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방송된 MBN ‘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 결승 1차전에서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상해 전과 논란에 휩쓸린 황영웅(29)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황씨는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제작진은 상해 전과에 대해서만 유감표명을 한 상태이다.

MBN ‘불타는 트롯맨’ 결승 1차전에서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상해 전과 논란에 휩쓸린 황영웅(29)이 1위를 차지했다. [사진=MBN 캡처]
MBN ‘불타는 트롯맨’ 결승 1차전에서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상해 전과 논란에 휩쓸린 황영웅이 1위를 차지했다. [사진=MBN 캡처]

학폭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퇴요구가 거세졌으나 MBN은 황씨를 중도사퇴시키지 않고 출연을 강행시켰다. 특히 황씨가 결승 1차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총점 50% 비율을 차지한 실시간 문자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아들 학폭이 불거지면서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전격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등으로 학폭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지만, 방송의 공영성보다는 상업성에 집중한 MBN과 제작진 그리고 트로트 팬덤의 열기가 학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누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타는 트롯맨’ 결승 2차전은 오는 3월 7일 화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이런 분위기라면 황영웅이 최종 우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팬덤은 이미 황영웅을 용서?...결승 1차전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아 1위

지난달 28일 방송된 MBN ‘불트’ 11회 분은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 17.7%, 전국 시청률 16.4%였다. 11주간 연속 화요일 동시간대 전 채널 1위를 차한 것이다.

결승 1차전에서는 1라운드 ‘정통 한 곡 대결’, 2라운드 ‘신곡 대결’을 벌였다. 결승전 2차전은 ‘인생곡 대결’이다. 심사는 총 4000점 만점으로 진행된다. 30%인 1200점은 연예인 대표단과 국민 대표단이 배점한다. 지난달 2일부터 집계를 시작한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는 20%인 800점 만점이다.

총점의 50%인 2000점은 실시간 문자 투표로 배점된다. 실시간 문자 투표가 사실상 순위를 결정짓는 요소이다. 여기서 점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TOP8가 출연한 28일 결승 1차전에서도 그랬다.

1라운드 ‘정통 한곡 대결’ 연예인 대표단과 국민 대표단 점수, 2라운드 ‘신곡 대결’ 연예인 대표단 점수를 합산한 중간 결과에 따르면 1위 손태진, 2위 황영웅, 3위 공훈, 4위 민수현, 5위 에녹, 6위 김중연, 7위 박민수, 8위 신성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라운드 국민 대표단 점수와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합산한 최종 결과에서 순위가 뒤집혔다. 이날 ‘불트’ 생방송 2시간여 동안 쏟아진 실시간 문자 투표수는 191만 2814표였고, 그중 유효 투표수는 140만 8401표를 기록했다.

1위는 1528점을 획득한 황영웅이 차지했고, 중간합계에서 1위였던 손태진은 801점을 얻는데 그쳐 2위로 밀려났다. 결승 1차전에서 황영웅을 1위로 만든 것은 연예인 대표단이나 국민 대표단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팬심이었다.

공공성 포기한 MBN의 황영웅 출연 강행 성공...지속가능발전에는 부정적 영향 줄 듯

그러나 황영웅이 7일 결승 2차전에서 최종 우승자가 된다고 해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60여건에 달하는 황영웅 관련 민원이 접수돼 심의 안건 상정 여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상해 전과 및 학폭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MBN과 당사자가 지속적인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황영웅 관련 민원이  60여건 접수돼 심의 안건 상정 여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황영웅 관련 민원이 60여건 접수돼 심의 안건 상정 여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MBN은 여론의 지적에 눈을 감고 황 씨 출연을 강행시킴으로써,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MBN이라는 종편 방송에 대한 중장기적인 평가와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발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영웅 학폭 논란은 황씨의 학창시절 친구였던 A씨가 지난달 22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 출연해 황영웅의 폭행으로 치열이 뒤틀릴 정도의 상해를 입은 뒤 그를 고소했고,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불거졌다.

황영웅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 학창시절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저로 인해서 불편과 피해를 보신 많은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비록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평생 못난 아들 뒷바라지하며 살아오신 어머니와 엄마를 대신해서 저를 돌봐주신 할머님을 생각해 용기 내어 공개적인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부디 과거를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살아갈 기회를 저에게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트로트 가수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중의 용서를 구한 것이다.

‘불트’ 제작진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출연자 선정에 있어 사전 확인과 서약 등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과 팬들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제기된 사안(폭행)에 대해 황영웅은 2016년(당시 22세)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았다”며 “황영웅은 모든 잘못과 부족함에 대해서 전적으로 사과하고 있으며, 자신의 과거 잘못을 먼저 고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하차’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MBN과 제작자가 가진 문화권력, 학폭에 대한 대중의 분노 극복할까

그러나 황영웅의 잘못된 과거에 대한 폭로는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황씨의 폭행의혹을 처음 제기한 ‘연예뒤통령 이진호’ 채널에는 황영웅이 학창시절 자폐증을 앓던 학생을 괴롭혔다는 ‘학폭’ 주장이 담긴 댓글이 지난달 24일 달렸다. 황영웅과 중학교 동문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같은 학년으로 자폐증을 지닌 사람을 죽일 듯 괴롭히는 걸 봤다. 약한 애들 때리는 건 그냥 가벼운 일이었다. 아버지가 조폭이라면서 담배를 피우며 말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황영웅과 8년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라는 네티즌 A씨는 지난 24일 ‘불트’ 시청자 게시판에 황영웅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자신의 친오빠와 또다른 지인이 이와 관련한 글을 해당 게시판에 올렸다가 삭제하는 조건으로 황영웅 측에 합의금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2개의 추가 의혹의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황영웅 측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불트’는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 서혜진 PD가 직접 제작사를 차려 새로 만든 트로트 프로그램이다. 2년 전 ‘미스트롯2’ 경연에서 결승전에 올랐던 진달래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불거지자 이를 인정하며 자진사퇴했고, 대신에 구제된 양지은이 최종 우승자가 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MBN과 서혜진 PD라는 문화권력이 학폭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이겨내고 황영웅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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