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와 오찬을 갖는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8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처럼회와 오찬 모임을 갖는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8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8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24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초부터 계속 만들려고 했던 오찬 자리’라며, 통상적으로 현안을 듣는 자리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이번 모임을 통해 당내 결집을 호소하고 검찰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 직후 더욱이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대표가 처럼회와 오찬을 갖는 데 대해 ‘단순한 오찬 모임’이라는 해석보다는 ‘당내외 압박에 맞서는 이 대표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로서는 검찰보다 민주당내 기류가 더 무서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검찰 출석보다 이후 체포동의안이 발부될 경우, 민주당의 단호한 부결전략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기류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길’, 이재명 기소시 대비한 ‘당헌 80조’ 논의하나...친문계 ‘사의재’ 포럼도 부담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의길’이 31일 첫 비공개 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 ‘민주당의길’은 당 지지율 상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의 28일 검찰 출석 직후 당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는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당내 내홍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문을 중심으로 한 ‘사의재’ 포럼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명목은 중대선거구제 토론회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이라는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가, 혹은 다른 간판으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처럼회 김용민, 기득권 타파 개혁운동 주장...친문계 겨냥?

따라서 당내 비명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 대표 입장에서도 반격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에 손을 내밀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처럼회에는 김남국 의원 외에 최강욱·윤영덕·황운하·장경태·김의겸·정필모·양이원영·이수진(동작)·김용민·민형배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가 처럼회와 오찬을 갖겠다는 것만으로도 당내 전운이 고조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남국 의원의 SNS 글은 이런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김 의원은 "대표님께서 처럼회 소속 의원들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크고 작은 그룹으로 원내와 원외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만나며 민심을 계속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 고조될지도 모르는 전운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처럼회의 대표주자로 언급되는 김용민 의원은 SNS에 “민주당 내부의 기득권을 넘지 못하면, 사회의 기득권과 싸울 수 없다. 당원 중심의 민주주의 개혁 운동을 시작하자”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처럼회의 시각에서 민주당 내의 기득권인 친문을 겨냥한 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길’ 주도하는 김종민 의원, ‘천원 당원’ 논란으로 친명계 타깃 돼

비명계와 친명계의 전운은 이미 설 연휴 기간에 '천원 당원' 논란으로 시작됐다. ‘민주당의길’을 주도하고 있는 김종민 의원에 대해 이 대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탈당 청원’으로 공격이 노골화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김종민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왼쪽)과 전해철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제 토론회 발언을 거의 가짜뉴스 수준으로 짜깁기 왜곡해서 전파하고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해 바른 소리 좀 했다고 (발언을 왜곡해)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몰아내려고 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 안 좋을 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에게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천원 당원 발언은) 당원을 비하한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자발적으로 1000원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소중한 참여가 동원당원으로 오해받지 않고, 진짜 권리당원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천원 당원'은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춘 당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민주당 내 선거에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에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명계 의원 일부가 팬덤 정치를 비판한 것에 반발하는 청원 글을 올리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청원 작성자는 지난 22일 김 의원 등의 '1000원 당비' 발언 등을 놓고 '천원 당원을 비하한 의원들을 징계 해달라'는 글을 민주당 게시판에 올렸다. 작성자는 김 의원과 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를 지목했고,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1만명이 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처리 여론 높아... 난감한 이 대표가 처럼회에 손 내밀어?

처럼회 오찬 모임이 당내 지지자들의 결집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 외에,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법원에서 국회로 왔을 때 ‘가결시켜야 하느냐, 부결시켜야 하느냐’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1%.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결과,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시 국회 처리 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49%는 가결시켜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3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중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시 국회 처리 방향' 결과.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중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시 국회 처리 방향' 결과.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국회가 부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인 우려에서 이 대표는 마음이 다급해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 총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최종 부결된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노웅래 의원 수준에서 부결되도록 하는 것이 당장의 당면 목표가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처럼회 의원들과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장 의원들을 만나 이런 입장을 조율해줄 수족이 마땅치 않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부재한 가운데, 현실적으로 처럼회 의원들 외에는 이 대표가 손을 내밀 곳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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