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 대납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의 체포 당시 모습 (태국 경찰 제공)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의 체포 당시 모습 (태국 경찰 제공)

지난 8개월간 태국 등 동남아에서 도피행각을 벌여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귀국을 앞두고 KBS와 한 ‘수상한 인터뷰’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은 17일 국내로 송환될 예정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KBS 현지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고 KBS는 이날 저녁 뉴스에서 ‘단독(특종)’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문제의 인터뷰를 한 김 모 특파원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KBS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친문 편파방송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내비리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쌍방울 비리 중 최대 의혹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의혹과 관련, 추후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할 진술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KBS는 이날 보도에서 변호사비 대납의혹과 관련해서만 유독 김모 특파원의 질문내용은 공개하지 않은채, 김성태 전 회장의 대답만 보도했다.

다음은 변호사비 대납의혹에 대한 이날 KBS의 보도내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어요. 그 사람을 왜 만납니까? 그 이재명 때문에 제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는데 (전화통화를 하신 적도 없습니까?) 없습니다. 없어요.”

이 문제는 KBS 특파원의 질문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김 전 회장이나 쌍방울 그룹에서 대납해준 적이 있습니까?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측으로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20억원이 간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으면 될 일이다. 경력 1년 미만의 초보보기자라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고참 기자출신인 KBS 특파원의 질문은 공개되지 않았고,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만난 일도 전화한 일도 없다”는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결국 KBS의 이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인터뷰는 그의 혐의를 축소하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이밖에도 KBS 특파원은 김 전 회장과 인터뷰하면서 혐의가 무거워 법정형량이 높은 변호사비 대납(뇌물제공) 회사돈 유용(횡령) 같은 의혹 대신 배임이나 외환관리법 위반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이같은 주장을 둘러싸고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만난 일도, 전화한 일도 없는데 “그 이재명 때문에 제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이런 태도는 통상 뇌물사건 관련 피의자가 검찰에 출두할 때 보여주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피의자나 증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피의자의 경우 “하늘에 맹세코” “제 자식의 이름을 걸로”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와 만나거나 통화를 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 이는 뇌물수수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거나 증거가 잡힌 피의자들이 “부정한 돈은 받은 일이 없다”고 꼬리표를 다는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김 전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그룹 사이에 있는 제3자를 통해 이 문제를 처리했거나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등의 돈을 세탁해준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문제의 KBS 인터뷰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 “그 당시 문재인 정권 때는 남북관계 좋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까지 안좋아질거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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