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3년 선후배 지간으로 1980년대 후반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함께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판사를 그만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특보로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을 하고 있을 때, 검사 윤석열은 “우리 나 여사(나경원 의원)가 대선에 출마하면 내가 검사 그만두고 적극 돕겠다”고 말하곤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노무현 정권 시절, 한나라당 초선 의원으로 당 대변인을 맡아 점점 좌경화되는 집권세력에 맞서 TV토론에 단골로 출연, 격렬하게 싸웠다. ‘나경원 마녀화’는 그때 좌파들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총애’, 탁월한 미모로 인해 보수정당내에서도 견제가 없지는 않았다.

오는 3월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하게 ‘당 대표감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당원들이 그 시절의 ‘전투성’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 무렵 서울 마포에 있는 허름한 호프집에 나 전 의원이 들어서자 초로(初老)의 호프집 여주인은 환호작약(歡呼雀躍)했다. 자기가 한나라당 당원인데 “당차게 노무현 정권에 맞서는 모습을 너무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그때까지 호프집 여주인이 한나라당 당원인지 몰랐다.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의 유세기획단장으로 윤 후보와 함께 전국 곳곳에 유세를 다녔던 박종희 전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은 당내 인사중 지난 대선때 가장 인기있는 연사였다”고 말한 바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윤핵관 세력으로부터 온갖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나경원은 제2의 유승민”이라는 막말에 민주당의 비아냥까지 난무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서실이 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 비난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공직을 배경으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자리가 대통령실이 말하는 ‘공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시 대출금을 탕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을 놓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이보다 더한 공약도 했다.

어차피 저출산 문제는 돈이 개입되지 않고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다. ‘한국 정치의 돌연변이’ 허경영의 각종 공약 중 국민들이 가장 공감하는 것이 결혼 및 출산시 포상금 지급이다.

지난 20여년간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수백조원의 돈을 썼지만 출산율은 떨어지기만 했다. 결혼 및 출산의 당사자에게 수백조원의 예산이 쓰이지 못하고 옆으로 샜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최근 저출산문제와 관련,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시 비속어파동을 조작하고 도어스테핑의 중단을 초래한 MBC 슬리퍼 기자와 인터뷰를 한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분노’를 샀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전쟁’을 하고있는 MBC 및 슬리퍼 기자의 편에 섰다는 인식 때문이라면 현재의 대통령실은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는 ‘협량(狹量)’하기 짝이 없는 집단이다.

정도에서 어긋난 윤핵관과 대통령실의 이런 행태는 결국 고스란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우파 논객이었지만 요즘은 친문·친명 좌파들과 함께 반 윤석열 방송을 하고있는 변희재씨는 최근 여권 핵심부의 나경원 견제의 배후에 김건희씨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변희재씨는 그 이유로 “나경원이 김건희 보다 예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최근 보여주는 여당 문제에 대한 개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여당 관리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루어진다는 것이 대통령실 안팎의 지적이다. ‘친박’ 내지 ‘진박’에게 여당 관리를 전적으로 위임해 탄핵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여당 관리가 그 모습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한국 정치의 적폐청산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바 있다. 지금 양상이라면 아무짝에 쓸모없고 여당 분란만 일으키는 정무수석실도 빨리 해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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