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사실상 재택근무제 폐지 방침을 정함에 따라,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크루 유니언)가 사실상 과반 노조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인 크루 유니언이 사실상 과반 노조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인 크루 유니언이 사실상 과반 노조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위드코로나를 겪으면서 수차례 변화를 거듭해온 카카오의 근무제 정책이 직원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민주노총이 그 불만의 틈새를 노려 조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산돼온 재택근무제가 2,3년 동안 시행해본 결과 업무 효율성이 출근근무제에 비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재택근무제를 선호하는 MZ세대들의 성향이 출근근무제로 회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의 근로자들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해당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선택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민주노총 ‘총파업’, 카카오 등 IT업계로 확산되나

최근 수년 동안 대기업과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의 노조결성이 활성화됐으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경우 주로 한국노총이 제1노조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게임을 포함한 IT기업들은 민주노총이 제1노조의 위치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IT 및 게임산업에서 향후 강성 노조로 인한 노사관계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가 커진 몸집을 바탕으로 ‘총파업’ 등과 같은 과격한 방식을 동원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카카오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라는 생명력을 상실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화물노조 등의 총파업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생산손실은 오랫동안 연례행사로 굳어져왔다. 금속노조에는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소위 한국의 대표적인 중후장대형 기업들이 소속돼 있어, 그 총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인 ‘크루 유니언’ 과반 노조 달성... 향후 ‘총파업’ 등 우려돼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 지회인 크루 유니언은 1월 초 현재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중 4000여 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이중 카카오 본사 조합원 수는 19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조합원 중 본사 조합원의 비중이 약 47.5%인 셈이다.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가 커진 몸집을 바탕으로 ‘총파업’ 등과 같은 과격한 방식을 동원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판교아지트 지하의 전광판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카카오 지회가 커진 몸집을 바탕으로 ‘총파업’ 등과 같은 과격한 방식을 동원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판교아지트 지하의 전광판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본사 전체 사원 수는 지난해 6월 반기보고서 기준 3603명이다. 따라서 본사 기준으로는 과반 노조를 달성했다. 하지만 카카오 공동체 전체를 놓고 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과반 노조를 달성했는지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카카오가 최근 '전면 출근'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의 크루 유니언 가입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어쨌든 크루 유니언은 국내 IT 업계 사상 첫 번째 ‘조합원 1000 명 이상의 대형 과반 노조’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제조업 등에서 총파업을 주요 투쟁수단으로 삼아온 민주노총이 카카오의 과반노조가 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먹통’ 사태가 국민생활에 끼친 불편을 실감한 바 있다. 민주노총 소속 크루 유니언이 총파업과 같은 강성 투쟁을 벌일 경우, 데이터센터 화재보다 훨씬 길고 강력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반 노조로 인정되면 회사 전체 노동자들을 대신해 사측과 단체교섭에 나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크루 유니언 측은 이미 카카오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적용받고 있긴 하지만, 명실상부한 과반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카카오의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협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대화 시스템 붕괴?...크루 유니언, 홍은택 대표 제치고 창업자 김범수와의 대화 요청

'크루 유니언'은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책임과약속 2023' 간담회를 열고 사측의 ‘전사 재택근무 해제’ 방침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은 출근근무제 자체가 아니라 일방적이고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과 그에 따른 근무환경의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연합뉴스]

크루 유니언 서승욱 지회장은 “유연근무제 2.0, 메타버스 근무제, 파일럿 근무제, 카카오온 근무제 등 202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근무제가 총 네 차례 바뀌었다”며 “일방적이고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과 그에 따른 근무환경 불확실성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2021년 11월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를 CXO레벨 조직단위로 선택하게 하는 '유연근무제 2.0'를 2022년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내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 대신에 2022년 5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하고, 이를 2023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 변경 등의 변화가 생기자 또다시 판교아지트를 중심으로 한 '파일럿 근무제'가 발표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 ON 근무제'가 발표됐다. 기존의 상시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출근근무제로 회귀하기로 했다.

서 지회장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도, 대주주들도 노조 측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공동체 전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수차례 했지만 여전히 공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 및 대주주등과의 공개적인 협의를 요청했다.

사측이 설립한 컨트롤타워 기구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와 김범수 창업자와의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공동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는 게 노조측의 논리이다. 특히 카카오의 조직문화인 원활한 사내 소통이 유명무실화됐다는 카카오노조의 주장에 상당수 직원들이 공감을 표명하면서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카카오 직원들이 홍은택 카카오대표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카카오노조가 최고경영자(CEO)인 홍 대표를 제쳐두고 김범수 센터장과의 대화를 요구한 것은 노사간 불신을 키우는 행태이다. 카카오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더욱이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임직원 대상의 내부 오픈톡 행사에서 근무제 개편과 관련한 직원의 질문을 받고 “출근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전원 출근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카카오가 출근근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해 10월 화재사고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방지 및 소비자 신뢰회복 등을 위한 결정이다. 카카오톡이 블랙아웃됨으로써 신뢰를 상실한 카카오톡 서비스개편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는 출근근무가 필요하다는 게 홍 대표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홍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노조는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등 IT 기업 전반에도 ‘민주노총 바람’ 거세져

더욱이 민주노총은 지난 수년 동안 넥슨 자회사 네오플, 한글과컴퓨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에서도 과반 노조 지위를 차지했다. 이들 노조의 노조원 수도 각각 수백 명에 달한다.

IT업계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크루 유니언에 이어 네이버의 민주노총 지회인 '공동성명' 등도 급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수운 공동성명 교육홍보실장은 "카카오노조의 성장에 편승해 가입률을 높이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크루 유니언이 그간 잘해 온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IT 업계에서도 '노조가 우리를 보호해 주는구나'라는 인식이 확산할 것 같다. 응원과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주요 IT기업의 과반 노조로 자리잡을 경우, 노사갈등 심화와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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