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비난했지만, 풍선이 '민간용'임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충돌은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현지시각)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에 대한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했는데, 해당 기구가 민간용이며 어쩔 수 없이 미국 영토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풍선이 미국의 본토 영공에 '침입'한 것이 아닌 '표류'했으며, 그 용도가 '정찰용'이 아니라 '기상관측용'이었다며 애초에 미국에 진입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이를 여러 차례 설명했음에도 미국이 군사력으로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 발표엔 앞으로 심화될 수 있는 미·중 갈등 수위를 최대한 낮추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난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풍선이 민간기업의 '기상관측용' 기구임을 강조함으로써 군사력을 동원한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성명 마지막에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중국은 추가적인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해 풍선에 과잉대응한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단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중국의 주장일 뿐 미국은 여전히 해당 풍선이 중국의 '정찰용' 기구임을 확신하고 있어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5-6일 사이 방중할 것으로 알려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계획을 전격적으로 연기하고 중국 측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제 삼겠단 입장을 내놓았다. 2일(현지시각) 몬태나 주 상공에서 풍선이 포착됐을 때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이 방중 계획이 무산될 거란 예측을 내놓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힘써온 중국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단 평가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대미 관계가 원만해질 필요가 있는 중국이 곤란하게 됐단 얘기다. 특히 중국은 한국인, 일본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 경유비자 면제 중단 등 자국보다 약소국이라고 판단되는 나라에 대해선 차별적 조치를 행하면서 자신들보다 강한 미국에 대해선 지난달 10일부터 미·중 항공노선 운영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미국에 적극 구애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풍선 사건으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중국 외교부가 '공갈성'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미국에 '냉정하고 전문적이며 자제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점, 중국 관영매체들이 상황 악화와 오판을 피하기 위해 미·중 양국이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중국의 '초조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미국은 4일(현지시각) 대서양까지 날아간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을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정찰 풍선 격추 작전'엔 미사일을 직접 발사한 F-22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F-15 전투기, 오리건·몬태나·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 주 등의 군용기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선이 버스 3대를 합친 만큼 커 본토 상공에서 격추 시 잔해가 떨어져 시민들이 다칠 수 있어 대서양에서 격추한 것으로 풀이된다. 풍선의 잔해는 미 해군과 FBI가 수거 중이라고 미국 해군연구소(US Naval Institute)가 이날 밝혔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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