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과학기술’을 두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갈등은 도약과 빠른 성장으로 해결돼야 하며, 이는 오로지 과학기술 혁신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이 앞으로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주목된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에서 ‘경제와 과학기술’ 가장 강조...당권 주자 안철수는 미소?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의 미래와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라면서 “모든 정책 중 최우선 순위에 과학기술을 두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보상 시스템을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 홍보수석은 현재 금융위원회를 제외하고 모든 부처의 업무보고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업무보고) 마무리 말씀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경제와 과학기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부터 강조된 ‘과학기술 혁신’은 집권 2년차 정책을 통해 좀더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이 당대표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평소 "다음 당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 기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강직한 법조인 출신 대통령과 과학기술에 정통한 여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보증할 가장 궁합이 좋은 조합"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부터 ‘과학기술 혁신’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이 안 의원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다보스포럼 참석 후 ‘양자 전략’ 발표하고 ‘챗GPT’ 활용 지시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행보는 2023년 첫 순방에서부터 확인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차 2023년 들어 첫 순방지로 택했던 스위스에서 취리히 연방공대를 찾아 석학과 대화를 했다. 이후 ‘국가 양자 전략’ 발표와 양자연구센터 설립을 준비중이다. 돌아오자마자 젊은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오찬을 통해 인력양성은 물론, 미국 등 주요국과 각 분야별 역할분담을 함으로써 이른바 대한민국이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모든 순방의 핵심을 경제에 놓겠다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과 글로벌 스탠다드 맞춤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수석은 “과학기술 혁신은 우리나라 혼자 힘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순방을 통해 정부 대 정부, 정부 대 기업간 교차 협력을 달성하고, (윤 대통령은) 국가 영업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부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부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행정안전부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공무원들이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 수석과 비서관들에게도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과 툴(Tool)에 대해 익히고 공부하라는 지시를 했다.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과 만나 챗GP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우리 사회에 미칠 거대한 변화를 먼저 실감하시고, 참모들부터 먼저 적응하고 익숙해지라고 당부했다”면서 “부처 업무보고에선 일선 공무원들에게 당부하셨지만, 이에 앞서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챗GPT를 사용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우주, 양자에 이어 최근 출시 몇개월만에 전세계를 강타한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까지 꺼내든 것이다.

출시 40일만에 사용자수 1000만명 넘김 챗GPT, 인간처럼 논문도 써

챗GPT는 오픈에이아이(Open AI)사(社)가 2022년 12월 1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출시 일주일만에 일 사용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데 이어 40일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2일 미국의 투자 리서치 회사인 ARK Invest는 현재 챗GPT 일 사용자수를 1,500만 명 정도로 추정했다.

챗GPT는 사람이 하는 질문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답변의 정확성도 미국의 미국 로스쿨·의사 시험에 합격할 수준에 도달했다. 방대한 지식 정보를 생성해 레포트까지 쓸 수 있는 챗GPT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논문 공동저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했다. ‘인공지능은 인간 저자와 달리 연구 결과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챗GPT의 저자 자격과는 별개로, 놀라운 지식 생성 기능은 국내 IT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챗GPT 언급에, 정부 역시 대규모 AI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격변하는 과학기술이 청년들 일자리 만들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26일 열린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서도 ‘전국민의 AI 일상화’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했고, 이를 위해 올해 712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내 하이퍼커넥트에서 열린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내 하이퍼커넥트에서 열린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는 △‘독거노인 AI돌봄로봇 지원’, ‘소상공인 AI 로봇·콜센터 도입’, ‘공공병원 의료 AI 적용’ 등 대국민 프로젝트와 함께△제조·콘텐츠 등 10대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기업이 필요한 AI 제품·서비스를 개발·적용(150개 과제, 400억원)하고 지역특화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융합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2805억원을 투입해 신규 8대 분야 학습용데이터 구축·개방하고 초거대AI 모델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자원 등을 통해 AI기업 성장을 뒷받침하고 △AI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AI(2655억원)와 공공·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AI를 개발(445억원)하고, 신경망처리장치(NPU)·차세대메모리반도체(PIM)·첨단패키징(668억원) 등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갖춘 당대표 선출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결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의 주역인 이들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해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지금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지 않고, 발판을 깔지 않으면 어마어마하게 쏟아질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