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글씨로 유명한 간첩 신영복(1941~2016)은 단 한번도 자신이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육사교수로 재직 중 검거됐던 그는 “엘리트 장교들의 의식에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하려고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신영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상가”라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게 자랑했고, 신영복체로 된 국정원의 원훈석까지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5년 내내 청와대에서 소주로는 신영복이 써준 상표의 제품 한가지만 마셨다.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주인이 됐지만 그 소주외에 유명한 다른 소주가 청와대에 납품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일 2023년 신년인사회를 열었는데, 이날 행사장의 백드롭에 '언제나 국민곁에, 민주당'이라는 글귀를 신영복체로 만들었다. 민주당 지도부, 다수의 의식속에 자리잡은 종북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문수 경사노위위원장은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을 존경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던 말 때문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쫒겨났다.

하지만 취임내내 민주당과 좌파세력, 편파언론에 발목이 잡혀 급기야 ‘비속어사용’이라는 누명까지 썼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무렵 수세에서 공세로 국정기조를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그나마 지지율을 회복하는데는 김문수 위원장의 공이 적지않은 것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새해를 맞아 각계각층에 연하장을 보내면서 ‘칠곡할매체’로 된 글씨를 사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씨체는 경북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우고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12월께 만들어졌다. 배움학교 할머니들은 대부분 1930년대에 태어나 학교를 가지못해 한글을 배울 수 없었다.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 400개 중 5종을 뽑았다. 이때 선정된 어르신들이 권안자 할머니와 김영분(77), 이원순(86) 이종희(81) 추유을(89) 할머니다.

할머니들은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000장에 달하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을 했고, 칠곡군은 이증 1만여 장을 모아 글꼴을 만드는 업체에 맡겼고 그 결과물로 칠곡할매체 글씨가 세상에 빛을 본 것이다.

칠곡할매글꼴은 할머니들의 이름을 따서 '권안자체', '추유을체', '이종희체', '김영분체', '이원순체' 다섯종류로 구성됐다.

이후 해당 글꼴은 한컴오피스·MS워드·파워포인트 등에 정식 글씨체로 등록됐고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 5종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칠곡군은 지난해에는 한글날을 맞아 아예 기획상품(굿즈)까지 내놨다. 정감 있는 글씨를 넣어 만든 병풍, 술잔, 부채 등 30여종의 상품을 기획해 전시했는데, 전시 첫날 한글을 되살린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손자 최홍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칠곡할매글꼴 5종은 칠곡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컴퓨터에 설치된 대부분의 워드프로세서 등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인쇄물이나 출판용 서책,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할 때는 칠곡할매서체임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

윤 대통령도 올해 연하장에서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운 권안자(79)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되었습니다'고 연하장 카드 하단에 적었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검찰총장 신분일 때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글씨체가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됐다는 소식을 접한 권안자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칠목할매체 사용은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려던 간첩의 글씨체가 여전히 소주병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글씨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이 보여주는 ‘종북주의의 범람’에 맞서는 의미있는 개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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