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와 경영난이 겹쳐 악재를 맞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70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천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천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무증권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추가적 유동성은 크레디트스위스의 핵심 사업과 고객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스위스 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24.24%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혀 불안을 키웠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이에 스위스 국립은행과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크레디트스위스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부과된 자본·유동성 요건을 충족한다"면서 "필요한 경우 우리는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선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레디트스위스와 거래해온 은행들이 '유사시'에 대비해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신용파생상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 파생상품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부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프랑스 BNP파리바는 크레디트스위스와 파생상품 관련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자 실패 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고객 예탁자산이 급격하게 이탈하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4분기에만 1천100억 스위스프랑(약157조원) 규모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다. 당시에도 미국 은행들은 최근 몇 달 새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거래 규모를 서서히 줄여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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