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제살 깎기’ 비즈니스모델(BM)을 선보여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유료 회원제인 프라임 고객을 상대로 다양한 의약품을 무제한 배송받을 수 있는 ‘약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조건은 월회비 5달러(약 6천170원)를 납부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유료 회원인 프라임 고객을 상대로 월 5달러에 '약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이 유료 회원인 프라임 고객을 상대로 월 5달러에 '약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 프라임 고객 상대로 알엑스패스 서비스 출시...“아마존의 주요 손실 사업이 될 것” 전망

'알엑스패스'(RxPass)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고혈압, 불안, 당뇨, 남성 탈모 등 80여 개 만성 질환에 대한 약 50개의 제네릭(복제약)을 배송해준다. 아마존이 취급하는 복제약 목록에는 항생제 아목시실린, 항염제 나프록센, 발기부전약 시데나필, 에스트로겐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스트라디올 등이 포함돼 있다.

아마존의 논리는 간단하다. 만약에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며 1개월 당 10달러 이상을 처방약에 쓰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시간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의 존 러브 부사장은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평균 연간 100달러(약 12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서비스를 통해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버스코어 ISI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알엑스패스 서비스는 모험적 사업”이라며 “알엑스패스가 커버하는 제네릭은 32% 정도로, 아마존에 주요 손실 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① 경기침체기 맞아 온라인 유통 위축...기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 유지 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이 사업을 론칭하는 것은 포스트코로나와 고금리시대를 맞아 본격화되는 경기침체기를 맞아 기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알엑스패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연회비 139달러(약 17만2천원)의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해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추가로 월 회비 5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가 약 구독을 하려면 월 5달러를 더 내야 한다.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던 사람이 약구독을 하려면 연회비 139달러를 먼저 내야 한다.

아마존으로서는 알엑스패스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늘어났던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수의 약을 복용하는 미국인이라면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를 신규 가입하거나 유지할 목적이 생긴 셈이다.

② 불붙은 미국의 제약 서비스 시장 경쟁, 아마존이 ‘출혈 경쟁’ 주도?

아마존이 제네릭 제조 및 구독약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케이트 매카시 부사장은 “일부 복제약 가격이 이미 저렴하기 때문에 월회비 5달러가 할인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2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매카시 부사장은 “아마존이 수익을 내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제약 서비스 고객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그동안 의료시장 진출을 위한 시도를 다각도로 해왔다. 2018년 온라인약국 필팩을 인수한 뒤 처방약 배송 및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마존 파마시를 통해 몇몇 제네릭을 판매해왔다.

원격진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도 출시했으나 1년여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의원·클리닉 등 1차 의료기관 운영사인 원메디컬에 34억9천만달러(약 4조3천억원)를 투자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헬스케어 다이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헬스케어 업계 외부로부터 제네릭 제조 및 판매 흐름이 있다. 몇몇 의료기관이 지난 2018년에 함께 세운 비영리 제약사 시비카알엑스도 2019년 반코마이신을 필두로 제네릭을 공급하고 있고, 그 자회사인 시비카스크립트도 고가 제네릭 개발·제조를 위해 보험사 엘레반스 등과 제휴를 맺고 작년 첫 제품으로 아비라테론을 출시했다.

달라스 매버릭스 야구팀의 소유주도 약 1년 전 마크 쿠반 코스트 플러스 드러그 컴퍼니를 세우고 도매 업체를 건너 뛰어 원가에 약료 등 15%만 붙여 의약품을 판매 중이다.

따라서 아마존이 불붙은 미국의 제약 서비스 시장경쟁 속에서 미국의 유통시장을 점령했을 때처럼 ‘출혈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③ GAFA는 연초부터 정리해고, 경기침체 돌파를 위한 새 BM이 약 구독 서비스?

아마존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산업 매출이 급격하게 축소되는 데 대한 대응전략으로 제약 서비스 시장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주목된다. 금리인상 기조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핸 비즈니스모델(BM) 혁신의 하나로 약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18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1만 8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창고 인력을 포함한 전체 고용자 150만 명 가운데 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해 11월 기기 사업부·채용·리테일 부문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와 비슷했지만,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8% 성장에 그쳐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전체가 정리 해고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찬가지이다. 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안에 직원 1만 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5%를 정리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MS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개인용 컴퓨터의 수요가 급증해 매출이 늘어났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면서 운영체제인 윈도와 관련 소프트웨어의 매출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델라 CEO는 "거시경제적 환경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 전체가 정리 해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 전체가 정리 해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MS는 지난해 7월에도 1천 명 정도의 인원을 정리 해고했었다. 올 3분기까지 해고되는 인원이 1만명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 1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메타플랫폼(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말 1만1천 명 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성장한 메타는 4분기에도 매출 증가세가 감소할 전망이다.

구글도 성장한계에 봉착했다. 전사적인 정리 해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기업 알파벳의 생명과학 자회사인 베릴리(Verily)가 200명을 감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15%다.

구글은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증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애플의 4분기 실적 전망 또한 밝지 않다.

내달 2일 실적 공개를 앞둔 가운데 애플도 작년 4분기 최대 협력업체 폭스콘의 중국 공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실적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플은 2021년 4분기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전년 대비 11% 증가한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었다. 이번에는 ‘실적 쇼크’를 걱정하고 있다.

정보기술 기업들의 해고 현황을 집계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규모는 17만 명으로 집계됐다.

메타플랫폼이 1만 1천 명, 세일즈포스 8천 명, 부킹닷컴 4375명, 시스코 4천 100명, 우버 3천 700명, 트위터 3천 700명을 각각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GAFA와 MS라는 공룡들이 앞장서서 정리 해고를 단행함에 따라, 미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경기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대면 시장을 주도해온 빅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아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을 단행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깊어지는 경기 침체로 제품 판매와 온라인 광고 매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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