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정치적 패배...무엇보다 이재명 압박하는 것은 문재인이란 존재
이재명은 이념형 정치인 아니다...민주당 주류들과 배경이 달라
이재명은 이념성 빈약한 생계형 잡범, 문재인은 87년 체제 정치적 상징자산의 인격적 구현체
문재인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 국정의 목표 자체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해체 또는 붕괴
이제 윤석열-문재인 대결 넘어 대한민국의 명운 건 싸움이다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2월 27일로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재명을 정치적 폐기물 처리하는 실무 절차일 뿐이다. 한국 정치의 변수는 더욱 늘어나고 정치적 파고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적을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불체포특권이 발동됨에 따라 이재명은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이재명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7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149표)이 필요한데, 10표가 모자란 것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공언했지만 반대표(138표)가 민주당 의석(169석)보다 31표나 적게 나왔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는 ‘비명계의 반발이 있어도 표결 자체는 압도적으로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래서 이번 표결 결과가 주는 충격은 크다. 무엇보다 단 한 표지만 체포동의안 찬성이 반대보다 많다는 결과가 갖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이재명의 체포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이 반대하는 의원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표결 결과는 이재명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한다. 당장 인신 구속은 면하고 당 대표 지위도 유지하겠지만 정치적 타격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검찰이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동의안을 국회 표결에 부칠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국회 표결에 부쳐지고 가결될 경우 이재명이 받는 정치적 충격은 치명적이다. 이재명이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비명계 의원들이 이런 가능성을 무기로 이재명을 압박할 경우 이재명은 버티기 어렵다. 이재명은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다리지 않고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압박하는 것은 비명계 의원들의 배후에 있는 문재인의 존재이다. 문재인은 지금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한 상태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직을 임명한 이른바 ‘문재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정책포럼 사의재를 출범시킨데다 최근에는 평산마을의 단독주택을 매입해 북카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주택 매입 가격만 8억5천만에 이른다고 한다. 북카페 개설에 소요되는 전체 금액은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딸 문다혜를 통해 문재인이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달력을 만들어 배포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지층과의 접촉 면적을 확대하고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계산이다. ‘잊혀지고 싶다’던 재임 중의 발언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퇴임 후 정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의 낙마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남은 문제는 대안이 누구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인물군은 세 사람 정도로 정리된다. 이낙연과 정세균 그리고 김부겸이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각자 미국과 호남의 강연 등을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한 상태이다.

이재명이 중도 퇴진할 경우 이들은 비상대책위원장 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이들 모두 문재인의 영향력 아래 역할을 조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문재인의 낙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과 문재인이라는 캐릭터의 정치적 성격 차이이다. 이재명은 ‘막산’이라는 별명답게 도덕성과 인품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막장의 삶을 살아온 캐릭터이다. 지금 이재명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라는 것도 그렇게 살아온 삶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우파들은 이재명의 그런 삶의 궤적과 인품을 이재명의 정치적 포지션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재명이 경기동부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다져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판단하기 쉽다. 경기동부연합은 다들 아시다시피 NL주사파 그룹 중에서도 가장 친북 이적 성향이 강한 집단이다.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 심판을 내렸던 통합진보당의 중심 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이념적 정체성은 보다 복합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을 바라보면 약간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이재명의 성장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그가 일반적인 학업 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가 본인이 말한 것처럼 가난 때문인지 아니면 일부의 추론처럼 성장기 시절부터 드러낸 막장 성향 때문인지는 현재로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어쨌든 이재명은 정상적인 중고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시절에도 다른 586 정치인들처럼 이념 서클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고 한다. 대학 시절을 거의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보낸 것이다. 즉, 이재명은 민주당과 좌파의 중추인 학생운동의 경험을 갖지 않은 정치인이다. 이것은 이재명이 정치 입문 당시부터 민주당의 주류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이재명은 이념형 정치인이 아니다. 경기동부연합과 손잡은 것도 순전히 정략적이고 정치공학적인 계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연예기획사가 아이돌을 훈련시켜 연예계에 데뷔시키는 것처럼 이재명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사파들이 제도 정치권에 내보내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시킨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주류들과 다른 배경을 갖고 출발했기에 이재명은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의 운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은 여기에 대해 일종의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도무지 맥락도 없고 본인부터가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던 기본 시리즈를 들고나온 것도 그런 콤플렉스의 결과로 보인다.

이재명은 또 정동영계로 정치를 시작했다. 정동영은 민주당 내 구주류인 동교동 호남 정치의 마지막 상속자라고 할 수 있다. 친노 친문 등 현재 민주당의 주류인 PK 좌파들의 공적이자 사실상 ‘호적을 파내버린’ 정치인이 정동영이다. 이재명은 이념이나 지역성 모두 비주류의 속성이 강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은 그동안 민주당을 장악해왔던 친북 주사파 그룹들과는 결이 좀 다른 정치인이다. 이념형이 아닌 생계형 또는 입신출세 지향형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게 이념이 없다는 건 결코 칭찬일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민주당의 이념 지형으로 본다면 이재명은 그나마 최소한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정치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은 다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문재인을 좋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선해 보이고 신사다운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을 접해본 사람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이재명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인 셈이다.

이재명이 이념성이 빈약한 생계형 잡범이라면 문재인은 좌파들이 87년 체제에서 전력을 기울여 쌓아올린 정치적 상징자산의 인격적 구현체다.

이것은 문재인의 정치적 역량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문재인은 유능할 필요도 유능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문재인 자체로 어마어마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다. 문재인은 5.18을 비롯해 1980년대 민주화투쟁의 후광을 고스란히 정치적 자산으로 등기한 정치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87체제의 최종적 완성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문재인의 캐릭터가 맞아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의 성품은 무척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능하다. 이것 역시 문재인과 접촉해본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다만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짧은 만남 등에서 받은 인상인 데 반해 문재인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무능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그와 함께 근무하는 등 상당 기간 그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문재인을 정계에 등장시킨 노무현이 정작 문재인에 대해 ‘정치하지 마라’고 했다는 말도 전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오랜 친구 노무현이 문재인의 문제점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물론 문재인에 대한 인간적인 평가가 어떠하든 결국 문재인에 대한 평가는 그가 정치인 특히 대통령으로서 어떤 행보를 밟아왔는가에 대한 평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게 공정한 접근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문재인은 대한민국 역사상 누구와도 비교 불가능한 최악이었다. 아니 최악이란 단어조차 문재인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최악이라는 것은 그나마 같은 선상에서, 같은 반열에서 상대적 차이를 비교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대한민국의 다른 대통령들과 같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만큼 문재인은 악랄하고 저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의 정치적 목표이다. 문재인은 이것부터가 다른 대통령들과 달랐다고 본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 이념도 달랐고 역량의 차이도 있었다. 당연히 국정의 성과라는 것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념이나 역량의 차이를 떠나 역대 대통령들이 공유하는 것은 국정의 목표였다. 즉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공통의 목표 앞에서 이념의 차이는 오히려 사소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문제이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등 좌파 출신 대통령들은 환경단체 등의 영향으로 처음에는 탈원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랜 경험과 지식을 쌓은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방향을 바꾸었다. 국익을 위해서는 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건 당연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문재인은 달랐다. 공무원들과 전문가들 심지어 같은 당 정치인들까지 ‘탈원전은 재고해야 한다. 하다못해 속도라도 조절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충고의 말을 이해할 지력이 부족했을까? 그럴 리는 없다. 최소한의 사리분별이 가능한 두뇌라면 이해못할 리가 없다. 문재인은 명색이 사법고시 출신 아닌가.

즉, 문재인은 국정의 목표 자체가 대한민국의 다른 대통령과 달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정말 추구했던 국정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문재인이 재임 중 행한 모든 정책과 국정 운영은 오직 단 하나의 지향점을 가리킨다. 그것은 레짐 체인지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해체 또는 붕괴였다고 본다.

문재인은 뼛속 깊이 대한민국을 증오한 정치인이었다. 문재인이 자진해서 변호에 나섰던 페스카마호 사건을 보면 그런 심증이 확신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중국인(조선족)들을 왜 그렇게 변호하고 나중에 청와대에 가서는 감형까지 시켜줬을까?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심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것 아닐까.

이재명이 낙마할 경우 민주당은 사실상 문재인이 수렴청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문재인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 게 아니고 집권 1.5기가 된다는 의미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석 절대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한 문재인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것에 비견할 만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의 대결은 문재인의 대통령 재임 기간 당시의 1라운드에 이어 이제 2라운드로 들어가게 됐다. 결론은 하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이건 윤석열-문재인 대결을 넘어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싸움이기도 하다. 문재인이 살아나면 대한민국은 죽는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前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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