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식목일을 맞아 가진 봉하마을 가꾸기 행사에서 어린이 방문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사료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532쪽)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오는 20일 시중에 배포될 예정으로 노 전 대통령과 그 일가의 뇌물 수수 전모에 대해 서술해 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변호인으로서 무능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해 대통령이 됐다고 비판했다. 친노, 친문의 반발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변호사(당시 대검 중수부장)는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혐의와 수사 결과를 상세히 언급했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550만원)를 받은 점, 권 여사가 2007년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에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40만달러를 받은 점 등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또 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2008년 2월22일 박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받은 점,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점 등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가 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30일 조사실에서 박 회장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당시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조사를 요구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거부해 두 사람의 대면만 이뤄졌다는 일화이다. 당시 박 회장이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 고생이 많습니다. 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 가면 통방합시다"라고 했다는 게 이번 책에 기록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변호사에게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100만달러 수수에 대해선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저서 <운명>에서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썼던 점을 꼬집어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도 못했고, 검찰을 접촉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호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을 찾아와 솔직한 검찰의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 슬픔과 원망과 죄책감을 부추기는 의식(운명 책 발간)을 통해 검찰을 악마화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거듭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지요 친구인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파 언론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표변한 데 대해서도 일갈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하자 돌변했다"며 "검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노무현 정신'을 입에 올리며 앞다투어 상주 코스프레 대열에 합류했다"고 비판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SK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한 이 변호사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 사망 직후 검찰을 떠나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로펌 대표가 이 변호사에게 "문재인 캠프 핵심 인사에게 들었는데 당신은 꼭 손을 보겠다고 합니다. 같이 죽자는 말이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14년 만에 회고록을 낸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온 국민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며 "2023년 2월 21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완성되었다. 이제는 국민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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