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후 변수로 거론되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의 양강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다음달 2일과 3일 이틀 동안 당대표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향한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흘러가면서 두 주자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흘러가면서 두 주자 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윤 표심, 일단 안철수로 결집 현상 보여...유승민 불출마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나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는 김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친윤계’인 안 의원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안 의원은 오차범위(표본오차 95% ±4.7%p) 안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여론조사는 유 전 의원의 불출마를 전제로 진행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440명 가운데 39.8%에게서 당대표에 적합하다는 응답을 받았고, 김 의원은 36.5%로부터 당 대표로 적합하다는 응답을 이끌어냈다.

알앤써치의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하루 전날인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등 다양한 변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관측됐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안 의원에게 비윤 표가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심이 김 의원 쪽으로 강하게 작동할수록 반작용 또한 강하게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중도 성향을 가진 당원들은 윤심도 중요하지만,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알앤써치의 조사 결과는 대통령실에 적잖은 충격이 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에서는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모두 출마하는 것을 내심 기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유 전 의원이 출마해 안 의원과 비윤 표를 나눠갖는 구도를 기대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안 의원에게로 향하는 나 전 의원 지지자들의 마음을 유 전 의원이 뺏어주기를 바란 것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이어, 유 전 의원의 불출마는 김 의원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출마로 비윤계 당심이 결집해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표 경선이 당원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수 있다. 당원의 40%가 영남이고 중장년층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윤심을 업은 김의원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러 변수를 안고 있어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선거를 끝까지 요동치게 만들 4가지 변수를 살펴본다.

① 결선투표제, 친윤계의 자충수 되나?

당초 결선투표제는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친윤 후보의 당선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됐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상대로 재투표하는 제도가 오히려 친윤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 속에, 권성동·김기현 등 친윤 후보들의 표 분산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친윤 대 비윤 후보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표를 몰아주자는 전략으로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당심 100% 룰에 더해 이중의 안전장치를 해둔 셈이다.

하지만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불출마에 따라, 안 의원과 김 의원과의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유력한 대권주자로, 윤핵관과 차별화를 내건 '범친윤' 안철수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된 것이다. 따라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② 복잡한 80만 당원의 표심은 누구로 향하나?

향후 김기현 의원과 친윤계는 1차투표에서 과반을 획득, 결선투표로 가지 않기 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불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현재 김 의원의 지지율은 40% 선에서 멈춰 있는 실정이다.

결사적으로 김 의원을 밀고 있는 친윤계로서도 40%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힘 책임당원 규모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약 8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2021년 6월 전당대회 이후 2년도 안 돼 28만 명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세대와 지역, 성별이 어떤 비율로 이뤄져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수 성향에 영남권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준석 전 대표 재임 기간 가입한 개혁 성향의 20~40대 당원 비중도 전체 당원의 20~3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근 입당한 당원 중에는 반드시 윤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친윤 성향만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과 친이(친이준석) 성향이 어떤 분포를 이루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당심의 향방이 일치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관련해 이준석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새로 유입된 당원들의 성향을 알게 되면 윤핵관들은 까무러칠 것"이라며 당원의 체질이 과거와 크게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과거 전당대회와 달리, 조직 투표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80만명을 웃도는 당원 규모를 감안하면, 친윤이 대부분인 당협위원장들의 영향력은 이전과 달리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③ 컷오프의 정치학...3명 혹은 4명?

나경원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들의 상당수가 안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윤계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0% 당심과 결선투표제를 확정한 데 이어, 컷오프를 3명으로 해 또 한번의 안전장치를 둘 것이라는 점이다.

1차투표에서 과반을 얻기 위해서는, 1‧ 2%의 지지율을 얻는 주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이 획득하는 지지율이 실제 투표결과에서도 같은 비율로 나타날 경우, 결선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컷오프를 3명으로 할 경우, 1차에서 과반의 지지율을 획득할 가능성이 4인으로 할 때보다 더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현재 김기현 의원의 입장에서는 윤심 대세론과 조직력에 기대는 상황이지만, 윤심 대세론은 중도 성향을 가진 당원들에 의해 ‘반작용’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윤 성향의 당협위원장들이 발휘할 조직력도 이전만큼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컷오프를 3명으로 하는 안전장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④ 나경원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쪽은 누구?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앤써치의 조사결과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나 전 의원의 지지자 가운데 비윤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 전 의원의 효과가 반영돼, 그 반사 이익을 안철수 의원이 흡수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안 의원의 상승세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유의미하지만, 여론조사에 응답한 응답자의 성, 연령, 지역별 구성과 국민의힘 당원의 성, 연령, 지역별 분포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전당대회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려면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기현 의원 측이나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나 전 의원을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나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김기현 의원 쪽으로 오지 않는 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나 전 의원을 설득할 가능성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선거를 10일 정도 앞둔 시점에 나 전 의원이 공식적으로 김 의원의 지지를 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나 전 의원을 도왔던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나 전 의원의 공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종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김기현 의원이 1차에서 과반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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