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경제맹(盲) 이재명이 독선에 빠지면 벌어지는 일
[조동근 칼럼] 경제맹(盲) 이재명이 독선에 빠지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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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금 올려 서민을 쥐어짰다?...주류가격 결정 메커니즘 알고 하는 소리일까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착각하는 이재명...법인세는 사람이 내지 않는다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투자 요청을 '특권층을 위한 영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이제는 버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서민은 어떻게 하든 쥐어짜고 초(超)부자에겐 퍼주지 못해 안달"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의 눈에는 “오로지 초대기업, 초부자만 보이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재명 말대로 서민을 쥐어짜고 부자에게 퍼주지 못해 안달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다. 정권 유지는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존속조차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재명이 악담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은 논거가 매우 궁금했다. "서민이 애용하는 막걸리·맥주 세금은 올리면서 초대기업의 법인세와 주식 상속세 등은 줄줄이 내리려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O 분노 유발을 노린 고질화된 과장 어법

그의 과장된 어법은 고질화 됐다. 정치적 관심을 끌기 위해, 일반대중의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 ‘선악 구도’를 아무 데나 갖다 붙였기 때문이다. 서민을 쥐어짜기 위해 막걸리·맥주 세금을 올렸다는 그의 주장이 맞는지 따져보자. 주세(酒稅)는 '출고원가'와 '용량' 중 무엇을 과세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출고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종가세(從價稅)’, 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종량세’(從量稅)가 된다. 2020년 이전까지는 모든 술에 대해 종가세를 부과했다. 대중 주(酒)인 맥주와 소주 모두 출고원가의 72%만큼 종가세가 주세로 붙었다.

그러다가 2020년 1월 1일부터 주세법이 개정되어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과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다. 종가세 체제하에서 출고가 1000원의 맥주에 720원의 주세가 붙었는데 종량세가 되면서 맥주 1ℓ당 830.3원의 주세가 부과됐다. 종가세와 종량세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고급주의 대표격인 위스키를 종량세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 가? 위스키는 고급주이기 때문에 제조원가 즉 출고가가 대단히 높다. 따라서 종량세를 적용하면 위스키의 세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사회정서상 용납되지 않는다. 2020년 막걸리와 맥주의 종량세 전환은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

2022년 기준으로 종가세, 종량세 하에서 맥주 가격을 비교해 보자. 종가세 체계하에서 출고가 1000원인 500ml 맥주에, ‘주세 720원(1000원×72%), 교육세 216원(720×30%), 부가가치세 193.6원’ 등 총 1129.6원의 세금이 붙는다. 하지만 종량세 체계에선 ‘주세 427.6원(500ml×0.8552원), 교육세 128.28원(427.6×30%), 부가가치세 155.6원’ 등 총 711.5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2022년 기준 맥주의 리터당 종량세율은 855.2원이다. 종량세로의 전환으로 세부담이 1129원에서 711원으로 줄어, 그만큼 맥주가격의 인하여력이 생긴 것이다.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3년도 맥주의 종량세율이 리터당 855.2원에서 885.7원으로 30.5원 올랐다. 산출근거는 202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5.2%)의 70%인 3.57%를 2023년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885.7원 = 855.2원(22년 종량세율)*(1+0.0357)”이다. 물가 상승률의 70%만을 반영한 것은 주류가격 안정을 위해 ‘탄력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23년 종량세율 44.4원도 22년 종량세율에 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의 70%를 반영해 얻은 숫자이다.

당국은 전년도 물가상승률 100%, 즉 5.2%를 적용할 수 있었음에도 탄력세율 70%를 적용한 것은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재명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상대를 공격하기 바빠 차분히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생긴 촌극이다.

소주를 보자. 소주는 위스키, 브랜디 등과 같이 ‘증류주’에 포함되며 ‘종가세’가 적용된다.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세금이 줄어들고 술값은 내려올 수 있다. 그러면 위스키, 브랜디 등고급주도 같이 종량세를 적용해야 한다. 사회정서가 이를 용납지 않는다. 소주는 종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부담을 낮추려면, 제조업자가 출고가를 낮추면 된다. 대량생산과 기술개발을 통해 출고가를 낮출 수 있다. 소주회사 간 경쟁이 소주가격을 낮춘다.

최근 수제 맥주의 시장 점유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고급재료를 사용해 맛과 향을 높이더라도 즉 출고가가 올라가더라도 종량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 증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수제맥주가 출시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올라간 것이다.

시장은 ‘비인격적(impersonal) 자원배분기구’이기에 빈틈없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 윤석열 정부가 서민을 쥐어짰다는 이재명의 판에 밖힌 ‘틀린 주장’은 주류가격 결정 메카니즘에 무지했고, ‘22년 세법개정 시행령’을 정독하지 않아서 생긴 촌극이다. 그는 선동가이다.

O ‘부자에게 퍼주지 못해 안달났다’는 천박한 비판

억강부약(抑强扶弱)은 이재명의 정책 트레이드마크(trade mark)이다. 억강부약은 강한 것을 견제하고 약한 것을 사회적으로 부조하자는 것이다. 정책방향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억강부약이 포퓰리즘을 합리화시켜주는 수단이 되서는 안된다.

악강부약을 주창하려면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특정인 또는 특정 계층이 강하기 때문에 그 이유로 또 다른 특정인 또는 특정계층이 약해졌는가를, 즉 ‘인과관계’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강한 쪽을 눌렀을 때 그 혜택이 악한 쪽으로 흘러가는 가를 살펴야 한다. 즉 억강(抑强)으로 약자의 처지가 개선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강부약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

O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착각하는 이재명

이재명은 입만 열면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부자감세, 그것도 모자라 ‘초부자 감세’를 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초부자감세하는 문명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들어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절대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문재인 정부 시절 이전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지 못했다. 25%에서 24%로 1% 포인트 낮아졌을 뿐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인지 따져보자. 만약 삼성전자의 법인세를 이재용회장이 ‘홀로’ 부담한다면 법인세 인하는 초부자감세가 맞다. 하지만 기업은 지분에 기초한 ‘계약의 복합체’ (nexus of contract) 이기 때문에 특정 자연인의 소유가 아니다. 섬성전자 법인세는 ‘삼성전자라는 우산’하에서 활동한 모든 경제단위들이 십시 일반으로 부담한 것으로 이재용회장이 대표로 납부하는 형식을 취한 것일 뿐이다.

법인세를 인하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특정기업은 그만큼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법인세가 인하되지 않았을 때에 비해 근로자에게 그 만큼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주주들은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납품업자는 더 많은 납품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법인세 인하의 혜택이 기업집단 총수에게 100% 귀속되지 않기 때문에 ‘초부자감세’는 틀린 것이다.

국가는 당장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법인세수 감소분 만큼 근로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소득이 추가 배분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증가 등의 형태로 정부 세수는 보전된다. 법인세율 인하는 외국기업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 자본이 어느 나라에서 둥지를 트느냐는 결국 그 나라가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툭하면 노조가 파업하고 법인세율이 다락같이 높고 또 거미줄 같은 규제로 기업활동을 옥조이고 있다면 그나라로 기업이 들어올 리 없을 것이다.

이재명은 2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 특권예산에 대한 집착이 요지부동"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받는 고작 100여개의 초거대 기업과 수백 명 남짓한 초부자들을 위한 천문학적인 특권 감세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고작 100여개의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을 살린’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다.

O 에필로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지난 18일 국내 6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20명과의 회동에서 “한국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려 하니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보스 포럼 참가를 세일즈 외교를 위한 ‘국가설명회(IR) 자리’로 활용한 것이다.

이재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업사원’ 언급을 의식한 나머지 ‘특권층 위한 영업사원 아닌 국민을 위한 공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세계의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특권층으로 보이나 보다. 경제맹(盲)이 특권과 피착취의 ‘선악 2분법’에 갇혔을 때 정책사고는 그만큼 편협해진다. 위정자의 경제관과 정책사고가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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