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새벽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청구 만료 직전에 청구된 검찰의 영장 청구서는 50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알려졌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구속영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관련 혐의가 누락됨에 따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귀국한 김성태, 귀국 거부한 재경총괄부장에게 ‘책임전가’ 작전 펴나

검찰은 지난 17일 입국한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이틀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먼저 조사했으며, 18일 조사에서는 뇌물공여와 대북 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나머지 혐의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진술 거부나 묵비권 행사 없이 조사에 임했으며,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돈 문제는 모른다.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기소 전까지 관련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경총괄본부장은 김 전 회장의 전 매제인 김 모씨다. 김씨는 태국에서 체포된 후 당초 김 전 회장과 함께 귀국하려다가 돌연 송환 거부의사를 밝혔다. 결국 김 전 회장이 조기 귀국했으나 “돈 문제는 나는 몰라”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김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의 대국민 사기극 프레임으로 몰고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빠진 것과 관련해, 검찰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오는 28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맹점'을 부각하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검찰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영장청구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빠졌다. 그동안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조 사무총장은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 마타도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지도부 그리고 보수 유튜버, 일부 언론에서 이에 편승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재명 대표를 악의적으로 공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책임하게 의혹제기하고 부풀리고 기정사실인양 공격해 왔다. 국민의 힘은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도 이를 바로잡아주기를,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보탰다.

박성준 대변인 역시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이 조작수사를 해왔다는 걸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며 "검찰이 그간 수사과정에서 이 내용을 다 알 고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부풀리기 해왔는데 묵인한 것 아닌가. 검찰이 자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결국 가짜뉴스였다"며 "특히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의혹을 부풀린 당사자"라고 쏘아붙였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펼쳤다"라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별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송환 거부한 재경총괄본부장 귀국이 관건

하지만 검찰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따로 청구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구속영장은 기소를 하기 위해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었거나, 증거나 증인이 확실한 혐의를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충분한 증거가 포함돼 있을 경우, 판사가 구속 사유 불충분으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통해 마련된 비자금이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비자금 관리를 담당한 재경총괄본부장인 김모씨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재 태국에 있는 김씨는 김 전 회장 체포 직후 귀국 의사를 밝혔다가, 돌연 송환거부 소송에 나섰다. 김씨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는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기 전까지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이 ‘돈 문제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수사와 관련해 키맨인 만큼, 어떻게든 귀국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송환 이후 쌍방울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민주당의 주장대로 ‘대국민 사기극’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판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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