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BTS 소속사 하이브가 SM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SM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7일 SM 이사회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를 견제하기 위해 신주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 9.05%를 카카오에 넘기기로 결정한 데 이어 하이브까지 가세한 것이다.

하이브가 SM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사진=KBS 캡처]
하이브가 SM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사진=KBS 캡처]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14.80%를 4228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더해 하이브는 다음달 1일까지 SM 보통주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키로 했다. 이로써 SM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카카오·얼라인·SM 현 경영진’ 대 ‘하이브·이수만 전 총괄’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몰아주기’ 정조준

SM 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씨가 설립해 HOT,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등 수많은 K팝 스타들을 키워낸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그런데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가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의 잘못된 지배구조 관행 때문에 SM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 총괄이 주주로서 이익에 따라 받는 배당 외에 ‘라이크기획’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에 일종의 용역을 몰아주는 형태로 경영을 한 부분을 지적했다. 오랜 기간 이 전 총괄은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이익의 6%를 받아간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런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들의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목소리를 높였고, 그 과정에서 상당수 임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다음, 이 총괄의 퇴진까지 요구하게 됐다. 대부분의 소액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소극적인 반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소액의 지분이더라도 자신의 발언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찾아서 그걸 바탕으로 대주주의 잘못된 지배관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압박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로 불린다.

이수만, 자신의 인생이 담긴 SM에서 쫓겨나는 형국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이 전 총괄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 상황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등장했다. 지난 7일 SM 이사회는 이 전 총괄을 견제하기 위해 신주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지분 9.05%를 카카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이 전 총괄의 지분율은 18.46%에서 16.78%까지 떨어진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9.05% 지분을 매입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하자, 하이브가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하이브는 다음달 1일까지 SM 보통주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키로 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하이브는 SM 지분 39.80%를 보유하게 된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 25%를 추가로 취득할 경우, 하이브와 이 전 총괄 보유 잔여지분은 총 43.45%에 달하게 된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1일 SM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한 무료 온라인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3 : SMCU 팰리스@광야'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2023.1.1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1일 SM 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한 무료 온라인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3 : SMCU 팰리스@광야'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2023.1.1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4.8% 확보한 하이브는 이수만의 ‘백기사’

다크호스로 등장한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중 14.8%를 확보하게 된 데에는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이수만 총괄이 경영권에 관심이 없어서 넘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전 총괄이 “추후 그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조항까지도 같이 포함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정말 경영에 관심이 없어서 회사 지분을 넘길 경우 전량 넘기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 전 총괄은 3% 이상 지분을 남겼다는 점에서 회사를 떠난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이브 역시도 실질적으로 SM 지분을 이렇게 많이 취득한 것으로 인해 SM에 경영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라는 발언을 이미 한 바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경우, 카카오와 같이 지분 매입을 통해서 SM에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했고, 이 전 총괄에게 백기사 노릇을 한 다음, 그걸 바탕으로 양사 간 전략적 시너지를 도모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 총괄과 방 의장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손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SM 임직원들, “방시혁 인수하면 하이브의 레이블로 전락”우려.....카카오 인수 통한 ‘독립경영’ 추구해

하지만 SM 내부의 분위기는 방 의장과 하이브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거대 양사의 결합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보다는 SM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이브에 인수당하면 하이블의 레이블 중 하나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반면 카카오에 인수당하면 업계 2위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SM 3.0’을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지난 1월 15일, 20년간 SM을 지탱해 온 '이수만 단일 총괄 프로듀서 체제'를 벗어나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로 나아가겠다는 'SM 3.0'의 1차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2171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게 SM의 설명이었다.

'대주주'인 이 전 총괄은 강하게 반발하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냈고, 상황은 한층 더 격화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의기투합해 변화에 앞장서자는 의견이 많았다. 배우 겸 가수 김민종이 이 전 총괄의 퇴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 직원들에게 보냈을 때도 직원들은 변화를 외치며 김민종을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임직원들이 현 경영진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지는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 라운지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총 223명의 직원이 참여한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이성수·탁영준+카카오' 86%(191표), '이수만+하이브' 15%(33표)의 결과가 나왔다.

유튜브 ‘SM TOWN'에서 ‘SM 3.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SM의 두 공동대표. 왼쪽은 이성수 대표, 오른쪽은 탁영준 대표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SM TOWN'에서 ‘SM 3.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SM의 두 공동대표. 왼쪽이 이성수 대표, 오른쪽은 탁영준 대표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SM 직원들이 카카오와의 관계는 협력으로 보지만, 하이브와의 관계에서는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돌 1세대부터 K팝 시장을 주도해온 SM만의 고유성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여러 기획사를 인수‧ 합병하며 몸집을 키워온 하이브와의 관계는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하이브는 SM이 발표한 ‘SM 3.0’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SM 공동대표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SM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만 밝힌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는 다음달 말 진행되는 SM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한 경영진 후보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M 새 이사진 후보로 과거 SM에서 근무하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의 비주얼 디렉팅을 담당했던 민희진 현 어도어 대표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SM, 인수전쟁 가열되면서 이달에만 31.82% 급등, 이수만의 가처분 신청 기각여부가 변수

하지만 SM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SM 주가는 크게 올라, 2014년 이후 9년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복귀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종가 기준 SM 주가는 11만6천원, 시총은 2조7천616억원으로 지난 10일에 이어 코스닥시장 9위를 기록했다.

SM 주가는 작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주주가치 훼손 비판 이후 지난해 9월 16일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18.60% 뛰었고, 이수만 대주주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가 끝나는 등 얼라인의 요구가 실현되면서 추가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2대 주주 등극에 이어 하이브의 인수 추진 소식까지 이어지자, 이달에만 31.82% 급등했다. 13일 기준 SM과 하이브(7조8천158억원)의 시총을 합치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다만 단기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SM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은 높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증권가의 SM 주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3일 종가보다 낮은 11만2천441원이다. SM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17곳 중 목표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제안 가격인 12만원보다 높게 제시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13만원), 키움증권(12만7천원) 뿐이다.

하지만 이수만 대주주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 이에 따른 카카오의 추가 지분 매수 의지에 따라 향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카카오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카카오가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SM 주가는 단기 12만원에 고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SM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 “12만원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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