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 지하철 만년 적자, 세대갈등 논쟁으로 번지다

‘한국병’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는 갈등공화국이다. 지난 몇몇 해 동안 페미니즘 논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남녀갈등에 이어 금년 들어 세대갈등이 본격화 되었다. 세대갈등 촉발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로 불거졌다. 지난 1월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이 단초가 되었다. 오는 4월부터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인상 방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인 무임승차가 전체 적자 30%를 차지한다며 정부 지원이 되면 요금 인상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년 적자 문제는 골병이 들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 누적 규모는 약16조 원에 달한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1년에 1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오 시장의 문제인식은 당연하다. 하지만 적자 주요 원인이 노인 무임승차 탓으로 확대되며 급격한 세대갈등 논쟁으로 번지게 된 점은 유감이다.

분명히 해둘 전제 한 가지, 필자는 평소 노인연령 상향을 주장하였다. 내년 즈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선다. 지금의 60대는 과거 세대와 비교불가 할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차다. 따라서 초고령화 시대에 맞게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진작 공론화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정부당국이나 정당 차원에서 논의를 회피해 왔다. 선거에서 유. 불리 판단이 무엇보다 먼저고, 이는 노인복지 관련 제도와 직접적인 연관과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고령화 진행이 이토록 심화되도록 노인연령 상향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급기야 서울교통공사의 천문학적 적자 사태 대책으로 지하철 요금 인상 불가피함에 대해 오 시장이 발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하철 만성 적자 원인을 지금에 와서야 노인들의 무임승차 때문이라고 몰아가서는 안 된다. 여태 적자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단 말인가. 노인 무임승차가 전체 적자 30%를 차지한다고 해서 연령을 70살로 올리면 지하철 적자가 얼마나 줄어들까? 65~69세까지 해당자가 요금을 내고 이용한다손 쳐도 적자를 줄이는데 영향은 미미하다.

문제는 상황이 이토록 악화되도록 방치한, 지난 정부 포함해 어떤 공론화 작업이 없었다. 근자에 고물가, 공공요금 인상 등 경제상황이 나빠짐과 동시에 지하철 무임승차 건이 이슈화 되면서 단번에 세대갈등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여론은 예상대로 현행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해 폐지 혹은 변경하자는 쪽이 다소 우세하다. 인터넷 상에서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찬성하는 글들의 수위는 노인혐오성 표현이 상당히 많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노인 연령 상향 공론화 과정, 지하철 만년적자 문제에 대한 공청회 등 논의의 길이 없었기 때문에 세대갈등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복지법 제26조에 명시된 노인 연령 65세 이상

참고로 노인복지법을 보자.

제26조(경로우대) ①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 및 고궁ㆍ능원ㆍ박물관ㆍ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이용하게 할 수 있다.

②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주도록 권유할 수 있다.

③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인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주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에 명시된 노인 연령은 65세 이상이다. 65세 이상이라는 법률 조항에 대한 정의와 해석이 다를 여지가 있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선도적으로 나선 대구시는 지하철 무상 이용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대신 70세 이상 노인은 시내버스 무상 이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해결책은 현재 일본이 시행하는 실버패스 제도와 거의 동일하다. 일본은 지자체별로 노인 교통 혜택이 다종다양하지만 극히 일부 지자체의 65세 이상 혜택을 제외하고 대부분 70세 이상부터 적용한다. 70세 이상부터 지하철, 시내버스, 철도 할인을 받는다. 홍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65세 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라고 썼다. 필자는 홍 시장의 방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65세 이상 기준을 지자체가 70세 이상으로 확정해서 시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면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OECD 기준 노인빈곤율 1위, 교통수단마저 제한?

과거에 비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제적 수준이 훨씬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기준 노인빈곤율 부동의 1위 자리에서 내려 올 줄 모른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노인도 많지만, 반면에 그렇지 못한 노인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35년째이지만,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을 보면 43.5% 수준에 그친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3년 기준 약665만 명이다.

젊은 세대는 고령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종전에 받는 노인복지 혜택 축소에 찬성할 수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상은 경제사정이 어려운 노인이 많은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10명 중 4명 정도이고, 국민연금 없이 기초연금만 받는 노인 경우 올해 소폭 인상되어 단독가구는 월322,000원을 받는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를 감액해 부부 1인당 월 258,540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용돈 수준도 안 되는 액수다.

현실적으로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큰 복지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버스비는 개인 부담이고,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지하철 만성적자 원인을 노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에서 먼저 중지를 모아 노인 연령 상향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되어야 했다. 노인들에게 있어 외출이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해 사람을 만나고, 취미를 즐기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그러려면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하에 노인연령 및 무임승차 상향 조정은 하나의 딜레마이다. 2022년 우파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세대가 바로 60대 이상 노인세대이기 때문이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60대 중 67.1%, 70대 69.9%가 투표하여 가히 실버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노인 무임승차 축소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자,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4월 예정 요금인상을 보류하며 하반기로 미뤘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과연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2024년4월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당리당략이 최우선일 텐데, 중요한 노인복지 정책의 하나인 지하철 만년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다.

한국의 지하철 시스템의 우수함은 우리의 자랑거리이자 해외에서도 알아준다. 깨끗한 지하철 역사와 편리하고 안전함으로 정평이 높다. 사회적 큰 자산이기도 한 지하철을 잘 유지해 다음세대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하철 적자는 쌓이고,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해서 노인 탓, 세대갈등으로 폭발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