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갖게 될 만찬 메뉴와 식당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인 ‘오모테나시’가 이번에는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관심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도쿄에 도착에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이후, 오후에는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만찬 등 공식일정을 소화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 긴자에서 열리는 만찬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먼저 긴자의 스키야기 요리집에서 1차로 만찬을 한 다음, 경양식집인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2차 만찬을 하는 장소로 알려진 렌가테이.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2차 만찬을 하는 장소로 알려진 렌가테이.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례적인 두 차례의 정상 만찬, 스키야기 요리로 1차 만찬하고 ‘렌가테이’로 옮겨 2차 만찬

일본 언론들도 두 차례에 걸쳐 만찬 겸 친교행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두 정상이 갈 예정인 렌가테이는 1895년에 문을 연 노포로,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이다.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윤 대통령이 과거 렌가테이에서 먹은 오므라이스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일본 측에 전하자, 배려 차원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렌가테이를 갈 것으로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에서는 “일본에 갔을 때 가본 식당인데, 서민적이면서도 맛은 괜찮은 식당”이라거나,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하는 일본 측의 배려가 세심하다”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대체적이다. 오래된 한일 관계를 고려해서, 오래된 외교관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자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오므라이스 만찬의 건설적 의미를 외면한 채 ‘황당한 비난’에 몰두?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건설적 의미를 외면하고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식당이 개업한 시기를 고려할 때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다, 렌가테이가 개업한 1895년은 ‘을미사변’이 일어난 해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128년 된 오므라이스 집에서 만찬을 한다는 보도가 있다. 윤 대통령은 128년 전 우리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심하시기 바란다”며 “128년 전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이 있었고 일본이 조선에서의 지위권을 확보한 시모노세키 조약도 있었다. 128년 된 오므라이스 집에 가서 너무 오므라이스에 취해 있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박 최고위원은 “정상 간의 만찬에는 메뉴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기 때문에 장소부터 메뉴 선정까지 의미를 담아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본 측이 하필 명성황후가 시해된 해에 창업한 노포에서 오므라이스를 대접하는 것이 아무 의도도 담기지 않은, 그저 우연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최고위원은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강제징용 배상을 내주고 받은 만찬이니 무척 비싼 오므라이스라는 점”이라며 “공짜 점심도 없고 공짜 만찬도 없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구한말을 떠올리는 국민이 많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2차 만찬 장소로 알려진 렌가테이 내부. [사진=렌가테이 인스타그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2차 만찬 장소로 알려진 렌가테이 내부. [사진=렌가테이 인스타그램]

민주당 의원의 비난 내용은 유튜버 김어준의 궤변과 닮은꼴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발언은 같은 날 유튜버 김어준이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시 2차 만찬을 128년 된 돈가스집에서 한다고 하는데. 이게 일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하는 ‘일본식 최고의 환대’라는 기사입니다. 누가 그래요? 최고의 환대라고” 비판했다.

강제 징용 해법을 일본이 원하는 대로 안겨주었으면 일본으로부터 대우라도 받아야 하는데, 오므라이스는 최고의 환대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렌가테이는 이전의 우리 경양식집으로, 국가 정상들이 만찬할 장소가 아니라 서민 음식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경호나 보안 때문에 만찬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데, 일본이 미리 언론에 공개한 점을 두고도 김씨는 “일본은 이런 일을 그냥 하지 않는다, 의미와 상징을 따진다”면서 ‘일본이 렌가테이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 음모론을 펼쳤다.

유튜버 김어준은 렌가테이에서 2차 만찬을 하는 이유에 대해 황당한 음모론을 펼쳤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김어준은 렌가테이에서 2차 만찬을 하는 이유에 대해 황당한 음모론을 펼쳤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씨는 “우리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를 좋아해서 거기 간다는데, 오므라이스 잘하는 집은 따로 있다”면서 “이 집은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제일 잘하는 집이 아니라, 그냥 돈까스가 시작된 집이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커틀렛이 일본으로 들어가서 돈까츠가 되고, 그 돈까츠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따라서 일본이 조선을 개화시켜준 것의 상징적인 의미로 돈까츠가 시작된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특히나 김씨는 “일본 극우들은 한국을 한수 아래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수 아래로 응대하는 뉘앙스가 충분히 담긴 허름한 서민 음식점이다. 그 이유 때문에 거기를 갔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므라이스를 좋아해서 거기를 데려간 거라고 하는 기사는 바보 같은 기사, 멍청한 기사라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같은 날 유튜브 방송에 패널로 출연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 원장에게도 이같은 주장을 강요했다. 김씨는 “그 일본의 돈가스 집은 왜 간다고 보십니까? 저의 가설을 아까 얘기하긴 했는데”라고 물었고, 김 전 원장은 “형님이 동생을 불러서 수고했다고 해주고, 소박한 거 먹고 가라잖아요?”라고 답했다.

김 전 원장에 대답에 김씨는 “식민 지배 시절에 그때 (돈가스가) 들어간 거야, 우리가 근대화시켜준 거 아니야? 그 집이야 여기가. 이런 말 하는 거 아니겠나 싶은데”라고 재차 질문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도 김씨의 음모론에 “거기까지는 모르겠는데”라며 선을 그었다.

2차 만찬의 진짜 이유는 일본 측의 윤 대통령 배려

돈가스의 유래까지 동원하며 음모론을 펴는 김씨가 간과한 것은 ‘윤 대통령이 과거 렌가테이에서 먹은 오므라이스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일본 측에 전했고, 일본이 배려 차원에서 2차 만찬 장소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일본의 ‘손님 맞춤형 의전’인 셈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은 햄버거 가게에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식가인 오바마 대통령과는 초밥 장인이 하는 일식당에서 만찬을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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