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3위권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대세론을 굳히지 못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크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까지 가야 최종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후보간 연대가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3월 8일 실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난 전당대회와 달리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는다. 100% 책임당원 투표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점도 변수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투표는 큰 온도 차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자구도에선 김기현이 1위이지만 양자대결에서 안철수가 우세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큰 판세는 일단 형성되고 있다.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윤심(尹心)’ 후보인 김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대세론’을 굳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결선투표를 전제로 한 양자대결 구도에서 안철수 의원이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KBS가 지난 18∼20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중 국민의힘 지지층(응답자 33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기현 의원 28.2%, 안철수 의원 19.3%, 나경원 전 의원 14.9%, 유승민 전 의원 8.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의 격차는 8.9%p로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에 ±5.4%p)였다.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3.3%p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50% 이상의 지지후보가 나올 때까지 당원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양자대결 구도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안 의원이 우세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볼 때 판세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387명)만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에서 그렇다.
김기현 의원이 22.8%, 안철수 의원 20.3%, 나경원 전 의원 15.5%, 유승민 전 의원 8.3% 등이다. KBS조사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면서도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격차가 좁다. 더욱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을 조사했더니 안 의원이 최강자로 떠올랐다.
'김기현 vs 나경원' 가상 양자대결구도에서는 김 의원 42.8%, 나경원 전 의원이 33.8%로 김 의원이 승리했다. 반면에 김 의원과 안 의원 간의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43.8%로 37.6%에 그친 김 의원을 꺾었다. '나경원 vs 안철수'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안 의원이 50.4%로, 29.8%인 나 전의원을 압도적 격차로 이겼다.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씨앤알이 14~15일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을 대상으로 한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도 MBC조사와 비슷하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김기현 vs 안철수’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 48.4%, 김 의원 42.8%로 안 의원이 우세를 보였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의 60%가 안 의원에게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김기현 vs 나경원’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김 의원 46.5%, 나 전 의원 39.0%로 김 전 의원이 우세였다.
다자구도에서는 김 의원이 1위이지만 양자 구도에서는 안 의원이 1위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와 100% 책임당원 투표는 그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현 상태에서는 대세 후보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80만~100만명 규모 책임당원 투표성향 불확실해...나경원은 조만간 출마선언 할 듯
따라서 3.8 전당대회에서 도입된 당원 100% 결선투표제가 승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하게 1위 후보를 당대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다면 윤심 후보인 김 의원이 이미 대세론을 굳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과반지지율을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결국 ‘후보간 연대’ 전략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80만명~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책임당원들의 모바일 투표로 진행된다. 과거 20만∼30만 당원이 참여하던 과거 전당대회와 달리 당협위원장들의 ‘줄세우기’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될 전망이다. 게다가 4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책임당원이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가입했던 사람들이다. ‘윤심’보다는 ‘이대남’ 성향이 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대표 후보 등록이 다음달 2~3일 동안 진행된다. 때문에 나 전 의원이 조만간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전 의원의 거취가 분명해지면, 후보간 연대전략을 둔 설왕설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후보간 연대를 좌우할 양대 변수는 ‘윤심 경쟁력’과 ‘수도권 대표성’
후보간 연대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윤심 경쟁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때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 재창출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책임당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변수는 ‘수도권 대표성’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서울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야당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 지역구에서 완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김 의원은 ‘윤심’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대표성에서 열세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이 22일 여성을 민방위 훈련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김 의원의 발표를 두고 “설 명절에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왔으나, 소위 ‘이대남’을 공략함으로써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의원이 ‘수도권 대표성’면에서는 우위이지만 ‘윤심’ 경쟁력은 김 의원보다 열세이다. 그런 탓인지 설 연휴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안 의원은 SNS에서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과 관련, “탁월한 외교전략가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집요한 요청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대한민국의 운명에 미국을 깊숙이 엮어 넣는 데 성공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도 이처럼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호평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외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의 국익이지 타국의 반응이 아니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이상하게도 타국의 관점을 빌려와 우리의 외교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윤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