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가 훼손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SNS를 통해 2차례에 걸쳐 글과 사진을 올리고, ‘무덤의 혈을 막고 돌을 묻은 것은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는 흉매’라고 비판했다. 자신 때문에 저승의 부모까지 능욕당해 죄송하다는 점도 밝혔다.

지난 13일 경북경찰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사진=MBC 화면 캡처]
지난 13일 경북경찰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사진=MBC 화면 캡처]

부모 묘소 훼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이재명...민주당 대변인도 “제 1야당 대표 테러 배후 밝히라”고 주장

이 사건은 이 대표의 둘째 형이 지난 11일 제보를 받아 경북 봉화 현장을 방문해 묘소가 훼손된 것을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이 대표 부모 묘소 봉분 주위에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에는 커다란 돌이 박혀 있었는데, 한자로 날 생(生)자와 밝을 명(明)자가 적혀 있었다. 세 번째 글자는 일부가 지워져 자세히 알아볼 수 없었는데, 민주당에서는 죽일 살(殺)자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했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대변인까지 나서서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라며 비판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제1야당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마저 공격하는 패륜적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더욱이 테러에 주술적 수단까지 동원되었다는 점이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수사당국은 즉각 이같은 테러가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철저히 밝혀내기 바란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부모의 묘소가 훼손되었을 때 자식된 도리로 비분강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반응이나 민주당의 태도가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왜,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를 두고, 배후와 음모를 밝혀내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입장에서 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은 어떤 정치적 이득도 얻을 수 없는 사건이다.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초등학생도 가능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민주당은 무리해서 ‘음모론’을 살포함으로써, 부모 묘소까지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 SNS에서 묘소 훼손을 ‘흑주술’이라고 단언

이 대표는 첫 번째 SNS에서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봉분이 낮아질 만큼 봉분을 꼭꼭 누루는 것(봉분위에서 몇몇이 다지듯이 뛴 것처럼)은 무슨 의미일까요?” 라며 질문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부모 묘소 훼손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부모 묘소 훼손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첫 번째 SNS 글보다 약 3시간 이후에 올라온 두 번째 글에는 마치 누군가로부터 상세한 의견을 들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합니다...

흉매이지만 함부로 치워서도 안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따라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수일내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죄송할 따름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SNS에서 “무슨 의미일까요?”라며 물었다가, 두 번째 SNS에서는 “흑주술”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흑주술은 피술자에게 해롭다고 인식되는 마법, 요술, 사술 등을 말한다. 즉 누군가가 이 대표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서 부모 묘를 훼손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대표에 이어 임 대변인은 ‘주술적 수단’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마치 대통령실이 개입된 듯한 논평을 내놓았다. 친야 성향의 매체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임 대변인의 의도가 제대로 먹힌 것으로 확인된다. “천공 무당 이놈이 한 짓 같다” 혹은 “용산에서 살을 날렸구나”, “손바닥에 임금왕 쓰는 것들에게서 시작된 저주가 아닐까?”라는 댓글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두번째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흑주술'이라며, 배후를 언급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표는 두번째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흑주술'이라며, 묘소 훼손의 배후를 언급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상 묘소 훼손 때 ‘조용한 대응’을 선택

이와 관련해 13일 조선일보 유튜브 ‘김광일쇼’에서 김광일 논설위원은 “‘용산에 용의자가 있다’, ‘잡신과 사이비에 환장하는 남녀2인조’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면서 “이런 일련의 흐름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김 위원은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라고 규정했지만, 과연 테러라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과거에도 유명 정치인의 부모나 조상의 묘소가 훼손되는 일은 가끔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모상 묘 무덤 7기에서 쇠막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처럼 본인과 당이 동시에 나서서 문제를 삼지는 않았다.

가깝게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직후인 2021년 4월과 5월,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의 일부 조상묘(세종시 소재)가 훼손된 적도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묘지 일부에서 여러 가지 훼손 흔적이 있었다”며 “(문중에서) 현장 사진을 찍었지만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훼손이 있었던 2021년 4월 당시 윤 전 총장 측에서는 “별 걸 아닌 일로 유난떠는 걸로 비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 묘를 관리해온 집안 어르신이 자주 경찰에 들락거려야 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러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조상 묘소 훼손이 알려진 이후 파평 윤씨 문중 관계자는 중앙일보에서 “조상묘 일부가 훼손됐지만, 윤 전 총장 측이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측근의 극단적 선택으로 곤경에 처한 이재명, 격한 반응으로 국면전환 시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과 이재명 대표의 반응이 직접적으로 대비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부모 묘소의 훼손을 문제삼는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유튜버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신지호 정치평론가는 보수 성향 매체의 댓글을 살펴본 결과, 최근 작고한 전 비서실장 전모씨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평론가는 “전 비서실장의 죽음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코너에 몰리는 상황에서 화제를 전환시키거나 동정심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자작극을 벌인 것 아니냐?는 댓글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역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다. 측근 사람들의 목숨이 중요한지, 아니면 조상 묘소 훼손된게 중요한지”라며 비판했다. 측근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난 모르는 사람이다, 어쨌든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던 이 대표가, 조상 묘소가 훼손된 점에 대해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자작극’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논설위원의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신 평론가와 이 위원은 ‘자기가 탄압받고 피해받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정치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짜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는 ‘소리소문없이 해야 범인을 색출하기 쉬운데, 전국민이 다 알도록 SNS를 통해 알리고, 대변인이 성명서를 낸 것은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서실장의 죽음에서 국면전환을 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었다.

이재명 대표 부모 묘소 훼손이 이 대표 측의 자작극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위원과 신 평론가가 유튜브 방송 중에서 인터넷의 댓글을 인용하면서 밝힌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표가 전 비서실장의 죽음과 함께 본인에게 몰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국면전환용으로 부모 묘소 훼손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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