 그가 17년 전 쓴 지역 토착비리 관련 논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2005년 12월 가천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에 제출했다. 그는 논문에서 “지자체의 부정부패는 이해관계인과 정치권력을 지닌 지자체장의 부적절한 거래행위에서 비롯된다. 주로 지자체장이 당선이나 재선을 목표로 선거자금을 조정하거나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이익 혹은 혜택·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기술했다.

이 대표의 석사학위 논문은 지역 토착비리에 대한 자기고백의 일기장으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 돈을 받지도 않았고, 성남FC의 발전을 위해서 후원금을 유치한 것이어서 부정부패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출석요구를 뭉개고 있다.

최근 검찰이 이 대표를 향해 수사망을 좁혀오자, 그는 “이재명 죽이기에 정권이 나섰다”며 자신이 정치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부패행위를 저지른 지자체장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방정치인의 부패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은 부패행위의 유인이 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정치적 제재 이외에는 제재방법이 없다”고 논문에 적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자체장의 부정부패는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2011~2022년 강원도지사를 3연임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해 만든 알펜시아 리조트를 입찰방해를 통해 KH그룹에 헐값으로 매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KH그룹은 사주 배성윤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위반 사건 변호사비 대납의혹을 받고있는 쌍방울그룹 사주 김성태씨와 과거 조폭활동으로 연결된, ‘형제기업’으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7일과 28일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자택을 비롯해 강원도개발공사와 서울 강남구 KH그룹 본사 및 관계사 사무실 등 2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 전 지사는 지난해 5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5차 입찰공고 직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내 식당에서 배 회장과 만난 사실이 검찰 수사망에 포착됐다. 당시 최 전 지사는 배 회장을 만나 입찰도 시작되기전 ‘축하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H그룹은 2019년 12월 사모펀드와 함께 약 6000억원에 하얏트 호텔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알펜시아는 지난해 8월 KH필룩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 KH강원개발㈜에 7115억원에 최종 매각됐는데, 당시 입찰에 참여한 기업 2곳 중 나머지 한 곳도 KH의 그룹사인 IHQ가 만든회사인 것으로 드러나 입찰의 전 과정이 ‘짜고친 고스톱’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3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청은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나 좌파 활동가, 시민단체들이 일자리와 각종 보조금을 타내는 ‘보급기지’ 역할을 했다. 좌파 선동가 김어준이 서울시의 교통방송(TBS)에서 막대한 출연료를 받으며 편파방송의 또아리를 튼 것도 박원순 시장 때 벌어진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가 각종 민간단체에 보조금이나 위탁사업의 형태로 집행한 예산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좌파단체 위주로 선정해 내린 이같은 이같은 보조금이나 위탁사업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의 구청예산까지 더해져 좌파 시민단체 내지 지역 활동가들의 주 수입원이 됐다.

그러다보니 구청 문화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교양강좌, 중·고생 취미수업은 거의 대부분 좌경 의식화 학습장, 민주당 서울시장과 구청장 재집권을 위한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은 서울시에서의 민주당 장기집권을 위한 대표적인 좌파 근거지 사업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최근 시민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연대)'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말소하고 올해 공익활동 보조금 전액(1600만원)을 환수키로 했다. '촛불연대'는 최근 윤 대통령의 퇴진 촛불집회를 주관한 단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27일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원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단체를 운영한 점이 등록말소 처분의 원인"이라며 "해당 단체에 지원한 보조금에서도 부정적 집행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보궐선거 당선이후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단체 위탁사업 축소와 보조금 삭감을 진행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같은 예산삭감을 질타하자 "시민단체를 자처하면서 사실상 관변단체의 역할을 했던 곳들이 많다"며 "이 같은 단체들은 상당히 비정상적이며 강력하게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21년 민간위탁 및 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전년도 1788억원에서 절반(832억원) 가까이 삭감한 965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당시 민주당 과반수였던 서울시의회가 반발, 200억여원을 복원하고 좌파 언론들은 “학생들이 구청 문화센터 기타수업도 못받을 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의 주요 국책사업이었던 태양광사업 지원을 둘러싼 지자체와 민주당 및 좌파 시민단체 인사들 간의 유착문제도 추후 전면적인 사정이 불가피한 대표적인 지역 토착비리로 꼽힌다.

386 운동권 출신 민주당계 정치인 허인회씨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녹색드림이라는 태양광발전 업체를 만들어 서울시로부터 2017년 19억3200만원, 2018년 17억8000여만원 등 1백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받았다. 그는 중앙정부로 부터도 2017년에만 6억2100만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하지만 정작 허씨가 처벌된 혐의는 직원 임금 미지급 같은 노동법위반 내용이었고, 서울시와의 유착의혹은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내내 태양광 발전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사업자와 지방 단체장의 유착 의혹은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인 양상이었다.

현재 감사원과 산업자원부는 태양광보조금 지급 실태와 관련한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추후 이와 관련해 지역 토착비리 근절 차원의 대대적인 사정돌풍이 예상된다.

이상호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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