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지난해 1월 왕이 외교부장의 설 메시지 관련 공식 보도자료를 내면서 '음력 설'이라 사용한 모습.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이를 포함해 일부 예를 들며 '중국 당국이 중국 설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다소 지나친 주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 신화 통신 등은 '중국 설'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음력 설'이란 말도 일부 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중국 외교부]

 중국 네티즌들은 동아시아 최대 명절인 설을 '중국 설(Chinese Lunar New Year)'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중립적인 표현인 '음력 설(Lunar New Year)'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 설 행사를 주관한 영국박물관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며 '중국 설'만이 옳은 표현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중국 설'로만 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례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황핑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가 뉴욕에서 설 행사를 주최했다는 2건의 공식 보도 자료 에서 '음력 설'과 '중국 설' 표현을 모두 사용했다. 단순 사실 전달 자료에서는 '음력 설'이라고 했으며 황핑 총영사의 인사말을 전하는 자료에서는 '중국 설'이라 사용했다.

중국 외교부는 황핑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가 지난 19일 주재한 설 행사 관련해서는 '중국 설'과 '음력 설'을 모두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중국 외교부]

신화통신의 각종 뉴스 및 SNS 게시물에서도 '중국 설'과 '음력 설'이 혼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자사의 기사에서는 '중국 설'이란 표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정상들이 토끼 해의 중국 설에 안부를 전해 오다' '멕시코에서 중국 설이 기념되다' '중국 설 연휴 기간 캄보디아 여행객이 100만명 상회' 등 25일자 기사 다수는 '중국 설'이라 적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의 춘절 관련 기사. 대부분 '중국 설'이란 표현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신화통신]

이와 관련해 독도 알리미로 유명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26일 '중국 당국조차 중국 설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일부 매체가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위의 예를 참고했을 때 정확한 주장은 아니란 분석이다. 서 교수가 중국 네티즌들의 억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몇몇 반례를 찾을 수 있었을 뿐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이 '중국 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서 교수가 찾은 반례는 지난해 1월 왕이 외교부장의 신년 제목이 '음력 설'로 돼 있다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자료와 '음력 설 전날'이라 적힌 그림 자료가 있는 신화통신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다. 서 교수가 반례를 찾다가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화통신 SNS 인스타그램에서 '음력 설'이라 쓴 그림이 포착됐다. 다만 이는 '음력 설' 사용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는 예일 뿐, 중국 당국이 '중국 설'을 쓰지 않는단 예가 될 수는 없단 분석이다. [사진=신화통신 인스타그램]

한편 서 교수는 이를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비이성적인 행위로 인해 중국의 이미지만 더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 디즈니랜드의 공식 SNS, 싱가포로 난양공과대학(NTU) 등이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력 설'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며 "최근 '음력 설' 표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내년 설 연휴에도 세계 곳곳에서 잘못 사용 중인 '중국 설'을 '음력 설'로 바꾸는 글로벌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 나갈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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