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시진핑은 작년 10월에 3연임을 확정했다. 당초 그가 3연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에서 유력한 반대의 이유 중의 하나로서, 그가 불필요하게 미국에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하여 중국이 경제적인 분야 등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초 중국 국내외에서는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한 후에는 경제적인 실리를 취하기 위해 공세적인 외교를 잠시 중단하고 유화적인 외교를 할 것이라는 주장과 반면에 그가 그간 시행해온 공세적 외교를 유지 내지는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와 관련, 그가 3연임이 확정된 지 3개월여가 지난 현재 그의 외교 방향을 일단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큰 틀에서 그의 공세적인 외교는 변화한 것이 없으며, 전술적으로 일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 대해서는 일단 긴장된 양국관계를 우선 관리하면서 갈등을 확대하지 않는 한편, 전술적으로 여타 국가들에 대해 ‘이이제이’ 외교를 통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의 미국에 대한 외교행태를 보기로 하자. 작년 11월 14일 ‘G20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네시아에서 미중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외부에 공개된 회담 초반의 분위기는 모양이 부드러웠던 것으로 보여졌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양국관계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고 일단 관리하자는 데 입장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담 직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중국 정부도 미국 국무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여 양국관계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이는 양국관계 개선의 신호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미국이 양국관계 개선에는 아직 많은 장애가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중국의 여타 국가들에 대한 외교행태는 다음과 같다. 시 주석은 작년 11월 다자회의 계기 시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였다. 그는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18-19일 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해 총 19개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적 강경파라는 이미지와 달리 부드러운 정치가로 행세하면서 ‘미소외교’를 구사했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 대해 ‘블록 정치’, ‘냉전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올라츠 숄츠 독일 총리는 11월 4일 독일 대기업 회장들과 함께 방중하여 시 주석을 만났다. 독일 총리는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처음 방중하는 서양의 지도자로서, 유럽국가들의 중국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럽의 균열을 의미했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반기고 있다. 그리고 12월 1일 방중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시 주석은 “패권 추구를 안 할테니, EU와 유럽이 신냉전에 반대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시 주석은 12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중동의 리더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이는 최근 사이가 벌어진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를 뚫고 들어간 것으로서, 미중 신냉전에서 중국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한 공세적인 자세에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전술적인 변화를 통해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우회하여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상당 기간 동안 ‘버티기’를 하면 어려움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중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중 간에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고,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공세적 외교를 유지한 채 전술적으로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외교정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뿐이며, 오히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더욱 강화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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