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로 인해 학교폭력(이하 ‘학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더 글로리’는 학창시절 학폭을 당했던 피해자가 수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복수극이다.

학폭의 가해자인 박연진(왼쪽)은 교사가 된 피해자 문동은을 만나 사과는커녕 조롱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학폭의 가해자인 박연진(왼쪽)은 교사가 된 피해자 문동은을 만나 사과는커녕 조롱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당초 송혜교의 복귀작이자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에는 학폭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더 큰 호평을 받았다. 학폭을 경험한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깊고 큰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충격적인 학폭의 고통과 복수극, 2개의 메시지 던지며 글로벌 인기몰이

26일 콘텐츠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공개 후 4주 연속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1월 4주차 OTT 화제성 드라마 시리즈 부문 순위에서 '더 글로리'는 화제성 점유율 63.7%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글로벌 인기몰이 중이다.

'더 글로리'는 공개 첫 주인 지난해 12월 5주차에 54.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주차와 3주차에도 입소문을 타며 각각 점유율 73.4%, 66.7%로 정상을 유지했다. 공개 4주차에도 여전히 1위를 유지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가 학폭 피해를 고백해, 학폭 문제가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 학폭이 학창 시절 학생 개인 간의 지극히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하는 사회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곽튜브는 지난 25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여행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학창 시절 학폭을 견디다 못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는 그는 “집에 박혀서 축구만 봤다. 해외 축구를 보다 보니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어릴 적 키가 작았던 곽튜브는 동급생의 빵 심부름을 억지로 하는가 하면, 가해자들이 컴퍼스로 자신의 등을 찔러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곤 한다. 하지만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해, 시청자들의 울분을 이끌어냈다.

‘더 글로리’는 21세기 인간사회에 만연한 학폭의 폭력성과 문제점에 대해 두 개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① 파괴적인 학폭의 가해자와 방관한 교사, 결코 반성하지 않아...피해자의 유일한 선택은 사적인 보복

‘더 글로리’에서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분)은 박연진(임지연 분) 패거리들에게 갖은 폭력을 당한다. 고데기로 온 몸을 지지는 폭행을 당해 상처가 깊지만, 학교나 부모는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학폭이 흉악범죄임을 학교와 교사가 부인함으로써 피해자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도움은커녕 문동은의 담임은 자퇴서를 제출하는 문동은에게 폭력을 행사해, 학교가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문동은의 엄마 역시 박연진의 엄마에게 돈으로 매수당해, 학폭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이 학창시절 담임을 찾아가지만, 담임은 욕을 하며 박대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이 학창시절 담임을 찾아가지만, 담임은 욕을 하며 박대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드라마에서처럼 학폭의 가해자들은 주로 사회 지도층 인사나 부유층의 자녀인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해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학생을 골라서 괴롭히기 때문’에, 학폭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학폭이 사회 문제가 되지 않고 개인간의 문제에 그치기 때문에, 학폭 피해자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채 망가진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 글로리’에서도 문동은은 망가진 정신과 몸으로 개인적인 차원의 복수를 단행하게 된다.

따라서 학폭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창 시절의 치기에서 시작된 단순한 폭행 혹은 ‘친구들끼리 크면서 싸울 수도 있다’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릴 만큼 대단히 파괴적인 ‘학폭’ 문제를 학교 내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온 사회와 국가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② 학폭의 이유는 ‘쾌락’ 추구 ...‘명령’에 따른 나치의 유대 학살보다 더 큰 광기를 보여줘

‘더 글로리’에서 가해자인 박연진은 자식 사랑이 극진하다. 남편에게도 애교 만점인 아내이고, 기상 캐스터로 자기 일에도 열심인 직장인이다. 문동은이 박연진을 만나 “화면으로 보니까 너 되게 착해 보이더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박연진에게서 학폭 가해자의 폭력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에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에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에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악의 평범성은 유대인 철학사상가인 한나 아렌트가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 발표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1960년 아이히만이 체포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그가 포악한 성정을 가진 악인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저 ‘유대인을 학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Holocaust)이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주장했다.

박연진의 경우도 외견상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녀를 지극히 사랑하고 자기 일에도 열심인 평범한 사람이다. 박연진의 과거를 모르는 채 그녀의 일상을 접했다면 “정말 학폭 가해자일까?”라고 의심할 정도이다.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은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은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박연진이 문동은에게 가한 폭력은 상식을 초월한다.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집까지 찾아가 집요하게 괴롭혔다. 아이히만이 ‘상부의 명령’에 따라 살인과 폭력을 행사한 것보다 그 이유가 충격적이다. 박연진은 자신의 쾌락과 폭력성을 충족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평범한 여고생이 멀쩡한 정신으로 저지를 수 있는 단순 폭력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광기에 의한 집단 폭행이라고 볼 수 있다.

박연진은 성인이 된 후 문동은을 다시 만나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롱하고 돈으로 매수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궁리를 한다. 옥죄어오는 문동은의 계략에 박연진의 폭력성과 광기는 점점 수위가 높아가고 급기야 문동은의 집까지 불법 침입하게 된다.

3월 10일 공개될 ‘더 글로리’ 2부에서 박연진이 어떤 광기를 드러내고 폭력을 행사할지, 문동은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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