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기관에 책임을 묻지 않고 용산구청·경찰·소방 등을 끝으로 수사를 일단락짓는 수순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근거한 결론이라고 한다.

대신 특수본은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가 구체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임재(54·구속)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62·구속),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 등 관계기관장 및 간부급 책임자들 수사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재난안전법의 전체적인 규정과 취지를 봤을 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재난 대비·대응 의무를 지는 것은 기초자치단체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행안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 3단계로 설정한다. 행안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고 광역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에 특화된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자치단체가 최종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입안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 계획을 세울 구체적 의무가 없다고 봤다.

특히 특수본은 두 기관에 재난 대응 책임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점이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서울시 조례가 서울시 재난대책본부장이 용산구 재난대책본부를 지휘·지원하도록만 규정할 뿐 의무와 책임은 명문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재난 대응 책임 역시 용산구 재난대책본부에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기초자치단체가 구체적으로 지게 한 재난안전법은 행안부와 서울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한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수본 관계자는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힘든 만큼 그 상급 기관인 행안부에도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