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강원도 강릉 외가쪽 인연에 서울법대 동기, 검사경력까지 겹치는 권성동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정계진출과 국민의힘 입당, 대선후보 경선을 승리로 이끈 ‘윤핵관’의 핵심 멤버중 한명이다.

대선이 끝난 뒤, 권 의원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못지않은 영향력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다수의 ‘자기사람’을 보냈고, 현재 대통령실에도 그의 추천으로 입성한 사람이 적지않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3월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권성동 의원 본인은 출마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 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특히 윤핵관 중 권 의원 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좀더 두텁다는 장제원 의원이 김기현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김장연대’가 이루어지면서 권성동 의원의 출마는 물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9일 권 의원측이 지난 대선때 윤석열 캠프에서 일했던 참모 300여명을 모아 '국민캠프 송년회'라는 대규모 세과시 이벤트를 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 때처럼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의지와 열정을 되살리자, 신발끈을 동여매자"고 말했다. 그리고 "정권교체는 한 30%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생각한다"며 "요즘 대통령 지지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지지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방심하면 안된다. 더 높이기 위해 당정이 일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대통령과 대표) 양자간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한다. 서로 믿어야 한다. 결국 이런 사람이 당 대표가 돼서 당정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게 총선 승리 지름길"이라고 했던 권 의원은 이날 "이제 우리가 이번 총선서 다수당이 돼야 정권교체가 완성된다"며 당 대표 출마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송년회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실무자급으로 활동했던 원외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당일 서울 동대문구 을 지역의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된 김경진 전 의원과 이완영 전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일했고, 이날 참석한 한 읺사는 “권성동 의원은 내년 1월 초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 의원측은 이날 행사를 한 중앙보훈회관에 캠프 사무실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은 이르면 내년 1월 6일 출마 선언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의 이런 움직임에 맞선 김장연대쪽의 대응도 긴박해지고 있다. 국민의힘내 친윤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은 1월5일 배현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당원협의회 당원연수 행사에 대거 참석하면서 당권 주자중에는 김기현 의원만을 연사로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제원 의원을 비롯, 박수영·김정재·유상범 의원 등 국민공감의 간사급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김기현 의원 지원에 나설 예정인데, 박수영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당 대표 출마자 중에는 김기현 의원만 오시는군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장연대측은 이와함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 부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무려 3시간동안’ 만찬을 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장연대는 국민의힘에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뒤 내년 전당대회에서 만들 지도체제의 성격을 둘러싼 여권 핵심부의 내부 토론 끝에 나온 결과물로 윤심까지 실려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 인사가 당 대표를 맡을 경우 유승민 안철수계 등 ‘비윤세력’의 반발로 여당의 분열, 불협화음이 우려된다는 고려가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성동 의원이 출마를 고집하는 것은 이런 전망과 결정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9일 보훈회관 행사에서 말한 것처럼,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식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견인한 강력한 여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권성동 의원의 이런 행보는 여당의 분열과 내홍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장연대에 대한 경계심에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했던 유승민 안철수 계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의 정치사에서 여당의 몰락은 야당과 편파언론의 계파정치 프레임 공격과 이에 놀아난 내부분란이 주원인이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윤심주자’와 ‘비윤’, ‘윤핵관’과 ‘비핵관’의 대결 양상으로 가서는 최고의 목표인 2024년 총선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극심한 윤심갈등은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비주류들의 탈당과 신당창당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체제 등장 이후 ‘분당설’이 나도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먼저 와해될 수도 있다.

당장 29일 발표된 국민의힘 신규 당협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탈락한 지원자와 언론이 한입으로 ‘윤심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권성동 의원이 끝내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질지 아직 100%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페이스메이커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친윤 후보에 대한 비판여론을 본인이 뒤집어 씀으로써 김기현 의원 등 색채가 엷은 다른 친윤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한 출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어찌됐던 권 의원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여론에 비칠 부정적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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