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부터 17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에 나선다. 윤 대통령의 방일로 12년간 중단됐던 ‘셔틀 외교’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내놓으면서 한일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된 것이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3자 배상안’ 계기로 한미일 동맹 강화 빠른 물살 타

가장 큰 관심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제3자 배상안 후속 조치와 관련된 논의를 포함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미일 동맹 강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면서 한일을 넘어 한미일(한국·미국·일본) 연합을 통해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연합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에 대해 "두 나라의 협력과 파트너십에서 획기적으로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환영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에 대해 "새 미래로 가는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번 해법은 대법원 판결과 국제법, 한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합리적 방안"이라며 "날로 엄중해지는 국제정세와 복합위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협력은 우리 국익과 국제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 발언을 내놓은 반면, 문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취향을 빌미로 결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과거사에 대한 ‘미래지향적 발언’으로 일본 국민에게 호응 얻어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방문했던 노 전 대통령은 솔직 담백한 화법과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발언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일본 TBS ‘한국 대통령과의 솔직하게 대화’에 출연했던 노 전 대통령은 한 일본 시청자의 과거사 관련 질문에 “모든 문제를 다 후벼 파서 감정적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 후손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며 “과거사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만, 답변은 제 가슴 속에 묻어두겠습니다”라고 답했다.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방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본 TBS에 출연해 시청자와의 대화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방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본 TBS에 출연해 시청자와의 대화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현재 민주당의 뿌리로 여겨지는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반미·반일주의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일본 국빈방문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국익’이라는 실리를 중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과거사를 묻는 시청자의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아 일본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양국 정상 성명에서도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 선언 정신에 따라 역사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도로만 과거사를 언급했다. 그 외의 내용은 안보와 경제 협력 등 미래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한일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불가역적 폐기와 외교적 해결 노력을 함께 촉구했다. 국민 간 사증 면제와 서울과 도쿄(東京)를 잇는 김포·하네다(羽田) 노선도 이때를 계기로 추진됐다. 가장 빠른 하늘길이 열리면서 한·일 일일생활권이 시작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중·후반에는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험로로 치달으며 노 전 대통령이 일본에 취했던 전향적인 태도가 잊힌 면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 어떤 대통령보다 일본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던 대통령으로 꼽힌다.

문재인, 개인적인 감정으로 딸기 케이크 먹지 않아 외교적인 결례를 범해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했다는 점에서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오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딸기 케이크를 선물했다. 딸기 케이크에는 한글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2018년 5월 아베 총리가 깜짝 준비한 딸기 케이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2018년 5월 아베 총리가 깜짝 준비한 딸기 케이크. [사진=연합뉴스]

이날 딸기 케이크는 식사 말미에 예고 없이 등장해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외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대방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일본의 ‘오모테나시’ 차원에서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예상치 못한 케이크의 등장에 참석자들은 탄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고, 문 전 대통령 역시 환하게 웃으면서 아베 총리와 악수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깜짝 케이크를 선물 받은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케이크를 준비해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 조각 먹는 것이 외교적인 예의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하하, 제가 단 것을 잘 안 먹어서요”라며 끝끝내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조선일보 유튜브 ‘이슈 포청천’에서 박은주 국장은 “문 전 대통령이 당시 딸기 케이크를 입에 대지도 않은 것 때문에 귀국 후 엄청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예절에 맞지 않았고, 문 전 대통령의 옹졸함의 반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문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일본과 원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대통령이 되고서도 그대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딸기 케이크를 먹지 않아서 한일 외교 관계가 어그러졌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문 전 대통령의 반응은 외교적인 결례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당시 평창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컬링 선수들이 ‘한국 딸기가 맛있다고 한 사실 때문에, 굳이 일본 딸기도 맛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딸기 케이크를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일본의 의도가 어떠하든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딸기 케이크를 준비한 일본의 배려에 부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실리 외교’에 도움될 사례 참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대통령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시 방일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보와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도움될 사례는 모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는 ‘실리 외교’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맺으며 발표한 대국민 담화도 집중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이 열어젖힌 한·일 관계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습니까”라며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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