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고조?, ‘차도살인(借刀殺人)’ 이재명 대표 교체??

대장동 및 쌍방울그룹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민주당 지도부 조차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국회에 상정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이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고 의원은 1일 SBS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100% 부결 또는 가결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까는 진짜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이재명 체제로 가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만약 이 의원을 체포가 될 수 있게 끔 우리가 돕는 것이지 않느냐"라며 "만약 가결될 경우엔 민주당에 대한 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재명 체제가 무너지면 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는 안갯속에 있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당을 안갯속으로 밀어 넣는 게 우리 당으로선 좋은 것인가 계산을 굉장히 많이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민주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부결을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정 의원이 몇시간 전에 한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검찰이 갖고 오는 답안지를 보고 그냥 채점 잘하면 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검찰이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뭐라고 이유를 적을 것 아니냐"면서 "이 대표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하고 국민한테 얘기하는 것이다. 그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걸 보고 사람들이 '야 이거 심하네' 그러면 의원들이 우리 당 대표를 지키자 이렇게 하는 의원들이 좀 흔들릴 것"이라며 "그런데 봤더니 지금까지 이전에 나온 거랑 별다른 것도 없고 약간 확실한 게 없네 이러면 이 대표를 비호하고 싫어하고 좋아하고가 아니고 노웅래든 이재명이든 삼재명이든 누구 관계없이 여기에 동의해 줄 수 있겠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2일 "이재명 대표의 경우 국민들이 바라보기에도 '검찰이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맞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전날 고민정 김종민 의원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현재 검찰은 이 대표를 탈탈 털어서 사법처리를 해야겠단 목적을 가지고 이것저것 보이는 거 안 가리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민주당내 의원들의 ‘이상기류’가 비명계에 국한된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친명계의 대표적 인사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정치보복 내지 야당탄압 프레임으로 규정,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자유 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원내지도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으로 대응할 순 없고 결국 자유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무기명 투표인만큼 반드시 부결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는만큼 원내 지도부가 확실히 부결될 수 있도록 당 소속 의원들의 심적 변화 가능성 등을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최근 사흘간의 민주당 내 흐름을 보면, 박홍근 원내대표가 먼저 ‘표단속’ 차원에서 당의 일치된 대응, 즉 부결을 유도하는 ‘당부’가 있었지만 고민정 김종민 조응천 등 일부 의원들은 의원들의 솔직한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경우 그의 체포에 동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표’의 숫자와 이에따른 동의여부로 모아진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에서 35표 정도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 의원은 1일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는 것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사실 더 좋다”며 “(구속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35표 이상 찬성표가 (민주당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일 “(이재명 대표 구속에 찬성하는 민주당내)이탈표는 20표가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2일 현재, 국회의원 299명 중 민주당은 169석으로 국민의힘이 115석, 정의당이 6석, 무소속 7석 등의 의석분포를 이루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석에 민주당의 이탈표가 30표 이상 나올 경우 체포동의원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만큼, 상처투성이가 된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총선승리, 즉 민주당 의원 본인들의 당선이 어려운만큼 차제에 검찰의 칼을 빌려 자연스럽게 이 대표를 교체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이른바 ‘차도살인(借刀殺人)’ 논리다.

고민정 의원이 1일 "이재명 체제가 무너지면 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는 안갯속에 있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당을 안갯속으로 밀어 넣는 게 우리 당으로선 좋은 것인가 계산을 굉장히 많이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민주당 이같은 기류가 이재명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마자, 볼 것도 없이 부결시킬 경우 생길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연기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양심과 이성적 판단에 따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원에 찬성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본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막기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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