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30일자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 제목. 보도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관계자나 기자를 제외한 국민들은 제목을 위주로 내용을 파악한단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제목은 정보를 온전하게 전달하지 않는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기록적인 겨울 추위로 난방비 폭탄이 발생해 국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난방비 폭등의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선 이후로 에너지 요금 인상을 미룬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단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그 말도 맞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솔직하지 못하고 안일한 대처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도시가스요금 인상 관련해 총 4건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중 2건은 문재인 정부 말기이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했을 때 배포됐으며, 나머지 2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후 배포됐다.  

이 4건의 보도자료를 서로 비교해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해 처음 배포된 3월 30일 자의 보도자료는 제목에서 인상폭을 퍼센트(%) 표기했고, 4월 29일자 자료는 '도시가스 요금 조정'이라고만 적었으며, 나머지 2건(6.27일자, 9.30일자)은 메가줄(MJ) 당 원으로 적었다. 

지난해 3월의 도시가스요금 인상안 발표 보도자료. 위의 제목과는 달리 인상폭이 퍼센트로 표기돼 있다. 퍼센트가 기존 가격 대비 인상폭을 파악하기 훨씬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자부는 보도자료 제목에 사용하는 단위를 왜 바꿨을까. 보도자료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인상율을 퍼센트로 표기하면 전 가격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반면 메가줄 당 몇 원이 올랐는지로 적게 되면 기존 가격 등 추가 자료가 없는 한 인상 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산자부가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원성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제목을 퍼센트 인상폭으로 유일하게 표기했던 지난해 3월 30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3.0% 올랐다. 반면 메가줄 당 원으로 표기하기 시작한 4월안에 따르면 주택용은 8.4% 상승하며, 6월안은 7%, 9월안은 무려 15.9%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산자부는 이 퍼센트 표기방식 대신 각각 1.23원/MJ·1.11원/MJ·2.7원/MJ라 적고 있다.

물론 보도자료 본문엔 퍼센트로 표기된 인상폭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보도자료 전체를 꼼꼼히 보기보다는 제목만 보고 내용을 파악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산자부가 의도적으로 요금 인상 단위를 바꿈으로써 그 인상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려 한 것 아니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전월 대비 15.9% 오른다는 예측은 확실히 와닿지만, 메가줄 당 2.7원이 오른다는 예측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이런 대처를 해 국민들이 에너지요금 인상폭을 절감(切感)하지 못해 '난방비 폭탄'을 맞았단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집권 정부를 떠나 공무원들의 솔직하지 못하고 안일한 행정 태도를 집중 비판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TV의 정군기 교수도 26일 '정군기의 원원뉴스'에서 이 내용을 집중 조명하며 산자부 공무원들을 강력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를 "국민들에게서 욕을 안먹으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적인 기준으로 돌려서 마치 얼마 안 오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4월, 6월, 9월 보도자료를 윤석열 정부가 만들었는데, 국민들로 하여금 대비하라고 적극적으로 나섰서야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막스 베버(Max Weber)의 관료제 설명을 인용하며 "베버가 살았던 150년 전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반성해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한편 정군기 교수의 방송은 펜앤드마이크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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