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유총연맹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무성 전의원과 장제원 의원

‘민정-민주계’, ‘친이-친박’. 과거 보수정당 궤멸의 지름길은 이런 계파정치였다. 친이-친박간의 극한갈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하는 자유 민주세력의 참패로 이어졌다.

이후 계파정치가 다시 부활돼서는 안된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지난 대선때 국민의힘 후보경선 과정에서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이 윤석열 후보쪽으로 심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특히 윤석열 후보가 기성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에서의 계파갈등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3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윤-비윤’이라는 계파갈등과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용산 대통령실의 참모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이지메’, 집단 따돌림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63명 중 50명이 참가한 나경원 비난 성명서는 과거 민주당이 그랬던 것처럼, 나 전 의원을 마녀로 만드는 ‘정치적 테러’에 가까운 구절들이 넘쳐났다.

문제의 나경원 규탄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대부분이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를 받아 출마하려는 비례대표, 현재 지역구에서의 장악력이 온전치 않아 다음 공천이 불안한 사람, 윤석열 정권에서 장관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다.

나 전 의원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 초선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까지 암시하며 참여를 권하는데 모욕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때 친이세력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과 이재오였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라 불과 몇 년만에 이상득은 출마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고, 이재오는 다른 친이계 핵심들과 함께 낙선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뛴 뒤 서청원, 최경환과 같은 친박의 좌장들은 앞선 친이세력의 거두들 보다 더 심한 종말을 맞았다.

지금 친윤의 좌장은 장제원 의원이다. 김기현 의원과의 소위 ‘김장연대’ 이후 괴력을 보이더니 마침내 김기현 의원을 여론조사 1등으로 만들었다.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가 탄탄하다. 4선 의원을 지낸 선친 장성만 국회 부의장에 이어 낙동강변 부산 북부 지역에서 3선, 부자가 합해 무려 7선을 했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동서대학교는 선친이 세운 전신, 경남공전까지 합하면 역사가 무려 50년이다.

2008년 4월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를 비롯해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1부총장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 3인방이 한꺼번에 낙선했다. 셋다 지역구가 탄탄하기로 치면 오늘날의 장제원 의원 저리가라였다.

정권실세였던 세 사람 모두 공천 초기에 일찌감치 ‘단독 공천’을 받아 다른 의원들로부터 두루두루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낙선을 놓고 ‘박근혜의 저주’라는 뒷말까지 나왔다.

총선 열흘 뒤 김무성 서청원, 홍사덕 등 친이계에 찍혀 공천을 받지 못해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연대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들이 국립현충원에 이어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집을 찾았다.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이 이들을 반갑게 맞아 한 마디를 했다.

“총선날 이재오 이방호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그날 밤에 잠이 안오더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지금 당장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이 줄을 서니까 그 권세가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피해자의 저주, 반작용이 있음을 최근 정치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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