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박성제 MBC 사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박성제 MBC 사장이 13일 연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MBC의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치권 언론보도에 관한 품질 하락 문제의 근원이 바로 그의 운영 행태에게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방문진에서 강조하며 '박성제 사장 해임안'의 취지를 언급한 것이다.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박성제 사장은 MBC를 위해 연임 도전을 포기하시기 바란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이사가 박 사장의 연임 포기를 촉구하는 주요 근거 사례로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으로, 앞뒤 맥락없는 단편성 보도가 MBC의 보도 행태라고 그가 꼬집은 것이다. 그 일례가 지난해 9월 벌어졌던 MBC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 사건이다.

김 이사는 이 사건이 있은 후, MBC는 대통령실이 제기한 보도경위에 대한 질의서에 대해 왜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서 김 이사는 '자막 논란과 언론의 책임'이라는 자신의 글과 함께, "MBC의 콘텐츠 경쟁력 부진을 질타했는데 깜빡하신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자세한 내용은, 김 이사가 이날 밝힌 그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김도인 이사의 글 전문.

서울 마포구 MBC 사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서울 마포구 MBC 사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전문]

<박성제 사장, MBC를 위해 연임 도전을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오늘(1/13) 박 사장이 페이스북에 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더군요. 저는 박 사장이 연임을 시도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9월 20일 방문진 이사회에 '박성제 사장 해임안'을 제출한 것은, 제가 작성한 해임 사유를 읽어보고 연임 도전을 포기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작년 12월 2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연임할 생각하지 말고 남은 임기 정리 잘 하라고 권고했고, 지난 10일 열린 2023년 업무운영계획 보고 때는, MBC가 박성제 사장의 연임을 위해서 'Underdog 전략'이라는 위험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9월 대통령 순방 기간 중 MBC의 보도 행태는, 정치인의 말 실수 등을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흥미 위주로 보도하고 꼬투리를 잡는 전형적인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었습니다.

MBC는 작년 9월 22일 오전 10시 7분 언론사 중 최초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썸네일 제목을 달아서 MBC뉴스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자막을 달지 않고 발언 내용을 소개한 다음, 바로 뒤 이어서 자막을 단 상태에서 무려 3번이나 윤 대통령의 sync를 연속해서 반복 재생했습니다.

음성 공학 전문가도 확실치 않다는 내용을 '바이든'이라고 단정해서 말이죠. 이후 TV뉴스에서 '(미국)'이라는 자막을 단 것이나,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에 이 자막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으로 문의한 것도 전형적인 '가차 저널리즘'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지적은 작년 10월 9일 펜앤마이크에 기고한 <MBC '자막논란'과 언론의 책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관련기사 : [김도인 칼럼] MBC '자막 논란'과 언론의 책임)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2022.09.22/MBC뉴스)2022. 9. 22.(사진=MBC뉴스 캡처)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2022.09.22/MBC뉴스)2022. 9. 22.(사진=MBC뉴스 캡처)

9월 28일 대통령실에서 <순방 기간 중 보도에 대한 질의서>를 MBC에 보냈습니다. "질의를 드립니다"와 같이 정중한 문체로, MBC의 보도 경위를 묻는 질의서이더군요.  MBC의 보도 내용 때문에 피해를 본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질의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답변서를 제출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안 했더군요. 제가 보도본부장에게 대통령실의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는데, 명확하게 답변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작년 11월 9일 대통령 순방 전용기에 MBC 기자의 탑승 불허 결정이 있었고, 11월 18일에는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때 MBC 이기주 기자가 슬리퍼를 신은 채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르는 '도발'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도발'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한 데 대하여, 이기주 기자는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이라는 거죠?"라고 고함을 질렀죠?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지 않나"라고 질책하는 비서관에게 "아니 그럼 질문도 못하나? 뭐가 가짜뉴스인가?"라고 고함을 쳤는데, 그런 MBC는 왜 대통령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건가요?

아마 이기주 기자의 이런 모습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에 반대하는 국민은 환호성을 질렀을 겁니다. 박성제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집회에 참가한 인원이 '딱 보니 100만'이라고 발언한 이후,  민주당 진영의 대표 방송으로 발돋음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었을 겁니다. 그때도 2019년 4분기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순위가 급상승했지요?  3분기 6위에서 4분기 2위로 올라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뢰도'가 아니라 차리리 '호감도'에 가깝다는 진중권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더군요. 

박성제 사장은 오늘 사장 연임을 선언하면서, MBC 뉴스가 <갤럽>이 조사한  ' 한국인이 즐겨보는 채널 1위'와 '신뢰하는 뉴스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2022년 4분기라는 말을 뺏더군요. '反 윤석열' 국민을 결집해서 신뢰도를 올린 2022년 4분기는, '친 조국' 국민을 결집해서 신뢰도를 올리던 2019년 4분기의 '데자뷰'였습니다.

"국회에서 이XX들이 바이든 쪽팔려서‥" 윤 대통령 막말 파문 국내외 확산  2022. 9. 22.(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국회에서 이XX들이 바이든 쪽팔려서‥" 윤 대통령 막말 파문 국내외 확산 2022. 9. 22.(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말이 나온 김에 얘기지만, 작년 연말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딱 보니 100만'이란 표현은 김어준씨가 한 말에 맞장구 친 것이라고 하셨더군요.  혹시 제가 착각했나 싶어서, 2019년 10월 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인터뷰 전문보기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박사장이 "'딱 보니까 이건 그 정도 된다. 100만 짜리다'라고 저는 생각한 거죠"라고 하니, 김어준씨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더군요.

이렇게 국민들을 정파적으로 갈라치기 한 결과는 '신뢰도'보다 훨씬 높은 '불신도'입니다. 2022년 '시사IN'의 조사에 따르면, MBC를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7.5%였던 반면, '가장 불신한다'는 응답은 10.2%였습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한국인이 즐겨보는 채널'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부분입니다. 마치 전체 콘텐츠 경쟁력에서 그런 줄 오해할 국민이 있을 것 같아 지적합니다. <갤럽>은 매달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는데, 2022년 한 해를 결산해보니 총 39편이 나왔습니다.

그중 KBS가 11편, SBS가 7편, tvN 7편, JTBC 4편 순이었고,  MBC는 TV조선과 함께 3편으로 공동 5위였습니다.  작년말 방문진 이사회 때, 제가 이 수치를 인용하면서 MBC의 콘텐츠 경쟁력 부진을 질타했는데, 깜빡하신 모양이군요.

혹시나 작년 9월 제가 제출한 '박성제 사장 해임안'을 못 봤을까봐, 해임안 전문을 첨부합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MBC의 안위를 위해 연임 의사를 거두기 바랍니다.(관련기사: [단독]MBC 박성제 사장 해임 제안서 전문...'국민갈라치기 보도' 등 세가지 사유)

2023년 1월 13일 

방문진 이사 김도인.//

서울 마포구 MBC 사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서울 마포구 MBC 사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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