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사진=연합뉴스/넷플릭스 제공]

'학폭(학교 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The Glory)의 파트2가 최근 공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 드라마의 제작자가 과거 학폭을 가한 바 있다는 증언들이 나와 파장을 낳고 있다.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는 처음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부인하다 추가 증언이 나오자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더 글로리의 파트2 공개를 앞둔 10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 필리핀 지역 학교를 다니던 안 PD의 학폭을 폭로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인 A씨는 자신이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안 PD가 학폭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엔 안 PD가 학폭을 가한 계기와 방식이 분명하게 묘사돼 있다. 안 PD가 당시 여중생 B씨와 교제를 했는데, A씨를 비롯한 친구들이 B씨를 놀리자 안 PD가 이들을 불러오란 협박을 했단 내용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그때 너무 긴장하고 두려워 정확히 몇 명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 PD를 포함해 열댓명 정도 되는 형들이 있었다"며 "그때부터 우리는 구타를 당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놀린 사람들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칼을 가져와라' '쑤셔버린다' 등의 협박과 구타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안 PD의 최초 폭력으로 인해 학교 문화에 다소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같은 학년 사람들은 대부분 필리핀에서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컸던 사람들"이라며 "한국의 엄격한 선후배 관계에 대한 개념이 크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폭행사건 이후 학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폭행을 당한 이후로 안PD의 지시로 우리 학년 남학생들이 학교 선배들에게 맞는 일이 빈번해졌다"며 "그 전까지 그냥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형이었지만, 이후로는 버릇이 없다고 맞았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맞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뒤늦은 폭로 이유에 대해서 글 내외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글에서는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학교폭력물을 다룬 드라마 PD가 될 수 있는지"라며 "가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없다는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너무 어이가 없어 글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연예인 학폭 이슈만 봐도 폭로자들이 후폭풍을 맞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저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걱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친구들이 오히려 '그 정도 못해주겠냐'고 했다. 그래서 어렵게 폭로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평소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질 않아서 안 PD가 활동을 하고 있던 것을 몰랐다"며 "이번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된 이후 필리핀 학교 동창들이 단체대화방에서 공유하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사실 안길호가 잘 살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선 문제삼고 싶진 않다"면서도 "다만 학폭 가해자가 '더 글로리'와 같은 학폭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황당하고 용서가 되지 않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폭로글이 나오자 한국의 여론은 '먼저 놀려서 때린 것이라면 학폭이라고 할 수 있나'와 '아무리 놀렸더라도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두 시간 동안이나 때리는 건 옳지 않다'로 나뉘었다. 여기에 안 PD 측이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부인하면서 '학폭은 아니다'로 여론의 추가 기우는 양상이었다.

이에 반전을 가한 건 안 PD의 여자친구 B씨의 추가 증언이었다. B씨는 한 언론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친구들이 나를 놀렸던 건 심한 놀림이 아니라 친구끼리 웃고 떠드는 일상적인 것이었다"며 "만약 친구들이 그런 폭행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안 PD에게) 그런 말을 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이어 "친구들은 안 PD의 이름을 바꿔 '안길어'라고 놀렸는데, 일부에선 이 단어가 성적인 농담이라고 해석하지만 당시 성적인 농담을 할 나이도 아니었고, 당시 롱다리 숏다리가 유행하던 때라 다리가 짧아서 놀리는 그런 식의 놀림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초 폭로자 A씨 역시 '제보자가 먼저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지적에 "당시 같은 학년 동급생들은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었고, 그 사건이 있고 난 뒤에도 친하게 친구로 지냈다"며 "그냥 친구들끼리 서로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도 하고, 웃고 하던 그런 교우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물며 고3학생들이 중2학생 2명을 인적이 없는 데서 폭행하는 것이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안 PD가 지금이라도 당시 일을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길 원한다"며 "지금의 행동은 드라마 속 가해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당시 필리핀 유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나오자 12일 안 PD 측은 자신의 학폭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평 김문희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안 PD는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면서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이야길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일을 통해 상처받은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김 변호사는 안 PD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당시 친구들을 수소문해 학창 시절 시간을 수없이 복기했다"면서 "본인 기억이 희미한 데다 사건을 왜곡해 인식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는 이유를 댄 상황이다.

여론은 이제 '안 PD가 과거 학폭을 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최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쩐지 드라마가 현실감이 넘치더라" "(학폭을) 해본 입장이라 더 현실감 있게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인가" 등의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안 PD를 옹호했던 일부 네티즌들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학폭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드라마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실제 학폭 가해자는 실드치고 비호하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인간의 역함을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제 문제는 "사실 확인 중"이라 밝힌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다. 파트2가 지난 10일 공개된 후 안 PD의 학폭 의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 측이 드라마 공개를 철회하거나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인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글로리'의 제작자 안길호 PD. [사진=연합뉴스/넷플릭스 제공]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