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27일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4명으로 압축된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사진은 우리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사진은 우리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인선은 윤석열 정부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혁 구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임추위의 ‘내부 대 외부’ 균형 맞추기...‘네거티브 이슈’ 대결 양상

임추위는 “7명의 회장 후보자들의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업무경험, 디지털역량 등에 대한 충분한 토론 끝에 내부 2명, 외부 2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숏리스트의 핵심은 내부와 외부인사 간의 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2,3명이 포함되는 숏리스트에는 당초 이원덕 행장, 신현석 법인장, 임종룡 전 위원장 등이 유력했다. 그런데 막판에 이동연 전 사장이 외부인사 몫으로 추가됨으로써, 2대 2 균형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연 전 사장은 현직이 아니라 외부인사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내부인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이다.

임추위가 이처럼 내부와 외부 간 균형에 집착하는 것은 차기 회장을 둘러싼 핵심 이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임추위는 이들 4명의 후보에 대해 오는 2월 1일 심층면접을 갖고 2월 3일 추가면접을 거쳐 이날 최종 후보를 확정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과 ‘관치금융’이라는 두 개의 핵심이슈가 임추위 결정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네거티브 이슈의 대결 구도 속에서 이원덕 행장과 임종룡 전 위원장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계파 갈등’은 우리은행 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의 갈등 구조를 지칭한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경쟁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밝힌 어젠다이다. 임 전 위원장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탄생한 우리은행 지배구조상 내부인사보다는 자신과 같은 관료출신이 객관성을 토대로 혁신경영을 펼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원덕 행장, 조직과 경영 안정에 장점 가져...‘한일은행 출신’ 장기집권 이슈가 부담

1962년생인 이원덕 행장은 손태승 현 회장과 같은 옛 한일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과 수석부사장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이 행장은 불안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금융 내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 사이에서 평판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당초 3연임을 추진하려다가 금융당국의 압박 등으로 인해 포기했던 손태승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관계라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사에서 최고경영자(CEO)인 회장들이 셀프연임을 통해 장기집권을 하는 구조를 방지하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의 3 연임이 저지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인 없는 5대 금융지주사에서 그동안 선출된 회장들이 자기 인맥을 심고 사외이사들을 관리해 장기집권해온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정 계파가 장기적으로 독식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행장이 차기 회장이 될 경우 손 회장 인맥이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상업은행 출신 신현석 법인장, 계파 간 정권교체 의미 가져

이에 비해 1960년생인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과 같은 내부인사이지만, 신 법인장이 차기 회장이 될 경우 ‘정권교체’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래서인지 롱리스트 평가 때 임추위로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신 법인장은 이 행장과 같은 우리금융 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지만 해외금융 경험이 풍부하다. 우리은행 미국지역본부 수석부부장, LA지점장, 경영기획단장,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 등을 지냈다.

신 법인장이 최종 낙점이 될 경우 한일은행 출신의 장기집권이라는 네거티브 이슈를 해소한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임종룡 전 위원장, ‘힘 있는 개혁’ 가능할 듯...‘관치금융 논란’이 약점

1959년 생인 임종룡 전 위원장은 숏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진짜 외부 인사’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출신이다.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가 다시 금융위원장을 맡아 금융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등 민관경력이 화려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물망에도 오르기도 했다.

정부 내 인맥이 두터운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이 될 경우 ‘힘 있는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어린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관치 논란’이 최대 약점이다. 민영 금융기관인 우리금융 CEO로 공직자 출신이 선출된다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금융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물론 임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 금융위원장이 아니라 전 NH금융지주 회장 자격으로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사진=연합뉴스]

임추위가 전직이라는 이유를 들어 외부 인사로 분류한 이동연 전 사장은 사실상 내부 인사로 볼 수 있다.

1961년생으로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전 사장은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 중소기업그룹장(부행장)에 이어 2020년까지 우리FIS 대표이사 사장 겸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냈다. 우리금융 내에서 대표적인 디지털·정보기술(IT) 전문가로 꼽힌다. 이 전 사장도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은행 차기 회장 인선, 특정 계파의 금융지주 장기집권 이슈와 관련 있어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그동안 ‘3연임’의 관행을 누려왔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혁에 이런 관행이 깨지고 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 임기가 남아 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을 제외한 신한·우리·농협금융 등 3개 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택하거나 교체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함에 따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2017년 취임 한 조용병 회장은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당초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지난해 12월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셀프 연임’ 배제 방침을 수용하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해석이다.

농협금융지주 손병환 전 회장도 당초 연임설이 많았으나 지난해 말 물러나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 회장으로 취임했다. 우리금융 손 회장도 원래는 연임을 추진했으나 회추위에 극적으로 연임 도전 포기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은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한다는 논리를 퇴임의 명분으로 삼았다.

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으로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마지막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전 회장은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임기 3년), 2018년(임기 3년), 2021년(임기 1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4연임), 지난해 3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윤종규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뒤, 2017년(임기 3년)과 2020년(임기 3년) 두 번 연임하고 현재 9년째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기류 속에서 이루어지는 우리금융지주 차기회장 인선은 금융지주사의 향후 지배구조 개혁방향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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