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를 운영하고 있는 조쉬(가운데)와 올리(왼쪽)이 지난 1일(현지시각) 버킹엄 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알현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국의 유튜버 '영국남자(본명 조쉬 캐럿)'가 8일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만나 "한국 음식 드셔 본적 있나"라고 질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남자'는 조쉬, 올리(본명 올리버 존 켄달) 등 영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로 현재 구독자 약 554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남자는 이날 올린 '영국 왕을 직접 만나서 한국에 대해 여쭤봤습니다...'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지난 1일(현지시각) 버킹엄 궁에서 열린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공동체' 리셉션에 참여해 찰스 3세를 직접 알현했음을 밝혔다.

영국남자의 촬영과 편집, 출연까지 담당하는 올리는 "몇달 전에 한 편지를 받았는데 정말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버킹엄 궁전에 초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쉬 역시 "진짜 초대장"이라며 찰스 3세의 도장과 버킹엄 궁전 로고가 찍힌 우편물을 공개했다.

영국남자가 공개한 찰스 3세 이름의 초대장. 찰스 왕의 문장과 버킹엄 궁 도장이 찍힌 모습이 보인다. [사진=유튜브]

올리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며 "저희 정말 스트레스 장난 아니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영국인이 버킹엄 궁에서 영국 국왕을 알현할 기회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면, 올리의 반응은 무리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올리 뿐만 아니라 조쉬도 땀을 흘리는 등 매우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찰스 3세와의 만남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올리는 "내가 130살쯤 됐을 때 오늘 찰스 왕과 할 대화를 내 증증증손주들에게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라며 "그 대화를 우리가 지금 하러 가는 거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다"라고 했다. 옆에 서 있던 조쉬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국남자는 찰스 3세와의 면담을 상세히 소개했다. "정말 따뜻하시고 웃으며 말씀하셨다"며 "저희한테 처음 말씀하신 게 '유튜브 (회사)에서 일하시냐'였다. 그래서 '아니요, 유튜브 채널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찰스 3세가 '아, 영국남자 맞죠?'라고 하셨다"며 "그 순간 정말 숨이 턱 막혔다. 진심으로 어안이 벙벙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좋은 이야기도 나눴다. 저희에게 어떻게 채널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물어보셨다"며 "한국에 대해 여쭙자마자 '아 한국 가봤다'고 하셨다"고도 했다. 영국남자에 따르면 찰스 3세는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다. 정말 정말 좋았었다"라고 기억했다. 찰스 3세는 지난 1992년 11월 왕세자의 신분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 바 있다. 이때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함께 했는데, 이는 왕세자 부부가 별거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수행한 공무로 남아 있다. 

1992년 한국을 공식 방문한 찰스 왕세자 부부가 노태우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에서 면담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국남자는 "한국 음식 드셔본 적 있는지, 좋아하는지 여쭤보니 바로 '한국 음식 정말 좋아한다'고 하셨다"며 "(단) '너무 맵지만 않으면'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영국남자는 삼겹살, 한우, 한국식 치킨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 음식을 찰스 3세가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올리는 영상 막바지에 "다음 주 에피소드는 찰스 왕과 함께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조쉬는 "올해가 영국남자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저희 영상을 봐주신 여러분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매일매일 저희 인생이 정말 꿈같고 너무 축복이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게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아 지금의 제가 있고 그 경험을 사랑하는 사람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며 "이 여정 덕분에 저희가 버킹엄 궁전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지금 보고 계시는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번 영상에 대한 한국 내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영국남자가 지나치게 국뽕(지나치게 한국을 높이거나 찬양하는 행위) 팔이를 한다'란 비판도 있지만 '한국을 영국 등 다른 나라에 10년 간 소개해온 영국남자의 공은 분명히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 외에 '(찰스 왕에게) 불닭볶음면과 같이 매운 음식을 대접하면 버킹엄 궁에 유폐되는 것 아니냐'는 유쾌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공동체의 기여를 기리기 위해 음력 설 직후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이름으로 열렸다. 이 자리엔 한국 외에도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태국, 몽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일본, 캄보디아, 필리핀, 동티모르 공동체가 참여했다고 버킹엄 궁은 밝혔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트위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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