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수박 7적’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한 인물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터가 처음 유포되기 시작할 때는 방관하는 듯한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갑작스레 형사고발을 검토하는 배경에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비명(비이재명)계를 일컫는 표현으로,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박 7적’에 포함시킨 포스터에 당황한 듯

지난 2월말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이후, 3월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박 7적 포스터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포스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비명계(강병원·이원욱·윤영찬·김종민·이상민) 의원 등 7명의 얼굴이 포함됐다. 이 포스터에는 일부 인사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명시됐다.

민주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명계를 향한 악의적인 비난 행위에 대해 고발이나 고소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사람들은 고발 조치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까지 ‘7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민주 진영을 분열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러한 고발 조치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당 내홍이 격화하자, 비명계를 향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공격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아무런 근거없이 수박 7적 포스터 제작자로 보수진영을 지목해

이번 고발 조치는 지난 14일 이 대표의 당원존 라이브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의 '당원존'에서 당원들을 만나 "(비명계를 향한 공격 등의) 그런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감정풀이를 하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비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너는 왜 나와 생각이 다르냐'면서 막 색출하고, 청원해서 망신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는데 당의 단합을 해치지 않는가"라며 "우리 안의 동지에 대한 증오심을 최소화하고, 그 총구를 밖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수박 7적' 포스터에 대해서는 "저는 저쪽(보수진영)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언급해 주목됐다. 해당 포스터를 포함해 폭력적 행태를 일삼는 이들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을 지목한 것으로, 보수진영에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뜬금없는 주장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수박 7적' 포스터. 더불어민주당이 이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한 인물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수박 7적' 포스터. 더불어민주당이 이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한 인물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비명계를 향한 폭력적 비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민주당의 분열을 노리는 보수 진영 관계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며 의구심을 표한 상태이다. 민주당의 분열을 노리는 보수진영 관계자일 수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무더기 이탈표’ 사태로 당 내홍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총구를 밖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당부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박 7적’ 포스터 제작자 고발은 ‘개딸’ 잡는 자충수 될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러한 시각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를 달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한 사람들을 고발한다고 했지만, 제작자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월초 7적 포스터가 처음 유포될 때만 해도, 제작자는 강성 지지층 가운데서도 가장 극렬한 지지자일 것으로 추정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에 감자를 심는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서 “감자는 이재명 대표를 감옥에 보내자라는 취지”라는 것이 강성 지지층의 주장이었다. 감옥의 ‘감’과 보내자의 ‘자’를 합해 ‘감자’ 사진을 올렸다며, 문 전 대통령 비방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과격한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을 위시한 7명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 이 대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지난 14일 이대표의 당원존 라이브에 참석한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비명계를 겨냥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참석자 중의 한명은 "우리 민의가 이렇게라도 발현되지 않는다면, 지난번에 기권하고 반대한 사람들이 만만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참석자는 "극성, 극렬이라고 매도당하더라도 저네들이 멈춰야 할 것 아니냐"고 이 대표의 당부를 무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존 라이브에서 '수박 7적' 포스터에 대해 "저쪽(보수진영)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존 라이브에서 '수박 7적' 포스터에 대해 "저쪽(보수진영)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런 강성 지지자들이 ‘수박 7적’ 포스터를 제작하고 유포했다고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보수진영을 제작자로 몰아붙여서 고발까지 하겠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은 결국 ‘개딸’을 잡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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