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킨스 군축차관, 베냉 여성전사 동상앞 사진 트윗했다가 삭제
미국 내 친북세력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정전협정, 대북제재 완화 옹호

사진(VOA)

미 국무부 군축 차관 보니 젠킨스(Bonne Jenkins)가 북한이 불법으로 해외에서 제작한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무적’이라는 소감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가 급히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인물은 미국 내 친북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전협정 체결과 대북제재 중단을 주장하는 친북인사로 확인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4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를 인용해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베냉 코토누에 건립된 북한이 만든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같은 날 사진과 문구를 돌연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 동상은 ‘다호메이 아마존’ 동상이다. 약 30m 높이에 머리가 짧은 여성이 한 손에는 창을, 다른 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는 형상이다. 베냉 정부는 2021년 7월 자국의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베냉의 전신인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인 ‘다호메이 아마존’을 형상화한 동상을 설치했다.

'다호메이 아마존' 동상(연합뉴스)
'다호메이 아마존' 동상(연합뉴스)

삭제 전 NK뉴스가 미리 저장해 공개한 이 게시물을 보면 젠킨스 차관은 “즐거운 2023년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베냉 코토누의 아마존 동상 앞에 서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타시 항베 여왕의 유산과 지금의 베냉을 지킨 여성 전사에 대한 강력한 묘사”라며 동상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이 동상이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의 위장회사가 건립한 동상이라는 사실이다. VOA는 지난 2020년 9월 이 동상의 제작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VOA는 2021년 7월 한글로 된 동상의 건축도면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북한의 위장 회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이며, 베냉의 ‘생활환경 및 지속개발성’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3월에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VOA가 공개한 동상의 도면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해 “베냉의 동상 건립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사실상 북한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VOA는 “현재로선 게시물이 삭제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동상의 제작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국무부에서 국제안보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가 북한이 불법으로 제작한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무적’이라는 소감과 ‘제작 의의’까지 덧붙여 이를 트위터에 공개했다는 사실은 자칫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의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실제로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존 볼튼이 지난 2000년대 북핵 위기 당시 맡았던 자리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었다.

앞서 본지는 지난해 1월 22일 ‘바이든 행정부에 침투한 종북세력!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차관 지명자는 누구인가’ 제하 기사에서 젠킨스 차관의 친북 행보를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젠킨스 차관은 미국 내 강경 친북세력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이들이 주최한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중단을 공식적으로 주장해왔다.

젠킨스는 2017년 ‘평화와 안보, 갈등 변화를 선도하는 유색 인종 여성(WCAPS; the Women of Color Advancing Peace, Secuity and Conflict Transformation)’이라는 단체를 설립했으며 현재 이 단체의 상임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젠킨스는 수년 전부터 미국 내 종북세력의 지도자 크리스틴 안(Christine Ahn, 안은희)과 이현 등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미국 내 친북 위장그룹(front group)들이 주최한 ‘평화협정’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크리스틴 안은 미국에서 다수의 친북단체들을 운영하고 있는 로비스트다. 그는 유엔에 파견된 북한의 외교관들(간첩)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의 설립자이다.

젠킨스와 안은 2019년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 여성 평화안보 워크숍(NEA Women’s peace and security roundtable)’에 참석했다. ‘동아시아 여성 평화안보 워크숍’은 친북단체인 ‘노벨 여성 주도(Nobel Women’s Initiative)’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 ‘평화를 위한 한국 여성 행동(the Korean Women’s Movement for Peace)’ 등이 공동 개최한 회의다. 동아시아와 미국 및 전 세계 여성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평화 협상 회의에 여성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 북한, 한국, 중국에 종전선언을 선포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에 비핵화에 필요한 (북한의) 체제 보장을 제공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위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를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젠킨스는 지난 2018년 2월 25일 미국의 인터넷 신문 악시오스(Axios)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종북세력 연구가인 로렌스 펙은 “크리스틴 안과 이현은 오랫동안 북한 정보 요원(간첩)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들과 밀접하게 교류해온 젠킨스가 미국 정부의 안보를 담당하는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펙은 “젠킨스는 미국 내 친북세력과 친북운동의 조력자 또는 지지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의 해외 동상 수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대북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이 동상을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이듬해 추가로 채택한 결의 2371호에서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안보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송환이 2019년 12월까지 종료되도록 했다. 그러나 북한 지원들은 동상 건립을 관리하고 감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안보리는 북한정권과 연계한 어떤 종류의 사업도 금지했다. 북한이 베냉에 동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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