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블룸즈베리에 위치한 영국박물관이 '한국 음력 설'을 소개하다 중국 네티즌들의 집단 댓글 공격을 받고 있다.
영국박물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각) 한국 설 관련 행사를 홍보하면서 트위터 등 SNS에 'Korean Lunar New Year'라고 적었는데, 중국 네티즌들이 집단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며 소위 '악플'을 단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영국박물관 트위터 공식 계정에 몰려가 "Happy Chinese New Year다" "이럴 거면 크리스마스 인사할 때 메리 코리안마스라고 해라" "온 우주를 한국 것이라고 해라" 등 악플을 쏟아냈다.
이에 영국박물관 측은 12일에 올렸던 게시물은 삭제한 상태다.
중국 네티즌들은 공격 대상이 사라지자 영국박물관의 다른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고 있다. 한 중국인은 중국 도자기 게시물에 "당신들 박물관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기를 소장하고 있군요"라며 "당신들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역사적인 유물들 일부가 중국에서 온 것이고 이는 본차이나라고 불리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건 그렇고(BTW, by the way) 음력 1월 22일은 중국 음력 설이다. 한국 음력 설 대신에 그렇게 올리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중국인들도 "메리 코리안 크리스마스라고 해라. 중국 음력 설이라고 써야한다" "영국박물관이라고? 도둑 혹은 강도 박물관이지" "안녕 한국 박물관" 등 댓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부 극성 중국인은 한글로 "크리스마스는 한국 명절이다" "성탄절과 기독교는 한국의 전통 명절이다" 등 다소 황당한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에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네티즌들 역시 황당해하는 모습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이 또 열폭한다" "영국박물관이 한국이 음력 설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여주는 행사를 기획한 것 뿐인데 왜 저렇게 발작하냐" 등 이해할 수 없단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네티즌의 글에도 "역사를 공부한 적 없냐" "영국이 중한 양국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단 것을 모르냐, 멍청하다" 등 악플을 나믹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음력 설을 한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쇤다는 사실에 무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교가 비교적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중국 음력 새해로 부르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음력 설을 기념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국에서도 그동안엔 '중국 설'로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엔 중립적인 'Lunar New Year'로 바꾸고 있다. 영국 총리실 등 공식 정부 기관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영국박물관은 20일(현지시각) 한국 설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란 제목으로 한국 전통 음악·무용 공연 및 한국관 큐레이터 설명 등의 시간을 가졌다. 다만 행사 관련 웹사이트에선 '한국 음력 설'이란 표현을 빼고 동아시아권 음력 설의 기원을 설명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