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3위권으로 하락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대세론을 굳히지 못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크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가야 최종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후보간 연대가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3월 8일 실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난 전당대회와 달리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는다. 100% 책임당원 투표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점도 변수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투표는 큰 온도 차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자구도에선 김기현이 1위이지만 양자대결에서 안철수가 우세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큰 판세는 일단 형성되고 있다.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윤심(尹心)’ 후보인 김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대세론’을 굳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결선투표를 전제로 한 양자대결 구도에서 안철수 의원이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KBS가 지난 18∼2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중 국민의힘 지지층(응답자 33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기현 의원 28.2%, 안철수 의원 19.3%, 나경원 전 의원 14.9%, 유승민 전 의원 8.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의 격차는 8.9%p로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에 ±5.4%p)였다.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3.3%p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50% 이상의 지지후보가 나올 때까지 당원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양자대결 구도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안 의원이 우세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볼 때 판세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387명)만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에서 그렇다.

김기현 의원이 22.8%, 안철수 의원 20.3%, 나경원 전 의원 15.5%, 유승민 전 의원 8.3% 등이다. KBS조사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면서도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격차가 좁다. 더욱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을 조사했더니 안 의원이 최강자로 떠올랐다.

'김기현 vs 나경원' 가상 양자대결구도에서는 김 의원 42.8%, 나경원 전 의원이 33.8%로 김 의원이 승리했다. 반면에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43.8%로 37.6%에 그친 김 의원을 꺾었다. '나경원 vs 안철수'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안 의원이 50.4%로, 29.8%인 나 전의원을 압도적 격차로 이겼다.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씨앤알이 14~15일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을 대상으로 한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도 MBC조사와 비슷하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김기현 vs 안철수’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 48.4%, 김 의원 42.8%로 안 의원이 우세를 보였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의 60%가 안 의원에게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김기현 vs 나경원’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김 의원 46.5%, 나 전 의원 39.0%로 김 전 의원이 우세였다.

다자구도에서는 김 의원이 1위이지만 양자 구도에서는 안 의원이 1위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와 100% 책임당원 투표는 그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현 상태에서는 대세 후보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연포탕'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연포탕'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80만~100만명 규모 책임당원 투표성향 불확실해...나경원은 조만간 출마선언 할 듯

따라서 3.8 전당대회에서 도입된 당원 100% 결선투표제가 승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하게 1위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다면 윤심 후보인 김 의원이 이미 대세론을 굳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과반지지율을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결국 ‘후보간 연대’ 전략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80만명~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책임당원들의 모바일 투표로 진행된다. 과거 20만∼30만 당원이 참여하던 과거 전당대회와 달리 당협위원장들의 ‘줄세우기’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될 전망이다. 게다가 4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책임당원이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가입했던 사람들이다. ‘윤심’보다는 ‘이대남’ 성향이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대표 후보 등록이 다음달 2~3일 동안 진행된다. 때문에 나 전 의원이 조만간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전 의원의 거취가 분명해지면, 후보간 연대전략을 둔 설왕설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후보간 연대를 좌우할 양대 변수는 ‘윤심 경쟁력’과 ‘수도권 대표성’

후보간 연대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윤심 경쟁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때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 재창출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책임당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변수는 ‘수도권 대표성’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서울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야당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 지역구에서 완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김 의원은 ‘윤심’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대표성에서 열세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이 22일 여성을 민방위 훈련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김 의원의 발표를 두고 “설 명절에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왔으나, 소위 ‘이대남’을 공략함으로써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의원이 ‘수도권 대표성’면에서는 우위이지만 ‘윤심’ 경쟁력은 김 의원보다 열세이다. 그런 탓인지 설 연휴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의원은 SNS에서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과 관련, “탁월한 외교전략가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집요한 요청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대한민국의 운명에 미국을 깊숙이 엮어 넣는 데 성공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도 이처럼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호평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외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의 국익이지 타국의 반응이 아니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이상하게도 타국의 관점을 빌려와 우리의 외교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윤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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