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동안 오랜만에 모인 친인척들의 밥상머리 민심은 온통 ‘난방비 폭탄’에 쏠렸다. 28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리스크를 제친 것이다. 그만큼 일반 서민들의 관심사는 정치보다는 민생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 민심, ‘12월 난방비 폭탄’ 고지서에 쏠려...1월은 더 무서워

1월에 고지된 난방비나 가스비 요금은 12월 사용분에 해당한다. 12월보다 1월이 더 춥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난방비 폭탄’ 얘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서 지내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학원을 한 개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폭탄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탓, 윤석열 정부 탓’을 하며,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윤 정부의 ‘부자 감세’에 화살 돌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난방비 급등 문제에 대해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체로 예상된 일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 차원의 난방비 지원, 횡재세 검토 등 대책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현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재 생긴 문제들을 스스로의 책임이 아니라 남 탓을 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해서 했던 노력의 극히 일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어도 이 문제는 이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주호영, 당정 차원 대책 마련...“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뒤집어써”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난방비 폭탄' 총공세와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공공요금을 적절하게 인상하지 않았던 후폭풍이라며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원가가 10배 이상 올랐는데도 무리하게 공급가격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 당정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을 2배 인상하고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이 그대로 뒤집어쓰는 셈"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윤 정부가 선거 이후인 12월 한번만에 가스요금 43% 인상”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탓, 원전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LNG 가격이 안정됐고, 2019년 즈음에는 3달러선까지 붕괴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2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LNG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가격을 억제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네요?"라는 김어준의 질문에 최 교수는 “가스비를 올릴 요인이 없었는데 왜 가격을 올리냐?”고 대꾸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가스비가 좀 올라가기 시작하다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폭등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연이어 최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선거 이후 4,5,6,12월에 걸쳐 4차례나 가스 요금을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4월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43전만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LNG 가격이 폭등하고 환율도 폭등해서 이중적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생겼는데, 선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12월에 와서 갑자기 5원을 한꺼번에 올려서 43%가 상승한 바람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2배 이상이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 교수의 주장에 김어준씨 역시 “선거가 없으니까”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 교수는 LNG 가격이 가장 최고치였던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6%밖에 안 올렸고, 두 번째로 가스가격이 비쌌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7.8% 인상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반해 윤석열 정부는 한꺼번에 43%를 올려,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유튜브에서 경제 가정교사를 자처하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2월 한꺼번에 43%를 인상했다"며 엉터리 주장을 펼쳤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유튜브에서 경제 가정교사로 통하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2월 한꺼번에 43%를 인상했다"며 엉터리 주장을 펼쳤다. [사진=유튜브 캡처]

최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에서 안 올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올려야 할 타임에 안 올린 거고, 자신들이 경제 정책을 잘못해서 환율이 큰 폭으로 폭등하면서, 그게 LNG 수입 가격에 부담을 준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산시켜야 하고 취약계층을 빨리 지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경제학과 교수라는 이름을 걸고 자칭타칭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약 20만에 달하는 동시접속 시청자들도 “이런 사실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거나 “몰랐던 얘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지지자들에 미치는 김어준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최 교수의 이런 주장은 팩트와는 너무나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학과 교수가 이처럼 엉터리 주장을 한다는 점에서, ‘정말 몰라서’인지 아니면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위해’ 작정하고 하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정말 몰라서 그랬다면, 경제학과 교수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위해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더큰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 교수의 주장은 아래 4가지 면에서 팩트가 틀렸다.

팩트 1= 12월엔 가스요금 올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시기부터 틀렸다. 최 교수는 4,5,6,12월 4차례 인상되었다고 했지만, 실상은 4,5,7,10월 등 4차례 올랐다. 검색을 한번만 해봐도 금세 드러날 거짓말을 서슴없이 한 것이다. 게다가 4월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이다. 0.43원을 올린 것도 국제적인 LNG가격의 상승압력이 거셌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올린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최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43전만 찔끔 올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한겨울을 앞둔 12월에 가격을 인상했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최 교수의 주장대로 12월에 인상을 한 것이 아니라, 10월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팩트 2= 4차례 걸친 인상률은 38.5%

최 교수는 ‘한꺼번에 43%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생방송 유튜브라는 점을 감안하면, 43% 인상이 도매가격인지, 소비자가격 상승분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양해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43%를 한꺼번에 올려서 서민 경제에 타격을 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건 엄연한 사실 왜곡에 해당한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4월, 5월, 7월, 10월 등 네 차례 올랐다. 각각 MJ(메가줄·에너지 단위)당 0.43원, 1.23원, 1.11원, 2.7원 인상돼 한국가스공사가 지역별 도시가스사에 판매하는 도매가격은 지난 한해 모두 5.47원(42.3%) 올랐다. 반면 각 도시가스사가 수요가에 공급하는 요금은 38.5% 올랐다.

한꺼번에 5원이 올랐다거나 43%가 인상됐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전부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가 체감하는 요금 인상은 43%가 아니라 38.5%이기 때문에, 최 교수가 의도적으로 더 많이 인상된 ‘도매가격 인상분’을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가스요금이 폭등하자, 도시가스 난방에서 연탄 난방으로 아예  바꾸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난방 취약계층 노인이 연탄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스요금이 폭등하자, 도시가스 난방에서 연탄 난방으로 아예 바꾸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난방 취약계층 노인이 연탄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팩트 3=문재인 정부 때도 LNG 가격 폭등, 인상 요인 있었다

가스비를 올릴 요인이 없었다는 최 교수의 주장도 거짓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LNG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 교수가 언급한 대로 2021년 하반기부터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LNG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20개월 동안 가격을 막아놓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 탓’이 분명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1년부터 조금씩 가격을 인상해서 국제 LNG가격 상승분에 탄력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2~3배 난방비 폭탄이라는 충격은 완화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팩트4= 수천억원이었던 가스공사 미수금, 문재인 정부 거치면서 9조원 넘겨

최 교수는 “현재 국제 LNG 가격은 많이 떨어졌다는데 왜 (우리나라) 요금은 계속 올리는 거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가스공사 미수금 때문에 가스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미수금’은 문재인 정부가 원가에 맞춰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20개월 동안 요금을 누른 결과 누적된 부분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몇 천억원에 불과하던 미수금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현재 9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 요금을 올리지 않고 방치한 결과, 일종의 외상값처럼 자산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미수금은 나중에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가스 요금에 반영된다. 향후 국제 가스 가격이 내렸을 때,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고, 요금을 유지해 미수금을 줄여나가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난방기가 오르지 않는다고 좋아했던 것이, 지금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는 셈이다. 그때 내지 않은 요금을 장기가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큰 부작용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9조원 정도 누적됐다"며 "(오는 2분기에도)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원가에 맞춰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우리만 오른 게 아니라 일본이나 독일 등의 난방비도 2배에서 8배까지 올랐다.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원가 인상에 맞춰)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가격을 조금씩 올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에너지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급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에너지의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느 정도는 미수금을 줄여 가면서 요금을 어느 정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시절에 동결된 가스 요금이 몰아닥치는 한파에 소비자 체감도 폭탄으로 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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