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에서 '협업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 비리에 대한 수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3일 KT 내부 제보를 바탕으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구 대표이사는 기존에 드러난 비자금 조성 및 비위 정황 외에도 다른 혐의들이 있어 추가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9월 초순 KT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간에 수천억 대의 주식 스왑이 있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7월 현대차가 구 대표이사의 쌍둥이 형 구준모 씨의 벤처기업 에어플러그를 거액으로 인수한 것과 연관된 '뒷거래'의 결과란 의혹이다.

당시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를 도와 그에 대한 보은 인사로 KT로 자리를 옮겼단 의혹을 받는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은 KT와 현대차·현대모비스 간의 주식 스왑을 주도했다. 이에 KT는 4456억원 어치의 현대차 주식 약 221만주(1.04%)를, 현대차도 동일한 액수의 KT 주식 약 1225만 주(4.69%)를 사들였다. 또 KT는 3003억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주식 약 138만주(1.46%)를, 현대모비스도 동일한 액수의 KT 주식 약 809만 주(3.10%)를 매입했다.

이러한 주식 스왑은 구 대표이사가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자신의 연임을 반대할 것에 대비해 현대차를 제2의 대주주로 만들어 레버리지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는데, 이로인해 당시 시장에선 구 대표이사의 연임 시도에 현대차가 말려들었던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무슨 소리냐"며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관련의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서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권성동,박성중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방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현모 대표는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고 이번 후보 4명 중 한 명인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1년 9월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면서 "특히 윤경림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맴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경림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의혹을 폭로했다.

의원들은 또 "KT내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 대표이사는 KT가 소유한 호텔 관련해 정치권과의 결탁이 있단 혐의도 받고 있다. KT의 호텔은 총 5개로 ■ 강남구 역삼동의 '신라스테이 역삼' ■ 중구 을지로의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레지던스' ■ 강남구 신사동의 '안다즈 서울 강남' ■ 송파구 잠실의 '소피텔' ■ 중구 명동의 '르메르디앙'이다. 제보에 따르면 KT는 호텔 사업 관련해 적자를 수백억대로 보고 있으나, 야권 3선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A씨와 경찰 고위간부 출신의 정치인 B씨를 통해 이익 분배 시스템을 가동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영성과를 부풀렸단 혐의도 받고 있다. 구 전 대표이사 취임 전 KT의 영업이익은 1조-1조2000억원을 오갔으나 2022년엔 1조 7274억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내부 제보에 따르면 이러한 영업이익 증가는 통신재해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유지보수 비용을 2년 간 미집행했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구 전 대표이사가 지난 2020년에 취임했으므로 사실상 임기 내내 유지보수 비용을 집행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지난해 말 KT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이사는 KT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대한 각종 향응과 접대를 제공했단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제보에 따르면 인천에 소재한 모 골프장에서 이와 같은 향응·접대가 있었으며, 사외이사들의 중앙아시아 등 해외 지사 방문시엔 현지인들이 한국 국가원수가 왔다고 생각할 정도의 '황제투어'가 이뤄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12일 자진 사임한 이강철 전 KT사외이사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기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 [사진=연합뉴스]

그외 KT ESG 경영실을 통해 사회공헌이란 이름으로 야권의 전현직 지역구 사업을 지원했단 의혹도 받고 있으며, 지난 2021년 1조2500억에 달하는 K뱅크 유상증자 관련해 투자자에 고율의 이자율을 보장하고 풋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 대표이사가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K뱅크 주식상장을 시도하는 일환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달 초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K뱅크의 기업가치가 8조원에서 4조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상장은 포기된 상태다.

구 대표이사는 문재인 정권 시기인 지난 2020년 3월 30일 공식 취임했다. 그후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이강철 전 KT사외이사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으며 KT 전직 임원(OB)들이 대거 이재명 캠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후원금도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구 대표이사는 지난달 23일 사임 의사를 밝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는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에 참석했다가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다음달 7일 대표이사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대표이사 후보는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임헌문 전 매스 총괄 등 4명으로 추려진 상태다.

박준규 기자 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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