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진=서울대학교]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학교폭력)' 가해 전력 논란으로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만인 25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날 임명을 전격 취소해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에서는 하루가 지난 26일까지도 이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 변호사의 하나뿐인 아들이 바로 서울대학교 재학생이란 점이 도화선이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엔 아들의 실명을 비롯해 어느 단과대학 어느 과에 다니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이미 돌고 있을 정도다.

스누라이프 구성원들은 정모 군이 학폭으로 그가 다녔던 민족사관고등학교 학폭위에 회부될 정도로 문제가 있었음에도, 서울대 입시에서 걸러지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민사고 학폭위에서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지자 정모 군 측이 이에 반발해 대법원까지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 등을 이어간 것은 입시에 영향받지 않으려는 의도에서였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본 사건은 지난 2018년 KBS를 통해 이미 보도된 바 있음이 드러나 정모 군을 선발한 서울대를 비판하는 의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보도에선 정 변호사를 '고위직 검사 출신'으로 명시하긴 했지만 공중파 방송에 실릴 정도로 파급력이 큰 논란이었음에도 서울대가 제대로 파악을 했냐는 것이다.

KBS는 5년 전인 2018년 이미 이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사진=KBS]

그는 수시가 아닌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대 정시모집 규정을 보면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차후 과연 이 규정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정 변호사와 정모 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구성원은 "이번에 (정 변호사가) 지명 안됐다면 평생 묻혔을 일 됐을거라 생각하니 진짜 소름이고 그래서인지 더 괘씸하다"고 했으며, 다른 구성원은 "얼마나 지금껏 떵떵거리며 안하무인같이 살았을지 상상도 안 간다"며 "자기 집안 빽 믿고 저렇게 나대는 인간들 너무너무 혐오스럽다"고 했다. 

정모 군 측이 피해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한단 의견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 구성원은 "정순신은 사과를 하고 물러났지만 사실은 피해자 회복이 우선"이라며 "피해자를 위해서 뭘 했는지 말하고 부족했던 게 뭔지 명시하면서 사과를 해야한다"고 했다. 다른 구성원은 "정식으로 사과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계속 주의깊게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며 "정순신은 대통령한테만 미안하다고 했지 피해자한테는 사과 안했다. 부디 스누라이프 여러분은 정치병 걸린 괴물이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정모 군이 소속 학과에 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하지만 과연 그러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르면 "정모 군은 oo과 학우들에게도 피해를 줬다. 서면사과도 제대로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발표한들 면피용인 것 세상이 다 알텐데, 어차피 서울대 간판 생겼고 개명하고 유학가서 경력갖고 국내와서 잘 살면 그만"이란 것이다. 또 "그 정도 되는 집안에서 일 터지자마자 조용히 수습한 것도 아니고 몇 년을 소송해가면서 질질 끈 거 보면 어른이나 애나 똑같이 쓰레기멘탈인 거라서 딱히 영향받을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구성원은 "이제라도 임명 취소해서 다행이다"라며 "조국같이 밀어붙였으면 지지율 10퍼센트는 까먹고 총선 폭망이었다"라고 했으며, 다른 네티즌은 "이 사안을 두고 어제까지 실드친 인간들은 도대체 사회에서 무슨일 하면서 벌어먹고 사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가 소환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트위터에 "(꿈) 내가 세상에서 가졌던 첫꿈은 시골 초딩때 가졌던 '선생님'이었다"며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냐고? 기막히겠지만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맞아서 나도 선생님 돼서 애들 때려보겠다고...복수감정? 꿈은 세월 따라 변하더라"라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명 정치인이 저런 걸 대놓고 쓰는 건 진짜 사이코패스다" "보통은 저기에서 '나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절대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해주려고' 이런 이유를 달지 않나"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반응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2년 트위터에 쓴 글. [사진=트위터]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학창시절 가해자를 신고할 수 없냐는 질문이 있기도 했다. 한 구성원은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가 뻔뻔하게도 현직 교사로 담임을 맡아 활동중인데, 익명신고가 가능한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현직 교사인데 전과가 있지 않는 이상 거를 방법이 없다" "실명으로 해야 파급력이 클 것"이란 대답이 달렸고, "군대 간부도 신고하고 싶다. 몇 년이 지났지만 트라우마다" "저도 마찬가지로 직업군인과 종교인(교회 목사)가 된 가해자들을 신고하고 싶다"등 한국 사회가 학폭의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응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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