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사고액이 작년 한 해만 400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며 보증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청한 세입자 5명 중 거의 2명 꼴로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에 세를 들었다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해 4382억원으로 전년보다 827억원(23%) 늘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한다.

이같은 이른바 '악성 임대인'은 지난해 227명으로 이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HUG에 갚아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금액이 연간 4382억원에 달한 것이다. 임대인 1인당으로 계산하면 19억원씩이다.

악성 임대인의 보증 사고액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8년 30억원에서 2019년 504억원, 2020년 1871억원, 2021년 355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사고액이 4년 만에 146배나 증가한 것이다.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사고는 전체 사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26억원이었다. 주택 5443세대의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는데, 이 중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이 37%(2037채)를 차지했다.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사고는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에 집중됐다.

다세대주택이 보증사고액의 64.5%(2828억원), 오피스텔은 25.0%(1094억원)를 차지했다. 빌라와 오피스텔에서 지난해 임대 보증사고의 89.5%가 터진 셈이다. 아파트는 7.0%(307억원), 연립은 3.1%(137억 원)를 차지했다.

특히 악성 임대인들이 보유한 오피스텔 보증 사고액이 특히 가파르게 늘었다. 다세대주택 보증 사고액은 2021년 2689억원에서 5.2%(139억원) 증가했으나 오피스텔 사고액은 2021년 378억원에서 2.9배 늘었다.

보증사고 금액이 554억원으로 가장 많아 명단 첫 번째 줄에 이름을 올린 1위 악성 임대인의 경우 오피스텔 사고액이 264억원(121건)으로 다세대주택(245억원·114건)보다 많았다. 2위 악성 임대인도 오피스텔 사고액이 189억원(86건)으로 다세대주택(165억원·82건)보다 많았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명단 공개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등으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신축 빌라 시세, 위험 매물 정보 등을 담은 '안심전세 앱'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근거법이 마련돼야 악성 임대인 명단이 포함될 수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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