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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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2022년 10월에 3연임을 확정한 이래,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은 2012년 취임 이래 미국에 대해 공세적 외교를 구사하여 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2017년부터 신냉전에 돌입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펼침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이유는, 첫째, 중국 국내에서 중국이 불필요하게 미국에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하여 경제적인 분야 등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는 강력한 불만이 있어 왔다. 둘째, 3년간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으로 악화된 중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촤근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는데 대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약화시킬 것인가? 5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의 구체적 조치들을 볼 때,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약화될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유지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의 최근 조치들을 보기로 하자. 첫째, 매카시 미 신임 하원의장은 올해 1월 7일 첫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의 부상을 최우선으로 다룰 것이며,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둘째,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에 동참하기로 1월 27일 결정했다. 셋째,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비롯한 자국 기술·부품의 전면 수출 금지를 추진할 것을 1월 말에 결정했다. 넷째, 미국 정부는 2월 초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모두 4곳을 확보함으로써,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다섯째, 미국 정부는 미국 본토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2월 4일 격추시켰다. 그리고 2월에 예정되어 있던 블린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했다. 미 하원의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중국의 위협에 대해 절대로 순진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지금 이 위협을 압도하려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섯째, 우크라이나사태와 관련 최근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이러할 경우 중국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곱째, 미국 하원의 중국특별위원회는 2월 28일 회의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21세기 미국의 삶을 결정하게 될 실존적 투쟁이다. 이제 시간이 없으며, 미국은 이제 중국과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중국의 대미 유화 제스처에 대해, 오히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미국이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다시는 더 순진하게 중국에 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미국 여론의 반중 정서는 80%를 상회할 정도로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

당초 미국은 중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중국이 강대국이 되도록 허용했다. 냉전 직후 미국은 “권위주의체제인 중국을 민주체제로 바꿀 수 있으며, 양국이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을 갖고 중국을 포용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미국에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고, 중국은 서양식의 정치적 민주화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2018년 중국을 ‘패권국가이며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최대의 적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실망은 미국 학자인 필스버리의 언급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가 중국을 잘못 알았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을 생각했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이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밀어 줬지만 결과는 거꾸로였다.”

그러면 미중관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중국의 대미 유화자세는 시진핑이 자존심을 접어두고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유화적 자세를 ‘중국의 약함’으로 보고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할 경우 저자세로 나갔던 시진핑은 미중 신냉전의 추세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원래의 공세적 외교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미국의 약함’으로 인식하고 미국의 협력을 거부하고 도전을 이어 나간 적이 있다.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의 최근 유화적 자세는 다분히 전술적 변화이며, 미국도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진정으로 미중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남중국해, 일대일로, 대만문제 등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중국의 근본적 변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조만간 쇠락할 것이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상당 기간 동안 ‘버티기’를 하면 어려움에서 벗어난 후 1등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중 신냉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미중관계의 핵심은 “미국은 중국에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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