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정집 대문 앞에 놓여 있는 고양이 사료와 물. 이는 소위 '캣맘·대디'라 불리는 애묘인들이 불특정 공개 공간에 두곤 한다. [사진=유튜브]

길고양이를 거두어 키우지 않고 사료를 공개공간에 두는 일부 캣맘·대디를 비판함과 동시에 TNR(Trap-Neuter-Release, 중성화 수술 후 방사) 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이를 동물단체가 반박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캣맘'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다수의 여론은 이 영상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해당 영상은 야생 조류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가 지난 28일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란 제목으로 올린 것이다. 이 영상은 총 12분 58초 분량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은 청둥오리, 청설모, 물까치 등 다른 동물들이 고양이에게 사냥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한 캣맘이 길고양이가 새끼 오리를 거의 잡을 뻔한 상황에서 방관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를 직접 촬영한 새덕후가 '고양이가 새끼 오리를 잡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캣맘은 '고양이가 오리 새끼를 잡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에 이 캣맘은 '나는 안다. 동물 좀 키워봐서 안다'고 대답했다. 

새덕후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길고양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음을 입증하는 생태계 연구 사례를 들며 비판했다. 고양이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냥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 혹은 새끼에게 사냥법을 알려 주기 위해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불특정 다수의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사람들 때문에 길고양이 개체가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구나 고양이는 한국 생태계에서 천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체수 증가가 더 빨리 이뤄진다고도 했다.

새덕후는 또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지자체와 동물단체가 TNR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개체수 감소 면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예산 낭비 정책이다"라고 주장했다. 고양이의 번식이 매우 매우 빠를 뿐더러 매년 TNR 실시 비율도 높지 않아 그 효용성이 높지 않단 것이다. 또 TNR을 받은 고양이는 번식 기능만 사라졌을 뿐이지 사냥 본능은 그대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덕후는 진홍가슴새, 뿔쇠오리, 하늘다람쥐, 새호리기, 솔부엉이 등 희귀종들이 TNR을 받은 고양이에 무차별적으로 사냥당하는 장면을 올리며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강조했다.

TNR(중성화수술 후 방사) 조치를 거친 길고양이가 희귀종 진홍가슴새를 사냥하고 다가오는 모습. 이 고양이는 사냥한 진홍가슴새를 먹지 않았다. 고양이는 가지고 놀기 위해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길덕후는 영상에서 "저는 길고양이 보호소에서 입양한 '달이'를 10년간 키웠다. 본 영상은 특정 단체 및 사람을 비방하거나 고양이 혐오범죄 조장을 위한 영상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의 본질이 고양이가 좋고 나쁨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닌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다른 생명들도 소중하게 여겨달라"며 "책임질 수 없다면 고양이들을 위해서라도 밖에서 밥을 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영상은 게시 하루가 지난 현재 9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양이 학대 추적단체 팀캣은 2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낸 성명에서 반박했다. 팀캣은 "어제 올라온 새덕후라는 유튜버의 새 애호가적 시선으로 만든 논리없는 영상을 환호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새덕후는)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은 오직 새 뿐이며 다른 야생동물은 굶어 죽어도 된다는 굉장히 모순적이고 뒤틀린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간 때문에 피해를 본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으로 내려와 로드킬을 당하거나 겨우 찾은 게 길고양이 밥자리 또는 음식물 쓰레기"라고 강조했다.

팀캣은 그러면서 TNR의 실효성을 주장하는 한편 "(새덕후의) 영상으로 인해 길고양이 혐오가 얼마나 더 심해질지, 한 생명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를 어느 수준까지 부추긴 건지 아실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팀캣은 반박문에서 "영상은 볼 가치가 없어 세 줄 요약본으로 읽었다"며 "혐오 조장 사유의 신고는 덤"이라고 했다.

고양이 학대 추적단체 팀캣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반박문.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온라인상에서 포착되는 대다수의 여론은 새덕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영상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문제는 공중파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요즘 서울 산에서 다람쥐나 청설모가 잘 안보인다. 반면 고양이는 진짜 많아졌다' 등의 반응이 다수다.

'캣맘·대디'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길고양이를 책임지지는 않으면서 자신들의 도덕심만을 채우려는 이들의 행위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데, 그 폐해를 지적하면 '동물혐오론자'가 되기 일쑤란 것이다. 일각에선 팀캣이 새덕후 영상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매도하고 자기들의 주장만을 펼친 것이야말로 바로 그 예라 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길고양이를 입양할 것 아니라면 먹이를 야외에 두지 말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책임제 뿐이라고 보고 있다. TNR과 살처분 등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더라도 계속해서 반려동물을 내다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지속될 문제일 수밖에 없단 것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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