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또는 남학생만 다니는 단성(單性)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어촌 뿐 아니라 대도시에 학교들도 남녀공학으로의 전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여파와 도심 공동화 현상 등으로 학생수가 부족해서다.

22일 각 시·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남자학교인 장충고와 여자학교인 상일여중 등이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장충고는 2020년 학생 수가 412명이었지만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363명으로 줄었다. 마찬가지로 상일여중은 지난해 기준 학생 수가 461명이었는데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어려움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신청했다. 

부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도구의 유일한 남자 공립고인 부산남(南)고는 개교 70년 만에 학교를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로 이전하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산남고는 올해까지만 신입생을 받는다. 신도시로 이전해 2026년부터 남녀공학으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울산 중구의 공립 남자고교인 울산중앙고도 올해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 인구 공동화 현상의 직격탄으로 학생 수가 2020년 449명에서 지난해 376명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농산어촌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학생이 줄면서 학교들이 '살길'을 찾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육개발원(KEDI) 누리집에 실린 '우리나라 소규모학교 특성변화와 추이분석' 보고서는 '구도심 소규모 초등학교'의 학교당 학생 수가 2012년 362.32명에서 2020년 211.79명으로 41.53% 급감했다고 밝혔다. 산간벽지 '고립형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 수가 31.19명에서 20.03명으로 29.36%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감소세가 가파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전에는 생활지도를 위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학생 수 감소와 통학 거리 문제 때문에 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선 학교 이전으로 지역 교육 인프라가 나빠지면 지역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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