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창닝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중국이 지난해 말 '위드코로나' 기조로 전환하면서 이 풍경도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지방 도시에서 춘제(중국 설) 시기 PCR(전수유전자증폭) 검사를 시도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에 철회했다고 건강시보 등 현지매체가 25일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장시성 푸저우시의 둥샹구는 2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으로 "25, 26일 이틀간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PCR 검사를 한다"고 공지했다. 

둥샹구 질병통제센터는 이런 공지를 발표한 이유로 "춘제를 맞아 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 엄격한 전염병 관리와 주민들의 PCR 검사 요구를 충족하면서 코로나19 감염률을 정확히 집계해 예방및 통제를 위한 자료로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CR 검사 공지 발표 이후 이 소식이 웨이보 등 중국 SNS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중국 내부에선 "(이는) 공개적으로 국가의 정책에 대항하는 것. 이런 대담한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거냐" "악몽 같았던 '제로 코로나' 시절로 회귀하려는 것이냐"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 소식이 공론화되면서 관련 뉴스 조회 수가 1억5천만 건이 넘었는데, 이는 중국인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이 돌아올 낌새를 보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중국이 2년 동안 시행해 온 '제로 코로나'는 지난해 11월 말의 백지 시위 등의 민심 이반 조짐으로 가까스로 철회됐다. 그런데 푸저우에서 다시 PCR 실시 소식이 흘러나오자 중국 여론의 관심이 일제히 쏠린 것이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둥샹구는 24일 저녁 발표문을 몰래 삭제했고, 그날 밤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둥샹구는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주민과 사회 각계에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코로나19 방역 통제와 관련해 국가 정책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SNS 웨이보에 올라온 둥샹구의 공지문(위)와 사과문(아래).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의 백지 시위에 중국 중앙 정부가 화들짝 놀라 제로 코로나를 철회했고, 이번 여론 악화로 지방 정부가 PCR 검사를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인들이 시진핑 정권이 실시해온 코로나 대응 조치에 얼마나 신물을 느끼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중국 네티즌들도 자국민들이 더 이상 '제로 코로나'를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자국의 방역을 빙자한 통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들이 자유를 한번 맛본 이상, 예전과 같은 강제 격리 조치 등 억압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가 자국 내에서 창궐하자 지역 일제 폐쇄, 도시 전면 봉쇄 등의 강력 통제책을 2년 가까이 시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내 코로나는 완전 근절되지 않았고, 그동안 참을 만큼 참은 중국인들의 불만만 가중돼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로 민심 이반만 확인됐을 따름이다. 이에 12월부터는 PCR 검사 폐지, 봉쇄책 등이 철회되면서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11월 27일 베이징에서 백지 시위를 벌이는 중국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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