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의 문제는 물질적 문제만 아닌,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정부 주무부처, '출산' 인식 개선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아

이명박 정부 시기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작한 출산장려 공익광고. "아이낳기 캠페인, 형제편"이 제목으로, 형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이러한 출산장려 캠페인이 좀처럼 진행되고 있지 않다. [사진=행정안전부]

2022년 한국의 출산율이 채 1명이 되지 않는 0.78명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방송, 언론, 인터넷 그 어디에서도 쉽게 출산장려 캠페인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출산율이 OECD 최하를 기록하게 된 원인엔 경제적 원인도 있겠지만, 경제부담, 자아실현에 방해 등의 사유로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사회적 담론'도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문재인 정부 시기 크게 악화됐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공익광고 등 캠페인이 필요함에도 여성가족부 등 정부 주무부처는 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 출산 관련 캠페인, 문재인 정부 이전 시기까지는 존재했다

출산 관련 캠페인은 1960년대부터 존재했다.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릴 만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1960년대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가 등장했다. 1970년대에도 인구가 지나치게 빨리 늘어난단 위기의식이 있어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나타났다. 1980년대엔 "둘도 많다!"는 대한가족계획협회의 포스터가 등장했다. 반면 1990년대부턴 급격히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정부는 출산 억제정책을 완화했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등으로 출산율은 1.5명 아래로 낮아지게 된다.

역대 출산 정책을 보여주는 포스터들. 1980년대까지는 출산억제 정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이에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졌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2010년대 출산장려 캠페인은 이명박 정부 때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작한 "아이낳기 캠페인, 형제편"이다. 이 캠페인은 "혼자는 외롭습니다. 그러나 형제자매가 있는 세상은 따뜻합니다. 서로 친구하고 의지하며 배려와 양보로 세상을 같이 열어가기에,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인생이란 큰 길을 함께 가게 해주세요. 내 아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동생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에서 1.3명을 유지하는 등 1명대를 넉넉히 상회했으므로 2명대로 높이는 게 정부의 목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도 출산율은 1명대를 넘었었기에 출산율을 2명으로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예가 '아이좋아 둘이좋아' 캠페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10월 1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자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이좋아 둘이좋아' 캠페인을 펼친다"며 "아이가 있어 즐겁고 둘이라서 더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지상파 등 방송채널을 통해 그해 연말까지 방영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 출산 공익광고였던 '아이좋아 둘이좋아' 캠페인 영상. 이는 지난 2014년 연말까지 방영됐다. [사진=보건복지부]

 

■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오히려 저출산을 조장·방관했다

2017년까지 1.05명을 유지하던 한국의 출산율은 그 다음해 0.98, 2019년 0.92, 2020년 0.84 등 0명대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시기는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와 정확히 겹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출산율이 문 정부 시기부터 0명대로 떨어지게 됐을까.
 
문 정부는 자신들의 집권기에 '저출산 대책'은 그 방향 자체가 변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까지 추켜세운 문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접근했다. 출산율 높이기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라 문 정부 시기에 출산양육비 부담 완화 정책, 비혼 출산·양육에 호의적인 제도 구축 등 물질적 지원이 주로 이뤄지고, 이와 더불어 여성의 성평등 정책도 강력하게 추진돼 왔다.

하지만 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이게 과연 저출산을 막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조장하는 것인지 논란을 낳았다. 문 정부는 '출산율 높이기를 목표로 한게 아니다'라고 명시했는데, 이에 대해 그럼 무슨 의도에서 저출산 대책을 내놨냐는 비판이 이미 나온 바 있다. 또 한국인들 사이에서 '아이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근본적인 가치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물질적 지원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성이 육아를 주도하고 남성은 육아에 수동적·방관하는 듯한 캠페인을 내보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율'이 아닌 삶의 질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산율 대책이 출산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무엇을 고려하느냐란 비판을 문재인 정부는 받은 바 있다. [사진=문재인정부 청와대 트위터] 

일례로 문 정부 집권 시기인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광고주로 참여했던 '저출생 캠페인-두줄이 반갑지만은 않았다'를 보면 둘째가 생긴 아내는 산부인과에 들러 검사를 받다가 첫째를 어린이집에서 데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뒤늦게 어린이집에 가보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은 남편이 데려갔다고 말해준다. 아내는 왜인지 안절부절못하면서 남편에 연락을 취하지만 남편은 소파에 기대 곤히 자느라 연락을 받지 못한다. 집에 도착한 아내는 남편에게 화를 내는데, 이를 본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 시청자는 "아내가 왜 화를 내는 거냐"며 "남편이 아이를 데려갔으면 그게 더 안심할 일 아니냐. 집이 지저분한 것? 그건 남편도 피곤해서 그런 것 아니냐. 아니면 본인이 임신해서 그런 거냐"며 영상을 이해할 수 없단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문 정부 때부터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제기된 '독박육아론(아이는 여성만이 홀로 키운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출생 캠페인-두 줄이 반갑지만은 않았다'는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광고주로 참여한 공익광고 영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내는 남편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왔음에도, 화를 낸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단 반응을 보였다. [사진=유튜브]

 

■ '자녀 없어도 된다'는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 과연 누가 조장했나

2021년 한국리서치의 정기조사에 따르면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한국인의 74%가 동의했고, 22%만이 동의하지 않았다. 이 수치로만 보면 조사 결과의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지만 출산의 주체인 젊은 여성들의 동의·비동의 비율로 들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 조사에서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데 비동의한 20대 여성은 62%에 달했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라고 대답한 여성은 30% 뿐이었다. 30대 여성 역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은 비율은 38%로 비교적 높았다. 반대로 40대 여성부터는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50대 여성의 경우엔 85%에 달했고, 60세 이상의 여성도 84%가 여성이 자녀는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021년 실시한 '나의 자녀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여론조사. 그에 따르면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을 제외하고는 전 연령에서 '있어야 한다'가 다수를 점했다. [사진=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됐을까. 이는 여러 원인의 복합물인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 10월 경부터 시작된 문화계 성추문 폭로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그동안 은폐됐던 성폭력 문제를 양지로 꺼내는 성과도 거뒀지만, 한국 여성의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 여성들의 담론에서 '한남충(한국남자+벌레)' 등이 유행했는데, 사회 지배적 담론이 인간의 사고·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젊은 여성들이 이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2019년 가톨릭대 윤지선 강사가 철학연구에 게재한 "'관음충'의 발생학"이야말로 한국 여성의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약자가 강자를 혐오할 순 없다'며 남성혐오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좌파 특유의 말장난이자 견강부회란 평가다. [사진=철학연구]

여성가족부의 책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일각의 평가다. 문 정부 시기 출산장려예산 배분 등 크게 강화된 여가부는 남녀를 화해시키는 대신 조장하고 가족을 복원하는 대신 해체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가부는 '내가 아기를 좋아하는데 내가 직접 아기를 낳아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문구가 포함된 비혼주의 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됐다. 여기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인터뷰들이 대거 포함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10월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히려 비출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영상은 논란 끝에 삭제됐다.

여성가족부는 출산장려예산을 비혼주의 영상을 제작하는 등 잘못된 곳에 써 논란을 낳았다. 이 영상은 논란 끝에 삭제됐다. [사진=TV조선]

언론계의 문제도 크다. 특히 좌파적 시각을 가진 언론들은 정부가 국가 단위로 출산율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출산은 개인과 가족 단위의 선택일 뿐인데 정부가 이에 대한 관심은 높이지 않고 국가적 차원의 목표만 앞세운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개개인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강요하거나 할당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아이를 낳는 것에 부정적 일색으로 변해버린 사회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아서 문제다.

시민사회, 학계에서 여성계의 목소리만이 대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저출산 대책을 무조건 '여성 억압' '국가 중심적 사고방식'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또 한국 사회에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며, 한국 여성들이 끊임없이 '성폭력'과 '여성혐오'에 노출되고 있다며 한국 남성과 한국 사회에 가스라이팅을 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브레인'으로서 여가부 등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한국 여성들은 이들의 사상을 답습하고, 여성 커뮤니티에선 이 담론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간극은 더 벌어질 뿐이다.

 

■ 국가가 존속하지 않으면 개인의 선택도 없다는 담론도 확산돼야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폐해는 20세기의 양차 대전 등 역사적 비극으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보다 무조건 개인이 우선돼야 한다는 무정부주의·국가 해체주의적 성향의 가치관도 문제란 지적이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에 불과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리고 더 나아가면 아예 절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보건복지부·여가부 등 정부 주무부처는 출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금 지원만 외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20대·30대 여성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공염불'이자 '말짱 도루묵'으로 끝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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