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빠 vs 손까 대리전?...축구협회, 트레이너 논란에 "전문 의료진과 부상 소견 달라 혼선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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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3.01.10 16:16:39
  • 최종수정 2023.01.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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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과의 H조3차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6강 승리를 확정지은 후 기뻐하는 모습. 이 기쁨의 뒤에는 대표팀 내부의 갈등이 있었음이 10일 축구협회의 입장문 발표로 공식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10일 오전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 직후부터 대표팀 일부 선수들과 축구협회 간에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안 씨는 2022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손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에 머무르며 대표팀 선수 일부를 관리해줬는데, 축구협회에 제식구 감싸지 말라는 저격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또한 지난 2018년부터 안 씨를 대표팀 지원 스태프로 공식 채용해달란 요구에 대해서 축구협회가 거부했으며 축구협회 트레이너 중에 무자격자가 있단 논란도 빚어졌다. 이에 더해 안 씨와 대표팀 의무팀장과의 갈등설도 불거졌었다.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가 지난 7일 SNS에 올린 축구대표팀 사진. 안 씨는 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사실상 축구협회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다. [사진=인스타그램]

축구협회는 이렇듯 여러 논란들이 겹쳐 있는 사안에 대해 약 6천자에 달하는 긴 입장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축구협회는 우선 비교적 늦게 입장문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선수단의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런 분위기에서,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이 문제를 섣불리 언급할 경우 협회가 나서서 분위기를 깨뜨린다는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선수들, 의무진을 포함한 지원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아픈 기억을 되살려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여겼다"며 "안덕수 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기다린다'고 SNS에 적었기에 당사자가 직접 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면 적극 해명을 하자는 것이 협회의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이어 안 씨가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에 왜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2021년 11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다"며 "이 무렵 일부 대표선수들이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회에 요청을 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해당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했지만, 안덕수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2022년 6월쯤 일부 대표 선수들이 다시 요청했다"며 "이에 대해 '모집 공고 때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 일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 유무부터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 결과 축구협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물리치료사·건강운동관리사·선수트레이너·운동처방사 4개인데, 안 씨가 보유한 자격증은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라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자격증 보유 여부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2022년 3월 연령별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모집 때는 국가공인자격인 물리치료사와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보유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손흥민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현지에 도착하면서 안덕수 씨와 다른 2명의 개인 트레이너도 현지에 왔다"며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 선수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안덕수 씨를 포함한 3명의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월드컵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단 것이다.

축구협회는 안 씨와 의무팀장 A씨와의 갈등설도 해명했다.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 22일 일부 선수들이 협회 대표 책임자를 찾아와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 귀국 조치를 요구했다"며 "안덕수 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A 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선수들은 또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나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협회는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애초에 안덕수 씨가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므로 협회가 판단하여 고용하지 않은 것이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축구협회는 안 씨가 저격한 것으로 풀이되는 협회 의무 스태프 B씨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협회는 "자격증이 없다고 선수들이 지목한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해오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었으므로 의무 스태프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B씨와 안덕수 씨는 경우가 다르다.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은 2020년이다. 이 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 협회가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던 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약 후 정부 자격증 요건이 새로 시행돼 소급해서 계약을 해지할 순 없었다"며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하지 못하면 재계약 불가하다고 B씨에게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B씨는 지난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도 했다.

축구협회는 "일부 선수들 요구에 대한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의무 스태프를 포함해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 잘못 없는 A 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고 하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었다"며 이번 논란이 작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훈련과 경기 후에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현지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현지 전문의와 대표팀 닥터진의 소견과 안덕수 씨의 소견이 달라 혼선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 이후 안덕수 씨가 자신의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그가 국내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건 적절치 못한 처사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의 미흡한 점도 시인했다. 대표팀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 대안을 찾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의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 점도 미진했다고 인정했다.

축구협회는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 데 달려 있다"며 "협회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 간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고 협력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며 의무 트레이너 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연구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축구협회의 입장문에 대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깔끔하고 합리적인 설명이라 평가하고 있다. 입장문이 안 씨와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쓰여진 게 아니라 대표팀과 안 씨의 공적을 충분히 인정하는 가운데 축구협회의 미진한 점 또한 보완하자는 미래지향적 관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축구협회의 입장문 공개 후 축구협회를 비판적으로 보고 안 씨를 옹호하던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도 포착된다. 특히 '안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나 다른 직책으로 등록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등 원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려 했던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으로서 할 만한 발언이 아니기에 강하게 비판하는 측에서는 '이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손빠(손흥민 선수 팬)'냐 '손까(손흥민 선수 싫어하는 사람)'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논란의 장본인인 안 씨가 손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이기 때문이다.

앞서 안 씨는 지난달 7일 SNS를 통해 "(국가대표팀 숙소) 2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이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인터넷 연예 전문 매체는 지난 2일 단독 보도에서 '축협이 태극전사를 속였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재 안 씨의 SNS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안 씨가 지난 7일 SNS에 올린 글. 이 글은 축구협회에 대한 저격으로 해석됐다. [사진=인스타그램]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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