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공격에 "영남 승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것" 맞대응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가 '김기현 안철수' 양강 구도로 본격 접어들면서 두 후보 간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수도권을 공략하지 못할 인물이 '체육관 선거'를 통해 선출돼 전국구 선거를 이끌면 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고 하자 김기현 의원은 '당원 폄훼'이자 '정통 보수당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의 날선 반응에 또다시 "(총선에서)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지원 유세를 요청할 후보가 누구이겠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31일 YTN 라디오에서 "당이 어떤 경우에도 '영남 자민련'이 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쓰느냐"며 "국민의힘은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 뿌리를 가진 정당이다. 당연한 전당대회 과정을 갖고 '추억의 체육관 선거'라며 우리당이 고리타분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개인 김기현에 대한 공격 아니라 정통 보수당 국민의힘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경기도 부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김 의원의 수도권 출정식에는 최고위원직에 도전하는 현역의원들을 비롯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 의원 측은 과거의 '체육관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며 비판했고 조경태 의원 측에서는 당규 위반이라며 당에 항의했다. 조 의원은 "당규 3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며 "왜 그런 것 못하도록 하지 않나"라고 했다. 뒤늦게 당 선관위는 당규 34조를 숙지해달라는 공문을 배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한다"면서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 후보 입장에서는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 50여명이 모여서 김기현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게 굉장히 섭섭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당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전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강북구 당협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영남 자민련이란 표현은 당원을 폄훼한 것'이라고 말한 김 의원을 향해 "철저한 왜곡"이라며 "영남 승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수도권에서 이기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우리가 수도권에서 지면 정말 그렇게 영남에만 국한되는 아주 작은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 불출마 효과가 안 의원에게 집중되자 김 의원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지지자 뿐 아니라 우리 당의 지지자 80만 명이 이번 선거의 핵심은 수도권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누가 과연 한 표라도 더 가져오고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키겠나. 당협위원장들이 유세를 요청을 하실 것인가,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하면 저는 이번에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의원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일반 국민들 가운데 김 의원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지적으로 "울산 태화강 건너면 김기현을 누가 아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낮은 인지도를 걸림돌로 의식하고 있는 김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민심, 당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저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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